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리스크, IPO 시장 위축 등 대내외 환경 불확실…공모가 낮으면 투자자에 차익 보전해야 ‘몸값’ 주목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지난 10월 24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며 본격적으로 IPO 절차에 돌입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거래소 심사를 거쳐 예심을 통과하면 증권신고서를 제출, 투자설명회·수요예측, 공모주 청약 단계를 거쳐야 IPO가 이뤄진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내년 상반기 증시에 입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에 상장하지 못하면 계약에 따라 대주주인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재무적투자자(FI)인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에이치PE)가 보유한 3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되사줘야 한다. 에이치PE는 2017년 롯데글로벌로지스에 투자하면서 4년 뒤 상장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롯데지주가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와 협의한 주식매도청구권(풋옵션) 행사 기한은 연장을 통해 내년 1월로 늦춰진 상태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IPO에 성공하더라도 공모가가 풋옵션 행사가보다 낮아 수익률을 맞출 수 없게 되면 롯데지주가 투자자에게 차익을 보전해야 한다. 에이치PE의 주당 평균취득단가는 3만 7337원으로 풋옵션 행사가는 연복리 3%를 적용한 가격이다. 2025년 기준 풋옵션 행사가는 4만 7298원으로 훌쩍 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기업가치가 2조 원까지는 평가받아야 맞출 수 있는 금액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희망하는 몸값은 1조 원 초중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모기업인 롯데지주의 시가 총액이 현재 2조 원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높게 책정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업계 선두를 달리는 CJ대한통운의 시총이 1조 원 후반대고 한진의 시총도 3000억 원 미만인 상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현실적인 몸값은 7000억~8000억 원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현재 국내 증시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하반기 ‘공모주 최대어’로 꼽혔던 케이뱅크는 지난 10월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에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해 공모 철회를 결정했다. IPO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코스피·코스닥 할 것 없이 연이어 IPO 자진 철회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IPO 철회 기업수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지난 3일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령 선포와 다음날 해제로 인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빠르게 투자자금 회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간밤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추후 탄핵 정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다. 추가적인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는 큰 악재”라고 말했다.
구주 비중이 높은 점도 흥행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번 공모 물량의 절반은 에이치PE의 구주로 채울 계획이다. 신주 발행과 달리 기존 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판매하는 구주 매출의 경우 회사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아 IPO를 통한 투자 효과가 떨어진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롯데그룹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고 롯데렌탈이나 롯데정보통신 등 다른 계열사도 국내 증시가 좋았던 시기에도 주가 흐름이 좋았던 적이 없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현재는 실적을 잘 내고 있고 건실한 편이지만 모기업이 부실 리스크를 안고 있고 주주들은 기업의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더블카운팅 이슈에 예민한 상태”라며 “가뜩이나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다 떠나고 있어서 아무리 좋은 기업이 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제값 받기도 쉽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는 썩 좋은 평가받기 어렵다. 수요예측 단계에서 공모가 밴드를 보고 기대에 못 미쳐 자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현재는 거래소에 예심을 청구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IPO와 관계된 공식적인 입장을 드리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수익성 강화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7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44% 급증한 34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또한 전년 동기 1.8%에서 2.7%로 개선되며 수익성 강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따르면 물류 네트워크 효율화, 신규 수주 확대, 주요 고객사 물량 증가가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여전히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택배의 점유율을 합쳐도 업계 선두를 달리는 CJ대한통운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 롯데가 유통 부문에서 고전하면서 계열사에서 수주하는 물량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해외 사업에서 역량을 강화하는 추세다. 올해 2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CJ대한통운에 재직하던 강병구 대표를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국내 택배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회사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글로벌사업부의 매출은 2020년 8395억 원에서 2021년 1조 150억, 2022년 1조 3884억 원까지 늘었다. 지난해부터는 글로벌 사업에 속했던 포워딩 사업이 TLS부문으로 옮겨가면서 매출이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글로벌 매출과 비중은 상승세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고 있는 공급망 현지화 정책과 관세장벽 등으로 무역이 감소하면서 글로벌 물류사업 역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물류 기업들은 현지에 동반진출한 국내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어 물량을 수주하는 비중이 높다. 트럼프 취임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물류 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만큼 긴장감이 감도는 상태”라고 밝혔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롯데그룹이 전체적으로 유동성이 썩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입장이고 FI에 배상해 줘야 하는 규모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지금 어쨌든 IPO를 하기는 해야 한다”라며 “롯데글로벌로지스로서는 택배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지켜내지 못하면 고비가 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