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별’ 안쪽 게이트였더라면…, ‘러닝파워’ 2위치곤 상당한 경주력, ‘록앤드롤’ 잠재력 뛰어나 관심 필요
암말들의 미래는 수말보다 예측하기 어렵다. 그만큼 변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내년 3세 암말 판도를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라온자이언트와 닥터오스카가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생각한다. 최외곽의 불리함을 극복했고, 상대마들의 치열한 견제를 이겨내며 3마신이라는 넉넉한 차이로 우승했기 때문이다.
이번 회에서는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치러진 경마 중에서 다음 출전 시 관심을 가져볼 마필 4두를 소개한다.
#멋진강호(국5·수)
멋진강호는 서울 4조 박윤규 마방의 국내산 2세 수말이다. 11월 20일 실전 두 번째 경주에서 단승식 106.3배로 완전히 관심 밖에 있었지만, 의외의 능력을 발휘하며 깜짝 우승을 거둬 다음 경주부터는 주의가 필요하다.
1000m 2번 게이트에서 빠른 출발과 초반 스피드를 발휘하며 2위 그룹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4코너를 네 번째로 돈 후, 막판 결승선에서 탄력 넘치는 추입력을 발휘하며 올라왔다. 막판 30m를 남겨두고는 선행에 나선 히어로사랑 마저 제치고 역전 우승을 거뒀다. 쌍승식 380.2배, 삼쌍승식 1155.4배의 초고배당을 터트리며 대이변을 일으킨 순간이었다.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경마 전문가들은 입상 후보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이유는 데뷔 전 모습이 너무나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출발도 매끄럽지 못했고, 맨 후미 전개 이후 막판 끝 걸음도 전혀 탄력이 없었다. 아무런 능력을 보이지 못한 채 출전마 12두 중 11위에 그쳤기 때문에 입상 후보로 분류할 근거가 없었다. 그런데 한 달 사이에 완전히 다른 말이 돼서 나타났다. 예전에도 여러 번 말했듯이 2세마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할 수 있다. 따라서 2세마 경주에서는 드러난 액면만 믿고 무리하게 베팅하는 것은 절대 금물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혈통적인 면에서는 기대치가 높지 않다. 부마 티즈원더풀은 현재 씨수말 순위에서 12위에 그치고 있고, 특별한 대형마를 한 두도 배출하지 못한 비주류 혈통으로 분류된다. 모마 나이스터치는 현역 시절 16전 1승으로 4군에서 퇴역했고, 지금까지 배출한 자마 4두가 모두 5군이 최고군이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는 받을 수 없다. 다만 멋진강호는 다른 형제마와 달리 2전 만에 빠르게 우승했다는 점, 500kg이 넘는 좋은 체구를 타고난 수말이란 점에서 최종 목적지는 4군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디언의별(국6·수)
인디언의별은 서울 37조 심승태 마방의 국내산 2세 수말이다. 11월 20일 실전 두 번째 경주에서 대한민국 최고 기수 문세영이 기승하고도 3위에 그쳤지만, 최선의 결과가 아니기에 다음 경주에서는 더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1000m 10번 게이트에서 빠른 출발을 하며 2위 그룹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후 4코너에 진입할 때까지 크게 무리하지 않으며 외곽 질주로 일관했다. 결승선에서는 폭발력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나름대로 끈기를 발휘하며 올라왔다. 결과는 2위마 다시태어나도에게 0.1초 차이로 아쉽게 3위에 그쳤다.
문세영이 기승했음에도 3위라는 아쉬운 결과가 나온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마필의 컨디션이 베스트가 아니었다. 데뷔전에서 좋은 능력을 발휘하며 2위를 기록한 이후, 파행과 근육통으로 마필 상태가 좋지 못했다. 훈련 때 걸음도 이전보다 탄력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당일 주로 출장 시에도 걸음의 활기가 떨어진 모습이라 개인적으로 축마로 놓지 않았다.
