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기성전·여자국수전 결승서 아쉽게 패배…내용에선 부족함 없어 “내년 타이틀 획득 가능성”
지난 10일, 서울 홍익동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막을 내린 제8기 여자기성전 결승 3번기 최종 3국에서 최정 9단이 스미레 3단을 상대로 155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적한 후 첫 타이틀을 노렸던 스미레는 결승 1국을 승리로 장식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이어진 2국과 3국에서 연달아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스미레는 이후 열린 여자국수전 결승에서도 첫 타이틀 획득에 실패했다. 결승에서 김채영 9단을 만난 스미레는 1국과 2국 모두를 내주며 다시 한번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최정 9단 “스미레의 성장 가능성, 예측조차 어렵다”
“스미레 3단이 빠르게 성장할 줄은 예상했지만, 국내 이적 후 9개월 만에 타이틀 무대에 오를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스미레가 여자기성전과 여자국수전에서 잇달아 결승에 진출한 것을 두고 바둑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2009년생인 스미레는 일본 프로기사인 아버지(나카무라 신야 9단)로부터 세 살 때 처음 바둑을 배웠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16년, 한국으로 건너와 한종진 바둑도장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9년 일본기원 영재 특별전형을 통해 프로기사가 된 그는 2023년 2월 일본 여자기성전에서 우승하며 역대 최연소 타이틀 획득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9월 전격적으로 한국 이적을 선언한 스미레는 올해 3월부터 한국기원 객원기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적 후 인터뷰에서 “5년 안에 한국 여자랭킹 2위에 오르고 싶다”는 목표를 밝힌 그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두 개의 타이틀에 도전하는 강자로 자리 잡았다.
비록 타이틀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두 번의 결승전 모두 내용 면에서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2개의 타이틀을 모두 획득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줬다.
특히 최정 9단을 상대한 여자기성전에서 아쉬움이 컸다. 스미레는 1국에서 피 말리는 승부 끝에 반집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올렸고, 2국에서도 필승 국면을 만들었으나 끝내기 단계에서 실수가 이어지며 역전패를 당했다. 그리고 이어진 3국은 최정 쪽으로 넘어간 흐름을 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했다.
최정은 “3국 내내 힘든 승부였다. 2국에서 운 좋게 승리한 덕에 3국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며 “스미레 3단이 이적 초기와 비교해 엄청난 성장을 이룬 것 같다. 아직 어린 기사인 만큼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예측조차 어렵다”고 높이 평가했다.
#쉴 틈 없었던 대국일정은 아쉬워
여자국수전 결과는 앞선 여자기성전 결과보다 더 아쉬웠다. 상대 김채영 9단과의 통산 전적에서 스미레가 3승 무패로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련한 김채영은 스미레의 저돌적인 기세를 막아내며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여자국수 타이틀을 되찾았다. 1국에서 역전승을 거둔 김채영은 2국에서도 위험했던 대마 타개에 성공하며 예상 밖 완승을 거뒀다.
이 바둑을 해설한 이희성 9단은 “스미레 3단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김채영 9단이 더 잘 둔 대국 내용이었다”며 “다만 여자기성전과 여자국수전 결승이 휴식 없이 연달아 진행된 점이 체력적인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9단의 지적대로 스미레는 여자기성전 3국 이후 하루 휴식만을 가진 채 여자국수전 1국과 2국을 치렀고, 이 하루마저도 다른 대국이 잡혀 있어 사실상 5일 연속 대국을 소화해야 했다. 여기에 한국 이적 후 첫 타이틀 도전이라는 심리적 압박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타이틀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스미레는 한국 이적 후 첫 해에 83승 49패(승률 62.9%)라는 인상적인 성적을 거뒀다. 그의 성적은 단순히 수치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선수들과의 대결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두 결승 무대는 비록 패배로 끝났지만, 그가 이미 국내 정상급 선수들과 대등한 실력을 가졌음을 입증했다.
현재 스미레의 여자랭킹은 최정, 김은지, 오유진, 김채영, 조승아에 이어 6위다. 전문가들은 내년 스미레가 1990년대생 강자들과 두 살 위 라이벌 김은지 9단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희성 9단은 “스미레 3단의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경험을 조금 더 쌓는다면 내년에는 타이틀 도전에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하며, 스미레 3단의 잠재력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