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제조공장’에선 이런 일이…

“써보니 좋았어여~” 알고보니 낚시질

소비자들은 똑똑해졌다. TV와 신문의 광고도 신뢰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까다롭고’ ‘스마트’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바로 ‘입소문’이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의 입소문은 블로그나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를 통해 퍼져나가는 추세다. 그러나 이러한 ‘입소문’이 과도한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사용하지도 않은 제품을 사용한 것처럼 상품평을 게재하거나 똑같은 홍보성 댓글을 커뮤니티를 옮겨 다니며 도배하는 광고가 범람하고 있는 실정이다. 취재 결과 이러한 ‘입소문’을 가장한 광고가 업계와 마케팅회사의 계약을 통해 조직적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몇달 전 연예인 쇼핑몰 사기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했다. 이들 쇼핑몰은 상품 후기를 조작하고 근무태만 직원에게 사용 후기를 5회 작성하도록 하는 등의 행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이들은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명목으로 시정명령을 받았고 1000만 원대의 과태료를 납부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댓글조작이나 허위 상품평 등록은 여전히 일부 광고대행사를 통해서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암암리에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바이럴 마케팅은 바이러스(virus)와 오럴(oral)의 합성어로 입소문을 타고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하여 바이럴 마케팅이라 불린다.

본래 바이럴 마케팅의 취지는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인터넷 공간에 자발적인 메시지를 작성해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홍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바이럴 마케팅이 과열되면서 ‘댓글조작’이나 ‘허위 이용 후기’ 같은 비정상적인 입소문이 양산되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광고대행사들은 계약업체에게 조직적으로 가짜 상품평 후기나 허위 댓글을 달아 주는 서비스를 은밀히 제공하면서 조작된 입소문을 소비자들에게 대량으로 유포하고 있다.

50여 명의 직원이 상주하는 강남 소재 D 광고대행사 대표는 “요즘은 바이럴 마케팅도 성형외과 전문, 쇼핑몰 전문, 캠핑용품 전문으로 세분화돼있다”며 “특히 성형외과 바이럴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의 경우 자체적으로 뷰티와 관련된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그 카페 안에서 광고대행사 직원들이 활동한다”고 밝혔다. 해당 성형외과에서 시술받은 경험이 없어도 제공받은 사진이나 포토샵을 이용해 허위 시술 후기를 올리는 식이다.

이러한 ‘댓글조작’이나 ‘허위 이용 후기 작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광고 대행사는 자체적으로 입소문 조작을 위한 ‘활동 매뉴얼’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내부적으로 열람하는 활동 매뉴얼에는 ‘지식in 활동 시 질문하는 아이피와 답하는 아이피는 서로 달라야 답변으로 채택 가능’,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자료로 성형후기 사진을 올릴 경우 포토샵 작업을 티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 ‘네이버는 한 주민번호당 세 개의 아이디 생성가능. 가족 또는 친한 지인의 실제 아이디 이외에 다른 아이디를 만들어 확보할 것’, ‘해당 키워드를 검색해 (소유한) 카페에 접속한다. 카페점수 올리기’ 등의 입소문 조작 방법이 상세하게 게재되어 있다.

가산동 소재의 B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블로그  콘텐츠로 방문자를 확보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블로그 포스팅을 위한 체험단을 모집할 경우 모두에게 해당 상품을 사용해 보라고 하지는 않는다. 업체에서 넘겨준 사진이나 자료를 토대로 포스팅을 작성하기도 한다”고 밝혀 가짜 상품후기가 상당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댓글조작’과 ‘허위 상품평’을 작성하는 것 외에 영향력 있는 블로거를 확보해 관리하는 것도 이들의 주된 업무다.

포스팅을 해주는 가격은 해당 블로그의 방문자 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일 방문자 수가 500~800명일 경우 15만 원, 1000명의 경우 30만 원, 파워블로거 엠블럼을 가지고 있을 경우엔 50만 원을 호가한다.

일일방문자 1000명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블로거는 “비밀 댓글이 달릴 때가 있다”며 “열에 아홉은 광고대행사다. 얼마를 줄 테니 이걸로 포스팅을 해달라는 식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서 “네이버 등에서는 포스팅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협찬이나 광고일 경우 명시를 하는 ‘클린블로그캠페인’이 있다”며 조작된 ‘입소문’에 속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배해경 인턴기자

‘통계도 믿지 마라’ 진화하는 출판업계 사재기

100권 판매 전표만 처리

마크 트웨인은 세상에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얼마 전 출판사 자음과 모음이 자사 신간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를 사재기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출판업계의 사재기 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직원이 직접 서점 여러 곳을 다니며 책을 사 모았던 예전과는 달리 현재 출판사의 사재기는 점점 지능화 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일례로 온라인의 판매 통계가 중요한 요즘은 직원 한 명이 여러 개의 아이디로 책을 한 곳으로 주문한다. 그렇게 한 곳에 모인 책이 다시 출고가 되는 식이다.

비즈니스 관련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김 아무개 씨는 “책을 사재기하는 것도 큰 출판사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 경우 서점과 담합을 한다고 들었다. 만약 출판사가 ‘100권을 사겠다’고 서점에 말하면 서점은 가지고 있는 아이디로 판매처리한 다음 전표에만 표시한다. 결국 오고간 책은 없지만 책은 100권이 팔린 것으로 집계되는 식이다”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신 아무개 씨는 “자음과 모음 사건으로 불법출판유통사례가 주목받고 있지만 어린이 관련 서적 같은 경우는 사재기를 하는 경우가 없다. 우리 출판사도 마찬가지다”라며 일부 출판사의 사재기 관행이 모든 출판사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했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