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혐의 재판과 연립 정부 붕괴 위기 속 ‘핵무장 이란의 위협’ 강조…전쟁 장기화 땐 역풍 맞을 수도

‘케이스1000’은 이른바 ‘선물 사건’이다. 검찰은 네타냐후가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인 아논 밀천 등 부유한 지인들로부터 고급 시가, 샴페인, 보석 등 약 20만 달러(약 3억 원) 상당의 선물을 받았고, 그 대가로 이들에게 세제 혜택 및 미국 비자 문제 해결 등 편의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네타냐후 측은 이를 단순한 개인적 친분에 따른 선물이라고 주장하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케이스2000’은 언론과 정치권력의 관계를 둘러싼 사건이다. 검찰은 네타냐후가 유력 신문 발행인과 접촉해 경쟁 신문의 영향력을 약화시켜주는 대가로 자신에게 유리한 보도를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정치권력이 언론 보도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 때문에 이스라엘 사회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심각한 사건은 ‘케이스4000’이다. 이 사건에는 뇌물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네타냐후가 통신 기업에 유리한 규제 결정을 내려주는 대신 해당 기업이 소유한 뉴스 사이트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보도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이 혐의들이 모두 인정될 경우 정치적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네타냐후는 이 사건들을 가리켜 모두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면서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심지어 경찰과 검찰, 그리고 일부 언론이 결탁해 자신을 제거하려 한다는 음모론까지 내놓으면서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이 재판들 외에도 네타냐후 정부가 추진한 사법 개혁은 이스라엘 정치의 또 다른 폭풍이 됐다. 2023년 초 발표된 사법 개혁안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으며, 이에 수십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사법 개혁의 핵심은 대법원의 권한 축소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법원의 ‘합리성 판단’ 권한을 폐지하고 판사 임명 과정에서 정부 영향력을 강화하는 한편, 의회가 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뒤집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추진했다. 그러면서 이를 가리켜 ‘민주적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선출되지 않은 사법 엘리트가 지나치게 강한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반대 세력의 해석은 전혀 달랐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이 개혁이 권력 분립을 무너뜨리고 사법부를 정치권력 아래 두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재판을 받고 있는 현직 총리가 사법 제도를 바꾸려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이해 충돌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시위는 단순한 정치 집회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일부 공군 조종사와 예비군 장교들이 훈련 참여 거부를 선언했는가 하면, 경제인들 사이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많은 기업들이 이스라엘 내부 갈등이 국가 안보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투자 환경 악화를 이유로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는 또 하나의 정치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대통령 사면 요청이다. 그는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하면서 장기간 이어진 재판이 국가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동 안보 상황이 매우 불안정한 만큼 정치적 갈등을 끝내고 국가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 논리 역시 거센 논란을 불러왔다. 이스라엘에서는 일반적으로 유죄 판결 이후 사면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네타냐후는 무죄를 주장하는 동시에 사면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곧 정치적 책임 회피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는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정치에서 은퇴하지도 않으면서 사면을 요구하다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도 대통령에게 사면 거부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일부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 앞에서 “사면은 바나나 공화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이런저런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는 여전히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여기에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 안보 리더십이다. 이란과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에 대한 강경 노선은 많은 보수 유권자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둘째, 정치 연합 구조다. 네타냐후는 민족주의 우파와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을 결합해 안정적인 우파 연합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셋째, 정치적 서사다. 그의 강성 지지자들은 재판 자체를 좌파 엘리트와 사법부가 벌이는 정치적 음모라고 믿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 하우스’의 분석에 따르면, 이스라엘 사회에서 진영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문제가 바로 ‘이란이 이스라엘의 실존적 위협’이라는 인식이다. 실제 이란의 핵 개발과 군사력 확대는 많은 이스라엘인들에게 국가 생존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이런 인식은 이란 지도부가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적대 국가로 규정해 온 역사 때문에 더욱 강해졌다.
문제는 해결 방법이다. 많은 이스라엘인들은 이 위협을 외교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데 동의한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군사적 수단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협력은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되는 군사 전략의 뿌리가 1979년 이란 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분석한다.
네타냐후 역시 이미 1990년대부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그는 핵무장을 한 이란이야말로 이스라엘에게 유일한 ‘실존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군사 행동도 불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네타냐후가 총리로 재임하던 여러 해 동안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이 여러 차례 검토됐고, 다양한 작전 계획도 준비됐다.
그리고 마침내 최근 그 계획이 실행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관련 시설과 군사 목표물을 향해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으며, 이번 공격으로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는 등 이란 권력 핵심부에 큰 충격을 주었다.
네타냐후가 공격을 감행한 대외적 명분은 비교적 명확했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가 이스라엘에 대한 ‘핵 홀로코스트’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성명을 통해서는 유대인 역사상 가장 암울한 사건이었던 홀로코스트를 언급하면서 이스라엘이 결코 그런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네타냐후가 이란을 공격한 시점에는 전략적 계산도 다분히 깔려 있었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중동 전역에서 군사 작전을 확대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비롯해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이른바 이란의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세력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시리아의 정치 상황이 바뀐 것도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시리아의 임시 대통령인 아흐메드 알샤라는 이전 아사드 정권과 달리 테헤란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약화된 상태다. 이란은 오랫동안 중동 전역에 걸쳐 시리아, 하마스, 후티 반군 등 동맹 세력과 협력을 구축해 왔지만 지금은 그 고리가 상당부분 끊긴 상태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이란의 방공 시스템 역시 상당 부분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은 이스라엘 군 전략가들에게 ‘지금이 공격하기 가장 유리한 순간’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했다.
국내 정치 역시 중요한 변수였다. 네타냐후는 연립 정부 붕괴 위기를 겪고 있었으며, 조기 총선 논의까지 나온 상태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네타냐후의 선택은 공공의 적인 이란의 위협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즉, “지금은 정치적 혼란을 일으킬 때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이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는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파괴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나탄즈 핵시설이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핵심 시설은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공습으로는 파괴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산악 지역에 위치한 포르도 시설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을 파괴하려면 미국이 보유한 벙커버스터 폭탄이 필요하지만 그마저도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그런가 하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번 공격이 오히려 네타냐후가 수십 년 동안 두려워했던 위험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이란으로 하여금 핵무기 개발을 더욱 서두르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파장이다. 이번 전쟁의 핵심 동기 가운데 하나가 네타냐후의 정치적 생존이었던 만큼 만일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이스라엘의 인명 피해가 커질 경우 역풍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세계 에너지 시장에 충격이 누적될 경우, 국제사회의 여론은 이스라엘에게 싸늘하게 바뀔 수 있다. 또 다른 중요 변수는 미국의 정치 상황이다. 만약 중간선거에서 트럼프가 패해 정치 지형이 바뀐다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정책도 달라질 수 있다.
어쩌면 네타냐후는 이번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의 숙적을 무너뜨린 위대한 지도자로서 선거를 치르기를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분명 강경한 안보 정책은 많은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네타냐후는 분명 또 다른 위험도 불러일으켰다. 바로 ‘핵무장한 중동’이라는 위험한 미래다. 만약 이란이 핵 개발을 가속화하고 주변 국가들까지 핵 경쟁에 뛰어든다면 중동은 지금보다 훨씬 더 불안정한 지역이 될 수 있다.
결국 네타냐후가 던진 이 승부수는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닐 수 있다. 한 지도자의 정치적 운명과 이스라엘 민주주의의 방향, 그리고 중동의 미래까지 동시에 걸린 거대한 도박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