또 한 가지는 10번이라는 외곽의 불리함이었다. 만약 안쪽 게이트에서 유리한 경주를 펼쳤다면, 2위는 충분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즉, 이번 경주에서 3위는 제대로 된 결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혈통적으로도 기대치가 높은 편이다. 부마 한센은 지난번에 소개한 대로, 2020년 씨수말 1위, 2021년 2위를 기록한 우수한 혈통이다. 모마 인디언다이아몬드는 현역 시절 1군까지 진출했고, 인디언스타(1군), 인디언킹(2군), 인디언보스(4군)를 배출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500kg대의 좋은 체구와 혈통을 타고난 수말이란 점에서 앞으로 관리만 잘 된다면, 4군 이상은 충분히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러닝파워(국6·수)
러닝파워는 현재 43승으로 김영관에 이어 다승 2위를 기록하며 데뷔 이후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는 부산 33조 권승주 국내산 3세 수말이다. 11월 18일 데뷔전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며 여유 있는 2위를 기록해 다음 경주에서도 선전이 기대된다.
1000m 6번 게이트에서 출발은 빠르지 않았지만, 약 100m 지점부터 중속을 발휘하며 빠르게 2위 그룹에 가세했다. 4코너를 세 번째로 돈 후, 직선주로에서 탄력 넘치는 걸음으로 치고 올라왔다. 결과는 아쉬운 2위였다. 단승식 1.3배의 압도적 인기를 모았던 8번 승리매직킹에게 반 마신 차로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2위치고는 상당한 경주력을 선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단 기록 자체가 1분 0초 6(7% 양호주로)으로 매우 빨랐다. 최근 1000m 2위 기록 중에서 가장 빨랐다. 또한 모래에 대한 반응과 기수에 대한 순응도가 매우 좋았고, 주행 자세가 상당히 부드러웠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망이 매우 밝은 것으로 기대된다.
혈통은 ‘미지수’라는 표현이 적당해 보인다. 부마 금포스카이는 현역시절 부산일보배 우승, 그랑프리 2위 등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능력마였다. 2018년 씨수말로 전향, 올해 처음으로 자마(2세) 4두가 경주에 데뷔했기 때문에 평가를 내리기는 곤란하다. 개인적으로는 여느 씨수말처럼 큰 기대는 안 하지만, 결과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록앤드롤(국6·수)
록앤드롤은 부산 30조 울즐리 국내산 2세 수말이다. 11월 20일 데뷔전에서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고 결과는 3위에 그쳤으나, 잠재력 면에서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돼 꾸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1200m 3번 게이트에서 빠른 출발 이후 초반 스피드를 발휘하며 선두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약 200m 지점부터 4번 오케이스타가 무리하게 선두로 치고 나가자 선행 경합을 피하며 선입 작전으로 변경했다. 4코너를 두 번째로 돈 후, 직선주로에서 끝까지 탄력을 이어갔다. 그러나 막판 폭발적인 추입력을 발휘한 5번 위드선과 9번 불의축제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3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여러 차례 동영상을 돌려본 결과 록앤드롤이 못 뛴 게 아니라, 상대마들이 잘 뛰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승마 위드선의 기록이 1분 14초 5로 매우 빨랐다. 11월 18일 금요경마 5군 우승 기록이 1분 14초 6이었다. 6군 기록이 5군보다 빨랐다는 것은 그만큼 록앤드롤의 경주 편성이 매우 강했다는 뜻이다.
혈통을 조사해본 결과 모계 쪽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모마 인에스크로는 2021년 KRA컵 클래식(GII) 우승마 미스터어플릿을 배출한 우수한 씨암말이다. 이전에도 소울블레이드(2군), 컬린판타지(3군)를 배출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부마가 록밴드라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현역 시절 농림부장관배와 오너스컵을 제패한 능력마였지만, 씨수말로서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씨수말 순위에서도 118위에 그치고 있고, 지금까지 배출한 자마 중에서 특별한 능력을 보인 마필이 하나도 없다.
개인적으로 머스킷맨이나 카우보이칼이 부마였다면 대형마의 탄생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씨암말에 비해 씨수말의 격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모르지만, 만약 기대에 못 미친다면 무조건 씨수말의 책임이 될 것이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