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이돌이래? ‘제작자 보아’ 보이네~
▲ ‘K팝스타’에서 카리스마와 인간미를 보여준 보아. 방송 최종 우승자는 보아라는 말이 돌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
‘K팝스타’가 방송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는 데 성공한 까닭은 두 심사위원의 대립 때문이었다. ‘K팝스타’의 심사위원은 YG와 JYP의 실질적인 대표인 양현석과 박진영이 맡았다. SM은 이수만 회장 대신 가장 고참급 가수인 보아가 대신 출연했다. 문제는 이들 모두 각자 회사에서 수많은 오디션을 심사해온 터라 각각의 기준이 명확해 의견 차이도 첨예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양현석과 박진영의 의견 차이는 극한 대립 국면으로 보일 만큼 심각했고 이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초반부터 이런 3대 기획사의 대립 구도를 적절하게 활용한 제작진은 이런 구도가 구조적인 대결 구도로 흐르는 것은 철저히 피했다. MBC <위대한 탄생>의 멘토 시스템처럼 출연자와 특정 기획사의 관계를 고정하지 않고 순환시킨 것. <위대한 탄생> 시즌2는 멘토인 가수들 사이의 경쟁이 다소 치열해지면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K팝스타’의 경우 지나친 경쟁은 단순한 심사위원들 사이의 불협화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3대 기획사의 구조적인 대결 구도가 형성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은 프로그램 중간 중간 3대 기획사의 대립 구도가 불거졌을 당시를 기준으로 3대 기획사의 성적표를 추산하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기준은 10회 방영분인 ‘마지막 캐스팅 오디션’이다. 당시 세 심사위원은 각각 여섯 장의 캐스팅 카드를 활용해 출연자를 여섯 명씩 선발했고 각각의 회사에서 이들을 트레이닝시켜 생방송 진출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배틀 오디션’을 진행했다. 당시 캐스팅된 출연자들이 각 회사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출연자들이며 각 회사에서 트레이닝까지 받았으므로 이들의 최종 성적이 3대 기획사의 성적표에 가장 가깝다는 것.
이런 기준으로 볼 때 가장 우수한 성적을 받은 곳은 SM이다. 캐스팅한 여섯 명의 출연자 가운데 4명이 TOP10에 올랐으며 우승자인 박지민 역시 SM 출신이다. YG와 JYP는 각각 세 명의 TOP10을 배출했다. TOP10에 오른 이들의 순위를 점수로 환산해서 계산하면 SM이 21점, YG와 JYP가 각각 17점이다.(1등을 10점, 10등을 1점으로 계산)
생방송이 시작된 뒤에는 TOP6부터 TOP4까지 세 차례의 방송에서 다시 3대 기획사의 캐스팅 시스템이 도입됐다. 세 명의 심사위원이 탈락자가 누구인지를 먼저 확인한 뒤 합격자 가운데 마음에 드는 출연자를 캐스팅하는 방식이 진행된 것. 이 경우 다음 방송 탈락자가 과연 어느 회사로 캐스팅됐던 출연자인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예상 외로 세 번의 방송에서 모두 JYP가 캐스팅한 출연자들인 박제형, 이미쉘, 이승훈이 연이어 탈락했다.
이처럼 프로그램 중간 중간 가미된 캐스팅 시스템을 기준으로 보면 SM이 가장 앞서고 YG, JYP가 그 뒤를 따르는 모양새가 연출된다. 그렇지만 별다른 의미가 있는 순위라고 보긴 힘들다. TOP7의 경연이 끝난 뒤 캐스팅 시스템으로 TOP6 합격자를 발표하는 순간 박진영은 박지민을 먼저 극찬했지만 “이미 발전해 큰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도와드리고 변화를 만들고 싶은 분을 캐스팅하겠다”며 박제형을 선택했다. 하지만 TOP6 가운데 탈락자는 바로 박제형이었다. 만약 경쟁이 우선이었다면 박진영은 박지민을 캐스팅했겠지만 도움을 주고 싶다며 박제형을 선택했다.
▲ 이정미. |
기본적으로 거듭되는 캐스팅에서 세 심사위원은 각 회사의 특성을 잘 보여줬다. 예선 과정부터 화제가 됐던 수펄스 멤버 네 명을 모두 ‘마지막 캐스팅 오디션’에서 선발한 보아는 SM의 스타성 우선 원칙을 잘 보여줬다. 박진영은 재능을 중시하는 JYP의 특성을, 양현석은 현재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중시하는 YG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가요관계자들은 프로그램 초반 양현석과 박진영의 심사 대립 역시 가수 자신의 재능을 중시하는 JYP와 가수의 가능성과 프로듀서 능력의 조합을 중시하는 YG의 대립이었다고 해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팝스타’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회사는 어디일까. 가요관계자들은 SM의 손을 들었다. 사실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양현석과 박진영이 직접 출연하는 데 반해 SM은 보아가 출연해 다소 밀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실제 프로그램 초반에는 양현석과 박진영만 보일 뿐 보아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무장한 보아는 스타성을 중시하다보니 다소 차갑고 상업적으로 비칠 수 있는 SM의 이미지에 인간미를 더했다. 한 가요제작자는 “‘마지막 캐스팅 오디션’에서 여섯 번째 캐스팅 카드를 포기할 땐 SM다운 냉정함이 돋보였지만 이정미의 도전을 받아들여 캐스팅하는 모습에서 보아의 인간미가 더해졌다”며 “최종회에선 축하 공연을 나온 인순이에게 홀로 90도 인사를 하는 보아의 모습도 매우 돋보였다”고 칭찬했다.
최종 우승자 박지민의 선택을 두고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치 박지민이 선택해 전속 계약하는 회사가 ‘K팝스타’ 시즌1의 승자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회사와 계약을 하건 어린 나이에 우승의 영예를 안은 박지민이 좋은 가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른 두 회사도 적극 협력해 모두가 승자가 되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