폐기물 25t 트럭 800대 분량 불법 매립한 20명 붙잡아
[일요신문] "(폐기물) 비료 받아서 양파 농사 망쳤어요. 6000만원 손해 봤는데 아직도 농작물 못 심습니다."
농민에게 비료라고 속이고 수만톤의 폐기물을 팔거나 몰래 매립한 일당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가운데 사업대표, 조직폭력배, 전 군의회 부의장, 전 시청 환경국장, 전 검찰 사무국장도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경찰청(청장 최종문)은 폐기물 2만여t을 농지에 불법 매립한 폐기물처리업체 대표 A씨 등 20명을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A씨 등 5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사업체 51곳으로부터 폐기물 19만t을 처리해 달라고 의뢰받았다.
A씨 등은 중 2만 700t을 경북 군위·영천·포항 등 농지를 운영하는 농민들에게 비료라고 속여 팔았다. 일부는 자신의 토지에 몰래 매립하기도 했다. 이같은 수법으로 총 13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폭이 기업형태로 불법 폐기물 매립에 가담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전담수사팀을 꾸려 8개월간 수사에 집중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A씨를 총책으로 행정업무 총괄, 매립지 물색담당, 폐기물 운반담당, 매립담당, 민원해결 담당, 법률자문 등 각자 역할을 분담했다.
여기에 경북지역 조직폭력배 2명, 전직 군의회 부의장, 전직 시청 환경국장, 전직 검찰 사무국장 등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 검찰 사무국장은 금전적 대가를 받고 법률상담을 한 것으로 드러나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거됐다.
경찰은 이들의 소유 부동산‧동산, 은행예금 등 총 9억 6000만원을 기소 전 추징 보전을 신청했다.
현재 폐기물을 비료로 뿌진 농민들의 농작물은 고사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청은 지자체에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수사 결과를 통보했다.
경북경찰청 형사과(강력범죄수사대)는 "폭력조직의 자금원이 될 우려가 있는 불법사업 등 기업형‧지능형 불법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단속할 것"라며, "피해자 보호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니, 조직폭력배로부터 범죄 피해를 당한 경우 안심하고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