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초 같은 배우 꿈꿔요”
요즘 KBS 일요아침 농촌 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2>에서 미용실 보조인 ‘마동숙’ 역할로 출연 중인 이혜리는 유명 가수 이용의 딸이다. 여러 곡의 히트곡을 통해 오랜 기간 전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인기 가수의 딸이지만 이혜리는 오히려 ‘톱스타급 주연보다는 개성 있는 감초 같은 조연’을 꿈꾼다. 이번 드라마에서의 ‘동숙’ 역할은 물론이고 KBS 드라마스페셜 <불이문>에선 구수한 사투리의 술집여자 역할로 출연해 섹시하면서도 코믹한 모습을 선보인 바 있다.
“감초 같은 조연 배우로 꾸준히 활동하고 싶어요. 아직은 유명한 아빠의 딸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꾸준히 활동하다보면 언젠가는 시청자들도 저를 친근하게 받아들이시지 않을까 싶어요. 대스타였던 아빠한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열심히 노력하면 시청자들도 아빠의 딸이 아닌 배우 이혜리로 기억해 주실 거라고 믿어요.”
농촌 드라마답게 실력파 중견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혜리 입장에선 한 명 한 명이 모두 대선배이자 연기 선생님들이다. 특히 극중에서 함께 미용실을 운영하는 권경하와는 같은 아파트 위아래 층에 사는 이웃사촌이기도 하다.
“제 연기에 조금이라도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선생님들이 한마디씩 돌아가며 코치를 해주세요. 한 회 한 회 찍을 때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배우는지 몰라요. 우리 미용실 원장님으로 나오는 권경하 선생님은 지도교수님에 가깝죠. 처음 대본 리딩 가서야 알게 됐는데 그 분 집이 바로 우리 집 아래층이더라고요. 우리 드라마는 150부작이라 3년 동안 방영될 예정이에요. 저는 3년제 연기스쿨에 들어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배워 연기의 내공을 쌓고 싶습니다.”
사실 이혜리의 배우 데뷔는 매우 힘겹게 이뤄졌다. 인기 가수로 살아온 부친 이용이 딸의 연예계 진출을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아빠는 연예계가 여자에겐 위험한 것이라며 데뷔를 반대하셨어요. 아빠의 화려한 모습을 보고 연예인이란 직업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고도 하셨어요. 물론 저도 알죠. 성장하면서 아빠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를 지켜봤으니까요. 하지만 배우가 꼭 하고 싶었어요.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글=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