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구 50% 감염돼 있다고 추정”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는 ‘위나선균’이라고도 불리는데, 나선형 모양의 세균으로 미호기성의 박테리아다. 주로 사람의 위와 십이지장 점막에서 번식하며 만성적인 위염증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을 일으킨다. 심지어 위암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다. 위 내시경을 통해 균이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고, 감염이 되면 평생 위장에 머무르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지역마다 다양한 유병률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의 50% 정도가 이 균에 감염되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헬리코박터 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약물치료를 통해 균을 제거하는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는 별 증상이 없으면 그냥 놔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암을 비롯한 위·십이지장궤양, 만성 위염, 위말트림프종, 기능성 소화불량 등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어 더욱 더 적극적으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부산 온종합병원 소화기내과 박철우 과장(소화기내과 전문의)은 “가족 중 한 사람이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됐다고 그 가족 전체가 바로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며 “하지만 가족 개개인의 증상이나 내시경 소견에 따라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시행하고 균이 발견된다면 제균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위해서는 항생제를 포함한 약제를 2주간 복용하는 표준3제요법이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우리나라의 약제 내성률이 높아짐에 따라 4종류의 약을 10일간 복용하는 순차치료, 동시치료도 사용되고 있다.
제균치료를 할 때 주의할 점은 중간에 약을 빠트리지 않고 복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복용을 종결하고 1달 후에 요소호기검사 등을 통해 균이 없어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는 1차 약제에 치료가 되지 않는 내성을 가진 헬리코박터균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반드시 제균이 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1차 제균이 실패했다면 약제를 변경하여 2차 제균 치료를 시행한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경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요 감염경로로 입에서 입(보호자가 본인 입에 씹은 음식을 아기에게 전달), 항문에서 입(대변을 보고 손을 씻지 않은 상태로 음식조리나 섭취)의 경로로 추정된다. 많은 사람들이 감염원인으로 알고 있는 ‘술잔 돌리기’ 등과 같은 한두 번의 가벼운 접촉은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드물지만 개인위생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박철우 과장은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하는데 이 과정을 환자들이 힘들어한다. 그러나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면 약제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고 추후 위암을 비롯한 여러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제균치료를 통해 위암발생률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으므로 치료를 끝까지 마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헬리코박터 제균이 완전히 끝난 후에는 재감염의 발생비율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위생 환경에 따라 다시 감염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평소 개인위생 환경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고 헬리코박터 균 재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
박정헌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