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익을 대로 익자 남의 ‘김칫독’ 넘보기
▲ 위니아 딤채(왼쪽),삼성 하우젠 | ||
삼성전자가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11년 만에 처음으로 위니아 딤채를 눌렀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반면 위니아는 삼성전자가 정확하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자가발전’하고 있다며 내심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렇다고 대놓고 반박하지는 않고 있다. 위니아는 “1위 논쟁을 부추길수록 이로울 것이 없다”는 입장. 1위 브랜드를 물고 늘어지는 2위의 전략일 뿐이라는 얘기다.
김치냉장고는 1995년 처음 출시된 이후 2002년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다 차츰 판매가 줄고 있다. 2001년에는 김치냉장고가 일반냉장고보다 더 많이 팔리기도 했다. 그러나 보급이 완료되면서 2002년 135만 대, 2003년 123만 대로 줄어들다 2005년에는 123만 대, 2006년에는 118만 대로 예상되고 있다. 성장세가 줄다 보니 업체 내부에서는 판매량 증대를 위해 더 치열하게 물량 승부를 벌이고 있다.
지난 연말 한 경제지는 시장조사기관인 GFK코리아의 자료를 바탕으로 2006년 1월∼11월 김치냉장고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하우젠, 아삭아삭) 33%, LG전자(디오스) 31%, 위니아(딤채) 28%로,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위니아를 제쳤다고 보도했다. 이 자료는 특판과 온라인 판매가 제외된 오프라인 판매만 반영된 것.
삼성전자 측은 “내부판단으로는 이미 2002년부터 삼성이 1위라고 보고 있다. 특히 전국 1000개가 넘는 직영대리점이 매출의 5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GFK는 하이마트 같은 양판점과 할인점 등에서의 판매량만 반영할 뿐이다”라며 고무된 표정이다.
위니아와 LG전자는 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박하고 있다. 위니아는 “직영매장은 얼마든지 밀어내기 등으로 연말 매출을 늘릴 수 있다. 때문에 시장조사기관들은 모든 브랜드를 다 판매하는 양판점, 할인점, 백화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삼성이 자사에 유리하게 자료를 가공해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린 것 같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에어컨과 김치냉장고만을 만드는 위니아는 삼성전자, LG전자와 달리 직영 종합가전매장을 따로 갖추고 있지 않다.
또 “김치냉장고는 홈쇼핑과 인터넷 등 온라인 판매가 20%, 오프라인 매장 중 양판점, 할인점, 백화점 비중이 50%다. 삼성의 자체 유통파워는 인정하지만 직영매장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김치냉장고를 사러 직영대리점에 가는 소비자가 몇이나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LG전자도 “딤채가 1995년부터 2000년까지는 전체 시장의 과반수 이상을 석권했다. 그렇지만 2001년부터는 3사가 30%대로 비슷해졌다. 오히려 LG가 1등을 한 적도 있지만 굳이 내세울 필요가 없어서 말하지 않은 것뿐이다”라며 삼성의 얘기를 부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김치냉장고가 많이 팔린 것은 중저가 상품대에서 선전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은 “그간 프리미엄급에 치중하다 보니 중저가 상품군이 워낙 취약했다. 주력 제품군에서 위니아를 능가하는 품질과 성능을 인정받은 결과가 아니겠는가”라며 고무된 표정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급 김치냉장고는 ‘하우젠’, 중저가는 ‘아삭아삭’으로 브랜드를 이원화하고 있다.
▲ LG 디오스의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 ||
한편 업체마다 줄어드는 김치냉장고 수요를 늘리기 위한 각기 다른 마케팅이 비교 대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제품을 지난 9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삼성은 “주 타깃인 40∼50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프리미엄급 제품에서는 삼성이 딤채보다 기능과 디자인이 앞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반면 위니아는 “김치냉장고는 10년 넘게 쓸 제품이다. 너무 요란한 디자인은 금방 싫증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김치냉장고 고유의 디자인에 충실하려고 한다. 화려한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이벤트가 아닌가”라며 삼성을 꼬집었다.
LG전자는 올해 초 스탠드형 제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차지하는 면적이 작고 서서 꺼내기가 편하다는 장점 때문. 그러나 타사에서는 “그건 김치냉장고가 아니라 김치를 전용으로 보관하는 일반냉장고에 불과하다. 김치냉장고는 겨울철 항아리를 땅 속에 묻듯 외벽에 냉각코일을 장착하는 직접냉각방식인 반면 스탠드형은 공기를 차갑게 하는 간접냉각방식이다”며 평가절하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LG전자는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이 중요하다. 타사에서도 곧 스탠드형이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위니아는 10월부터 와인저장고 기능을 갖춘 김치냉장고를 판매하고 있다. “김치냉장고를 잘 쓰지 않는 젊은 부부들을 대상으로 했다.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낸다는 의미가 크다. 이미 와인셀러를 따로 판매하고 있는 삼성이나 LG는 만들기를 꺼려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반 김치냉장고에 비해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아 조금 더 두고봐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해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어떻게든 판매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 또 보급률이 정점에 다다르다 보니 점유율 뺏어오기 외엔 방법이 없어 1위 논란이 벌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이 ‘1위 달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을 주목하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유독 국내 가전시장에서 맥을 못추는 형편이라 삼성의 선제공격이 김치냉장고부터 시작됐다는 시각이다. 가전업체들의 세싸움이 연초부터 뜨겁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