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정치문화 현상 연극구조로 기록한 칼럼집
[일요신문] 연극평론가 김건표 교수(대경대 연극영화과)가 칼럼집 '말과 정치문화, 연극의 싸움의 기술'(224쪽)을 도서출판 연극과인간을 통해 출간했다.
1997년 '맹꽁이 아저씨와 훔쳐보는 연기 나라'를 출간한 이후, 연극과 연기의 세계(2013), 연극평론집 동시대 연극 읽기(2021), 장면연기 텍스트(2022), 한국연극의 승부사들(2023)에 이은 자신의 여섯 번째 칼럼집이다
- 연극구조 통한 한국사회 정치문화 현상…50여 편 다뤄
칼럼은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위조 파문을 보면서 시작됐다.
김건표 교수는 "신정아 사태는 한 편의 국민드라마 같았고, 학력지상주의에 빠진 한국사회의 구조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면서 정치문화 현상을 연극구조로 분석한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드라마를 분석하듯 써 내려간 칼럼이 100여 편 쌓이면서 문화정치를 다룬 칼럼 50여 편을 추린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극의 생존력을 터득하고 이해하면 인생과 삶이 보이듯 정치 문화가 연극과 닮아있죠."
김 교수는 "연극과 정치문화가 닮은 것은 말(언어)과의 싸움이란 점이다. 정치 언어는 대중적인 선동성이 강하지만 연극의 언어는 이중적이면서도 진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한국정치가 내로남불과 말의 전쟁이 돼버린 시대에 연극구조에서 최소한 진심을 한 수 배워보자고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대중의 진심과과 정치인의 진실'에서 "진심이 없는 기술의 연기는 관객이 먼저 느낀다. 기술만 부리는 정치는 진실인 척하는 가면 쓴 정치의 기술이다. 배우도 정치인도 관객과 민심의 가슴을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행동할 수 있는 진실의 언어를 구사하는 정치인과 배우(연기자)만이 결승점에서는 유권자와 시청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책에서 김 교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한 비대위원장의 말투(언어구사)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언어는 단문인데도 논리가 명확하고 투박하면서도 진심이 묻어 있다. 연령제한 없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을 구사하고 있다. 연기든, 진실한 정치인의 내면이든 대중은 한 위원장의 말속에서 동일한 감정으로 느낄 만큼 진심이 묻어 나기 때문에 공격적인 언어를 구사해도 정치투사의 이미지보다는 분열과 혐오정치에 염증을 느낀 대중들한테 해결사의 이미지가 강해 지지가 견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정부 출범에 맞춰 쓴 "'윤석열 정부의 문화와 정치' 사람이 중요한 시대"의 경우 "정치적 이벤트도 대중과 공감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인데, 국가정책의 격을 높일 수 있는 전문가가 부재하기 때문에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하며, "진실과 선물도 포장을 해야 감동이 클 수밖에 없다. 22대 총선을 앞둔 현 상황과 앞으로 대선까지 이어지는 레이스에서 용산은 탁현민 식보다 한 발 더 겪을 높여줄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모 언론 칼럼에서 윤석열 정부 취임식 캐치프레이즈를 '다시, 대한민국'으로 제안하고 탁현민 식으로 용해시켜 줄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당시 취임식 캐치프레이즈가 유사해 놀랐다"며, "칼럼 한편이 사회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이 큰 것을 보고 연극비평을 하는 칼럼리스트로 현상 진단에 대한 논리가 명확히 뒷받침되는 신중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외도 칼럼 50편에는 '대통령의 연극', '이준석의 말과 정치', '민심의 밥상', '이태원 참사의 비극, 우리는 안전한가', 'K-드라마와 대장동 드라마', '삼성의 스타일, 김건희 여사의 패션', '대선정국 드라마, 윤석열 당선인의 문화정책', '이재명의 연기론', '대통령의 수능시험', '한미 정상회담과 아메리칸 파이' 등과 연극을 한국 정치현상 구조로 분석하고 있는 '분단과 정치 분열에서 '아는 사람되기'', '가상 국가의 문화와 정치의 '신파의 세기'' 등 한국사회 정치문화 현상을 연극구조로 기록한 주제들이 다양하다.
김건표 교수는 "투덜거리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다. 한 사람의 말이라 생각하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편 '말과 정치문화, 연극의 싸움의 기술'은 온·오프라인 주요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저자 김건표 교수
서울 출생. 2004년부터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로 있다. 대학 및 대학원에서 연극학을 전공했으며 동국대에서 연극학 박사를 마쳤다. 1997년에 맹꽁이 아저씨와 훔쳐보는 연기 나라를 출간한 이후 연극과 연기의 세계(2013), 연극평론집 동시대 연극 읽기(2021), 장면연기 텍스트(2022), 한국연극의 승부사들(2023)을 출간했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이사, 월간 '문학세계' 편집위원, 계간 '한국희곡' 편집주간을 하며 다양한 매체에 연극 평론을 연재하고 전방위적 글쓰기를 하고 있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cch@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