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 취약계층 1차 지원 완료한 자신감으로 “재정 건전성보다 국민의 삶이 우선” 직격
김동연 지사는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재정 건전성이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김 지사는 “가계나 기업부채가 심각하다. 정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면서 “재정의 역할을 훨씬 강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앞서 가스요금 인상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1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민과 중산층까지 난방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보름이 다 되도록 지원 대상과 방법 등 구체적인 정부안은 나오지 않았고 2월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야 윤곽이 드러났다. 이날 회의에선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중산층 난방비 지원은 제외됐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방식도 확정되지 않았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작성된 ‘물가, 민생경제 상황 및 분야별 대응 방향’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서민 계층에 대한 지원을 두텁게 한다면서 난방비 지원 대상을 ‘등유와 LPG를 이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으로 정했다. 즉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이 아니면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이라도 도시가스나 다른 난방 방식을 쓰는 사람은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없어 과연 몇 명의 국민이 지원받을 수 있는 거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문건은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계층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요금 분할 납부 대상을 소상공인에게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요금의 감면이나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요금을 나눠 내게 해주겠다는 의미다. 100만 원 낼 것을 50만 원씩 두 번 내라는 뜻인데 조삼모사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게다가 문건은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강력한 에너지 절약 운동을 통한 국민인식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신력으로 추위를 극복하라는 얘기냐", "정부 잘 만나서 1960년대로 회귀하게 됐다"라는 조롱섞인 푸념까지 들린다. 재정건전성에만 몰두하다 보니 민생은 뒷전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셈이다.
이 같은 정부 대응을 두고 김동연 지사는 "지금은 재정의 역할을 강화할 때다. 필요할 땐 돈을 써야 하는 것이 재정인데 지금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윤석열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정부가 지원 대상, 지원 규모를 정하느라 허둥대는 사이 경기도는 난방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고 1차분을 지원 완료했다. 경기도는 지원 대상, 규모를 정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겨울이 다 지나가고 난방비로 인한 고통이 잊힐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았다. 필요할 때 힘이 돼야 한다는 김동연의 의지가 작용했다.
김동연 지사가 1월 26일 난방 취약계층 긴급 지원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지 5일 만인 1월 31일, 경기도 전 시‧군에 보조금 198억 원이 교부됐다. 2월 1일부터는 난방 취약계층 노인, 장애인 등 지원 대상자 44만 7824명의 계좌에 입금이 시작됐다.
경기도는 특정 연료를 쓰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으로 지원 대상을 가두지 않았다. 노숙인 시설, 한파 쉼터 경로당, 지역아동센터 등에도 난방비를 지원했다. 재해구호기금과 예비비를 적극 활용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지원에 나섰다. 도민 총 43만5564명, 시설 6225개소가 난방비 지원 혜택을 볼 것으로 도는 추산하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정부 정책은 일부 취약계층에 한정돼 있고,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추가로 가스요금을 할인하겠다는 정도로 하면서 집행은 안 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당장, 지금 당장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금 인상은 취약계층을 넘어 중산층에도 고통을 확산시켰다. 경기도는 취약계층 지원을 우선적으로 했지만 정부의 상황을 보면서 중산층이라든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게 추가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