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위험 감지 경보시스템’ 등 소형 어선 복원성 확보 위한 기술 개발
공단은 이달부터 검사 대상 선박 중 복원성 유지 의무가 있는 어선 길이 24m 이상 어선, 13인 이상 낚시어선, 5톤 이상 표준어선형 어선에 대해 ‘어획물 적재 가이드’를 각기 제작해 배부하고 있다. 가이드는 근해통발 등 어업 형태별로 제작되며 현재까지 어선 60여 척이 혜택을 받았다. 통상 매년 또는 2.5년 주기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어선들이다.
그간 어업 현장에서는 ‘복원성 계산서’를 활용해 어획물‧어구 등의 적재 중량과 어선에 어획물을 최대한 실을 수 있는 한계를 표시한 만재흘수선(건현) 등을 확인해 왔다. 그러나 어업인들이 조선공학적 전문 용어가 산재하고, 통상 80여 쪽에 달하는 ‘복원성 계산서’를 생업에서 활용하기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복원성 계산서는 선박 설계사무소에서 어선을 신조 혹은 개조할 때 ’어선복원성 및 만재흘수선 기준‘에 따라 제작해야 하는 기술자료로, △안전운항지침 △적하상태별 복원성능 판정 계산 결과 △경사시험 성적서 등이 담겼다.
공단은 올해까지 어선 1천 2백여 척을 대상으로 ‘어획물 적재 가이드’를 확대하고, 오는 2025년까지 복원성 유지 의무가 있는 모든 어선에 대해 제공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새롭게 건조되거나, 어선의 길이(등록 길이) 개조 시 복원성 유지 대상인 어선에 대해서도 ’어획물 적재 가이드‘가 제공된다. 그간 선박 설계사무소를 통해 수백만 원을 들여 작성했으나, 현장 활용도는 낮았던 ’복원성 계산서‘의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공단은 ‘어획물 적재 가이드’의 원본인 ‘복원성 계산서’의 품질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는다. 올해 공단은 권역별 중소형 선박 설계업체를 대상으로 복원성을 고려한 선박설계와 도면승인 기준, 관련 법‧제도 사항 등에 관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관련 컨설팅도 수시로 이뤄진다. 현재까지 여수와 고흥, 인천과 부산, 충청권 등 중소형 선박설계 24개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간담회를 열었고, 남은 하반기 부산과 목포, 군산지역 30여 개 업체까지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단은 소형 어선의 복원성 강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먼저, 지난 6월 전남 목포에 문을 연 ‘서남권 스마트 선박안전지원센터’에 ‘선박 평형계측기’ 설치를 추진 중이다. 소형 어선의 무게중심 등을 계측해 어선의 복원 안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연구 장비이다. 이를 통해 현행법상 어선 복원성 검사 대상에서 제외된 전장 15m 미만, 총톤수 5톤 미만 소형 어선의 복원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연구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간 공단 검사원의 경험치에 의존하던 소형 어선의 복원성 검사도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근거해 명확해진다.
항해 중인 소형 어선 복원력의 위험 수준을 자동 감지해서 미리 경고하는 기술도 공단 자체 사업으로 개발 중이다. 선박 횡요주기(선박 한쪽이 기울어졌다가 다른 한쪽으로 기울고, 본래 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에 따른 어선별 복원력을 산출하고, 전복 사고 위험 수준을 3단계(정상‧주의‧위험)로 구분해 알려주는 방식이다. 연말까지 ‘복원성 계산서’를 보유한 10톤 미만 어선 6척을 대상으로 해상 실증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김준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전복 사고는 일반적인 기관 고장, 침몰 등에 비해 배가 빠르게 가라앉아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공단은 전복 사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어선 복원성을 높이는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해, 어선 전복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식 경인본부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