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접촉 후 재채기·콧물·코막힘 증상 있으면 의심해야
이후 A 씨는 최근 들어 심한 재채기에 콧물이 물처럼 줄줄 흘러내려, 급기야 숨쉬기조차 어려운 상황까지 발생했다. 감기려니 생각하고 버텼다가 증상이 심해져 병원에 갔더니 뜻밖에 고양이알레르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부산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대한외과학회 회장)은 11월 한 달간 호흡기알레르기센터와 이비인후과, 호흡기내과 등에서 시행한 다중 알레르기 항원 검사(MAST) 52건 가운데 27%인 14건에서 고양이 알레르기 항원물질(Allergen)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온종합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이비인후과전문의, 사진)은 “요즘 들어 고양이알레르기를 호소하는 환자가 부쩍 많아졌다”며 “이들 환자 대부분이 감기나 독감, 코로나 등으로 치부하고 자가 약 처방해오다가 호흡곤란까지 나타나자 뒤늦게 병원을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가구 수는 600여만 가구로 동물과 같이 지내는 사람은 1,5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15∼30%에서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양이 알레르겐(유발 물질)은 알레르기 증상을 개보다 2배 이상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 의료 빅데이터 개방 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혈관운동성 및 알레르기 비염은 2021년 기준 약 491만 명의 사람들이 진료를 받을 만큼 흔한 만성질환이다. 이 가운데 19세 이하가 217만 명으로 44%나 차지하며, 5세 미만의 소아도 전체 환자의 27%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고양이 알레르기는 고양이의 비듬, 타액, 소변 등에서 발견되는 ‘Fel d1’이라는 단백질에 의해 발생한다. 이 단백질은 고양이의 피부에서 생성되며,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거나 피부에 접촉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대개 재채기, 콧물, 코 막힘, 눈 가려움증, 충혈, 피부 발진 등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호흡 곤란, 천식 발작 등의 심각한 증상까지 생긴다. 고양이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을 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고양이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고양이가 있는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 고양이 알레르기 환자가 많은 것도 추운 날씨로 인해 창을 닫고 생활하는 바람에 실내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온종합병원 호흡기알레르기센터 오무영 센터장(전 부산백병원 호흡기알레르기센터장)은 “알레르기가 심하면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 등의 약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 “계속 반려동물과 생활하고 싶다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조금씩 투여하여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면역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온종합병원 호흡기알레르기센터와 감염병센터는 고양이알레르기 자가진단을 위한 지표로 △고양이와 접촉 후 재채기, 콧물, 코막힘, 눈 가려움증, 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고양이가 만진 물건이나 침구류 등을 접촉했을 때 위와 같은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고양이의 비듬, 타액, 소변 등에서 발견되는 Fel d1이라는 단백질에 대한 항체 수치가 높다(혈액 검사를 통해 이 수치를 측정 가능) 등을 제시하고 있다.
온종합병원 감염병센터 김제훈 교수(전 고신대복음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처럼 재채기나 콧물 등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고양이 알레르기일 확률이 높으므로, 곧바로 병원을 방문해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