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김건희 측 참석, 청탁 신고 최 목사는 배제…야권 ‘짜고 치는 고스톱’ 비판, 특검 추진 밝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타임라인
2023년 11월 26일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에 김건희 여사가 선물이 든 쇼핑백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 영상을 올라와 파문이 일었다. 영상에 등장하는 최재영 목사는 2022년 9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김 여사와 만났다고 밝혔다. 쇼핑백에는 300만 원 상당의 ‘디올백’이 들어있었다. 최 목사는 같은 해 6~8월에 세 차례에 걸쳐 고가의 위스키와 명품 화장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영상이 공개된 뒤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신고와 고발이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2023년 12월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등은 같은 달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민민생대책위는 2024년 1월 28일 최재영 목사를 주거침입·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는 약 5개월 뒤인 2024년 5월 2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담수사팀 구성과 ‘신속한 진상 규명’을 지시한 다음에서야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 총장은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수사 내용을 수시로 보고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과 최 목사 주거침입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가 담당했다.
5월 9일 검찰은 최 목사를 고발한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 사무총장과 홍정식 활빈단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각각 불러 조사했다. 같은 달 13일에는 최재영 목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렀다. 7일 뒤인 20일에는 김 여사를 고발한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를 소환했다. 5월 30일엔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를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다음날인 31일 최 목사에 대한 2차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5월 13일 법무부는 수사가 속도를 받는 상황에서 이창수 전주지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다. 김 여사 관련 수사 실무를 담당한 차장검사도 교체됐다. 6월 10일 참여연대 신고를 받은 권익위가 사건을 수사 기관 등에 넘기지 않고 종결 처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건 처리기한(90일)을 넘긴 116일 만이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의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 결정했다”고 밝혔다.
권익위가 종결 처리하자 세간의 관심은 검찰로 집중됐다. 그러다 7월 20일 이원석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터졌다. 서울중앙지검은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조사를 검찰청이 아닌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진행했다. 조사는 7월 20일 약 12시간 동안 비공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는 조사 시작 약 10시간 뒤 이 총장에게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은 김 여사 조사 경위에 대한 진상파악을 지시했다. 7월 22일 수사팀 소속 김경목 부부장검사는 항의성 사표를 제출했다. 23일 이창수 중앙지검장은 진상 조사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이 총장은 사표 반려를 지시했다. 김 부부장검사에게는 사의를 철회하고 복귀하라고 요청하며 진화에 나섰다.
8월 22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 관련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겠다고 이 총장에게 보고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이 지검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올백은 최 목사가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청탁의 대가로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수심위 김건희 여사 불기소 의결
다음날인 8월 23일 최재영 목사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수심위는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검찰이 자체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시작됐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 △기타 검찰총장이 위원회에 부의하는 사항 등을 심의한다.
수심위 개최 요구는 사건 관련자가 할 수 있다. 고등검찰청의 검찰 시민위원 10명으로 구성된 부위원회는 사안을 심의위원회로 올릴지 결정한다. 개최가 결정되면 심의위원회가 열린다. 학계, 법조계 언론계 등 각 분야에서 미리 선정된 위원 150~300명 중 15명을 무작위로 뽑아 심의위원을 선정한다.
이 중 10명 이상이 참여해야 회의가 진행된다. 검찰과 신청인은 위원들에 대해 회피나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인과 검사는 직접 출석해 수사의 적정성과 적법성 등을 검증받는다. 결정은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결론은 권고의 성격이기 때문에 수사팀이 따르지 않아도 된다. 위원 선정 과정과 회의록 내용은 모두 비공개다. 위원회 결정을 검증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그래서 위원 선정부터 의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심의위원회는 도입 이후 15차례 열렸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2020년 6월 26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결정, 2020년 7월 24일 ‘채널A 기자 취재윤리 위반 사건에 대한 한동훈 당시 검사장 불기소 및 수사 중단 결정(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수사 계속 및 기소 결정)’ 등이 있다.
이원석 총장은 8월 23일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법리를 포함한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으로 수심위 안건 범위를 정했다. 최 목사가 피의자인 사건은 김 여사 수심위에서 논의되지 않는다. 수심위 개최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총장은 같은 달 26일 “수사팀의 의견을 존중하되 검찰 외부 의견까지 경청해 사건을 신중히 최종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9월 6일 수심위는 비공개회의를 열고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변호사법 위반, 알선수재,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방해, 증거인멸 등 6개 혐의에 대한 기소 여부를 심사했다. 검찰 수사팀, 김건희 여사 측 변호인이 입장을 설명했다. 수사팀은 최 목사의 선물은 접견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 대가나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영 목사는 입회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대검찰청 앞에서 수심위의 호출을 기다렸지만,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심위 논의 범위에 최 목사가 피의자인 사건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목사는 별도로 수심위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최 목사의 안건은 ‘최 목사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에 대한 수심위 부의 여부’다.
이 설명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위원 과반수는 김 여사의 금품 수수 의혹을 ‘기소할 수 없는 행위’로 결론지었다. 수심위는 공지를 통해 “수심위는 제16차 위원회를 개최하고 피의자 김건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 의견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입장문에서 “수사팀은 수심위 결정과 논의 내용을 참고해 최종적으로 사건을 처분할 예정”이라고 했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수심위 결정은 정치권에 후폭풍을 가져올 전망이다. 야권은 특검을 외치며 즉각 반발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진행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수사심의위는 뇌물을 받은 김 여사 측은 참석시키고 청탁을 신고한 최재영 목사는 배제한 채 진행됐다”고 했다. 황 대변인은 “검찰은 ‘황제 알현 조사’로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상납했고, 이원석 검찰총장마저 앞서 김 여사 무혐의 처분에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평가했는데, 수사심의위가 김 여사를 제대로 다룰 수 있겠나”며 “답은 특검뿐”이라고 강조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검찰 수심위가 아니라 ‘김건희 안심위’로 판명 났다”며 “수심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거수기로 내세워 비상식적 수사 결론을 포식하기 위한 요식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살아있는 권력’에 굴종적으로 수사했다. 검사가 아니라 관선 변호인 아닌가”라며 “결국 ‘김건희 종합 특검’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집권 시절 도입된 제도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합법적 결론에 대해 무조건적 비판과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법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법과 절차에 따른 정당한 결정을 수용하는 것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수심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