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딸이 담보로 내놓고 ‘세금 분할 납부’
▲ 현영희 의원. |
이 오피스텔에 지난 6월 20일자로 채권최고액 5억 1270만 원에 이르는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채무자는 소유자 임 씨의 여동생이자 현-임 부부의 차녀 임 아무개 씨(38). 근저당권자는 국(국가), 처분청은 서울 반포세무서였다. 반포세무서가 부산 해운대 물건에 근저당을 설정한 이유는 임 씨의 주소지가 반포동으로 돼 있는 까닭에서다.
해당 등기부를 본 세무 전문가들은 임 씨가 상속·증여세법상 연부연납(年賦延納) 제도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요신문> 1053호 ‘단독, 선종구 전 회장 자택 958억 근저당 설정된 까닭’에서 보도한 것처럼 연부연납은 상속·증여세가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관할 세무서장의 허가를 받아 담보를 제공하고 일정 기간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증여세는 수증자(증여받은 사람)가 내야 한다. 결국 차녀 임 씨가 거액을 증여받고 증여세가 부과되자 언니 소유의 오피스텔을 담보로 내놓고 세금을 분납하기로 국세청과 합의한 셈이다. 채권최고액 958억 원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50억 원대 담보물을 제공한 선종구 부자에 비해 임 씨 자매가 국세청에 제공한 담보가액은 충분해 보인다. 반포세무서의 근저당 설정 직전인 6월 14일 두 자매를 채무자로 하는 총 채권최고액 8억 4500만 원의 은행 근저당도 해지돼 남은 근저당은 반포세무서 건 하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동생 임 씨에게 담보 제공 능력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임 씨는 어머니 현 의원이 설립한 부산 동래구 안락동의 강림유치원 토지·건물을 각각 2005, 2006년 증여받아 소유하고 있다. 강림유치원은 1381.9㎡(약 418.8평)의 대지 위에 연건평 1049.9㎡(약 318.2평) 3층 건물이 올라서 있다. 그는 또한 비상장이지만 지난해 연매출 3000억 원을 넘긴 아버지 회사 강림CSP의 지분 10%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그가 굳이 자신의 재산을 담보로 삼지 않고 언니 소유의 부모 주소지를 담보로 삼은 까닭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게다가 근저당 내역에 적힌 차녀 임 씨의 주소지 서울 서초구 동광로 4×길 ×0×호(반포동)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지난 23일 기자는 직접 그곳을 찾아가 봤지만 업무용 빌딩인 데다 건물 관리인은 “여기엔 그런 호수도, 그런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한 세무 전문가는 “해당 근저당은 체납에 의한 것은 아니고 합법적인 분납 절차인 듯하다”라고 말했다. 특별히 비난받을 여지는 없다는 뜻. 반면 금융권 관계자는 “세무서의 근저당 직전에 은행 대출을 갚았고, 본인의 담보 능력이 충분한데도 다른 사람 명의의 담보를 제공하는 등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에 대해 현영희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님 개인적인 부분은 잘 모른다”면서도 “세금을 안 내거나 그럴 분들은 아니다”고만 밝혔다. 반포세무서 관계자는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부산지방검찰청 공안부(부장검사 이태승)는 지난 22일 현영희 의원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 의원은 지난 3월 후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탁 등의 명목으로 조기문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3억 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돈의 출처는 남편 임수복 회장의 개인 돈이라고 한다.
이외에 현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는 △차명으로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현경대 전 의원 등에게 500만 원씩 후원 △자원봉사자 등에게 1608만 원을 제공 △선거비용 3200만여 원 신고누락 △종교시설과 손수조 후보를 포함한 부산지역 총선 출마자 사무실에 350만여 원 기부 △인터넷, 모바일 선거운동 사무실 설치 △임 회장 회사 직원 2명 선거운동에 이용 등 모두 8가지다.
현 의원은 지난 17일 새누리당에서 제명됐지만 현직이기 때문에 국회의 체포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회는 이번 주말께 동의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현 의원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 현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와 검찰 수사는 계속해서 대선정국을 요동치게 할 전망이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