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위생·보안 등 민원 넣어도 무시당해 분개…“급속한 부동산 시장 발전 탓 관리 문제 갈등 늘어”
얼마 전부터 여러 인터넷 사이트, SNS 등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사진과 영상 중 하나는 검정색 슈퍼카 ‘람보르기니’다. 람보르기니가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화제를 모을 만한 차는 아니다. 중국의 대도시 거리에서 람보르기니는 종종 목격된다.
그런데 왜 유독 이 람보르기니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까. 차 소유주는 슈퍼카 측면에 ‘싱허완을 사지 마라. 이곳은 분뇨와 같다’라는 글을 노란색으로 적었다. 수억 원에 달하는 슈퍼카에 이런 낙서를 할 수 있다는 것, 또 매년 초고급 아파트 순위에 들어가는 싱허완을 비판하는 내용이라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람보르기니 소유주는 싱허완에 거주하고 있는 허 아무개 씨로 알려졌다. 허 씨는 메신저 개인 계정에 여러 개의 동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을 보면 허 씨가 슈퍼카에 글을 적어 넣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영상에는 람보르기니를 운전하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는 허 씨가 등장한다. 허 씨는 “싱허완의 보안 시스템은 엉망이다. 외부인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영상에서 허 씨는 “단지의 위생 환경도 심각한 문제다. 쓰레기를 제때 청소하지 않는다. 청결 유지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허 씨가 싱허완에 입주한 것은 2018년 무렵이다. 그는 입주 당시 외부인 출입을 감시할 수 있는 CCTV가 고장 나 있었다고 했다. 허 씨는 “어둠이 깔릴 때마다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주민들이 계속 수리를 신청했다”고 했다.
출입통제시스템도 자주 말썽을 일으켰다. 그는 입주 직후, 그리고 2020년경 시스템을 바꿨다. 허 씨는 “여전히 이런 저런 문제를 일으킨다. 이곳에 와서 6년을 고생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허 씨는 올해 3월 다시 시스템 수리를 신청했지만, 지금까지 관리 부서로부터 ‘절차를 밟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뿐이다.
허 씨가 거주하고 있는 단지의 가격은 1500만 위안(3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허 씨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아파트를 구입했다. 또 매달 엄청난 관리비를 내고 있다”면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그 후에 대처 방안이 고급 아파트 치고는 너무나 성의가 없어 화가 났다”고 했다.
허 씨를 화나게 한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리가 끝난 뒤 받아든 청구서를 보고 허 씨는 말을 잃었다.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허 씨는 “왜 그런 금액이 산정됐는지 아무런 세부 항목이 없었다. 내 잘못이 아닌, 아파트 하자로 인한 수리 요청이었는데도 이렇게 많은 돈을 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허 씨는 아파트의 위생도 비판했다. 쓰레기를 바로 수거해가지 않아 쌓여있을 때가 대부분이었고, 이로 인해 악취 등이 났다고 했다. 단지 내 길에서 반려견들이 용변을 보는 일도 종종 있었다. 허 씨는 “기본적인 청소도 하지 않는다. 도대체 관리비를 어디다 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허 씨는 보안과 위생뿐 아니라 주택의 품질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허 씨는 “CCTV나 청소는 그래도 참을 만 했다. 하지만 아파트 내부의 누수, 균열로 인한 불편은 생활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관리실에 여러 번 알렸지만, 항상 흐지부지됐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허 씨의 인내심이 폭발했던 계기는 인터폰 고장이었다. 허 씨는 관리실에 이를 수리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보증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허 씨는 홧김에 인터폰을 박살냈고,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싱허완은 이런 문제를 이웃들에게 알리고 공동 대응을 하려고 했다. 동시에 SNS와 메신저 등에도 공개했다. 개인의 힘으론 아파트 측과 싸우기가 너무 버겁다는 판단이었다.
허 씨는 관심을 호소하기 위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람보르기니를 활용하기로 했다. 버스나 택시에 부착된 광고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일단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전국적으로 허 씨, 그리고 람보르기니는 유명해졌다. 또 싱허완의 여러 문제들이 공론화됐다.
물론, 허 씨의 행태를 꼬집는 여론도 있다. 한 블로거는 “차에다가 저런 혐오스러운 말을 쓰고 다녀선 안 된다.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다. 또 검정색 차에 새겨진 글자가 운전을 방해할 수도 있다. 글자를 보다가 교통사고라도 발생하면 어떡하느냐”고 반문했다. 허 씨를 두고 악성 민원인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허 씨를 향한 동정론이 주를 이룬다. 오죽하면 슈퍼카를 훼손하면서까지 거리로 나섰겠느냐는 것이다. 허 씨를 지지한다고 밝힌 한 40대 남성은 “무엇보다 아파트 측이 반성을 해야 한다. 슈퍼카 낙서는 그 뒤에 따질 일이라고 본다. 허 씨를 시작으로 싱허완뿐 아니라 다른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싱허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부동산 시장의 급속한 발전, 고급 주거 지역 등장으로 부동산 관리 문제를 둘러싼 다툼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부동산 회사들이 품질 향상, 주민들의 권익 보호 등을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집을 지어서 팔았다고 끝이 아니다. 서비스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결국 주택 가치가 떨어져 장기적으론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