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빌려 사실상 마약 아지트 운영해…범죄 단체 조직 요건도 충족할 가능성 높다고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연세대 졸업생이자 카이스트 재학 중인 30대 A 씨는 2021년 ‘인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친목 동아리를 결성했다. 동아리는 ‘자차 8대 이상 보유’나 ‘고급 호텔·리조트 VIP 다수 보유’ 등의 문구로 회원을 모집했고, 외모와 학벌, 집안을 기준으로 엄격한 면접을 통해 300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해 전국 2위 규모 동아리가 됐다.
A 씨는 2022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집단 마약 투약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술을 마시다 액상 대마를 권하기 시작해 케타민, 사일로사이빈(환각 버섯), 필로폰 등으로 강도를 높여가며 호텔, 클럽, 놀이공원 등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집단 마약 투약을 했다. 또한, A 씨는 남성 회원들을 특급 호텔 스위트룸에 초대해 유흥업소 종업원들과 함께 마약을 하며 집단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향정신성 의약품인 LSD를 기내 수하물에 넣어 태국과 제주 등 해외로 반출해 마약을 즐기기도 했다.
초기 친목 동아리였던 이 동아리는 점차 마약 유통 조직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고 한다. A 씨와 임원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개당 10만 원에 구매한 뒤 회원들에게 15만 원에서 20만 원에 팔았다. 검찰은 A 씨가 지난해에만 1200만 원어치 이상 마약을 가상자산(코인)으로 구매했으며, 실제 마약 거래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A 씨는 2023년 12월 성탄절 무렵 한 호텔에서 여자 친구와 마약을 투약한 뒤 난동을 부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또한, 2023년 4월 여자 친구가 다른 남성 회원과 어울렸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회원들은 검찰에 ‘A 씨가 마약 투약 장면을 촬영해 협박하거나, 소규모로 회원들을 분리해 정보 공유를 차단하는 수법으로 조직을 장악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회원 중에는 수도권 주요 대학뿐만 아니라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법학전문대학 진학을 위한 LEET 응시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서울 구로구 아파트를 임차해 ‘OO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마약 아지트를 운영했고, 법적 문제 대응을 위해 고문 변호사까지 고용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이 대형 마약 밀매 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범죄 단체 조직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동아리 조직 구성과 운영 방식이 범죄 단체 조직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 피의자들은 마약 수사 대비 방법을 공유하는 채널에 가입돼 있었으며, 휴대전화 저장 자료 영구 삭제, 모발 염색·탈색 방법, 피의자 신문 조사 모의 답변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2023년 10월에도 홍익대, 건국대, 가천대 등에서 ‘영감이 필요한가’라는 문구가 들어간 마약 홍보 전단이 배포된 바 있다. 최근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구매하거나 운반책으로 활동하다 적발되는 대학생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