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밖에서 남고 안에서 밑져
▲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삼성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는 FTA 영향이 별로 없을 듯하다. 휴대전화와 반도체는 이미 정보기술협정(ITA)에 의해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되고 있다. 미국시장에 공급하는 가전제품도 대부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무관세지역인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다. 주력 제품들이 이미 관세와 상관 없는 것이다.
현대차
이번 FTA 타결로 완성차의 미국 시장 진출은 청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 3000㏄ 이하 승용차에 물리는 2.5% 관세가 철폐되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이 많은 기아차의 경우 혜택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내수시장에선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소세 인하로 대형차와 수입차의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의 문제는 미국차가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미국차 선호도는 낮다. 유럽차와 일본차가 혜택을 볼 것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내수시장을 잘 지켜야 수출도 하는 건데 현대차는 앞으로 힘겨운 내수경쟁을 펼쳐야 할 것이다. 미국이 어쩌면 이 부분을 노렸는지도 모른다”라고 분석했다. 당장 특소세 인하 기대감에 예비 고객들이 구매 결정을 늦추는 것도 걱정거리다.
LG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 지역에서 가전제품을 생산해 미국 현지에 공급하는 LG전자 입장에선 크게 득을 볼 게 없다는 전망이다. 반면 월풀이나 GE 같은 미국계 기업들이 이번 관세 철폐를 통해 국내 시장을 넓힐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국내 가전시장에서 수입품들은 가격이나 디자인 등 사실상 제품력에서 뒤진 상태라 FTA 체결이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진
종합 물류기업 한진그룹은 단기적으로 이득을 볼 건 없으나 역시 미국과의 교역량 확대는 적잖은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력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수혜 대상이다.
CJ
식품 사업이 주력인 CJ그룹은 일단 FTA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식료품 재료 수입처를 기존의 중남미 등지에서 미국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으며 공급처의 다양화를 통해 재료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미디어 분야다. CJ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미디어 산업이 FTA 타결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SO보다는 PP(프로그램 공급자)에 중점을 둬 온 CJ로서는 PP산업 전면개방으로 인해 규모와 물량에서 상대가 안 되는 미국 업체들과의 일전이 불가피하다. CJ미디어는 XTM XPORTS 등 9개의 케이블 채널을 소유하고 있는데 프로그램 자체 제작비율을 높여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국 등 해외 콘텐츠에 방송량 대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시장 개방으로 인해 대미 의존도가 높아질 여지가 있으며 국내 업체들 간의 수입 경쟁이 가열될 경우 해외 콘텐츠 가격이 치솟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현대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개성공단. 현대그룹의 정신적 지주인 현대아산과 직결되는 문제다. 애초 미국 측이 ‘논의 대상도 아니다’ 라고 했던 개성공단 생산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를 ‘역외가공지역’으로 추후 논의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대그룹 측은 외부의 시각보다 더 좋게 평가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의 얘기다.
“현재 개성공단은 입주 업체도 적을 뿐만 아니라 입주한 업체들도 미국 수출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이번에 됐다고 해봐야 별 혜택이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2·3단계 개발이 진척되면서 업체 수도 늘 것이고 대미 수출에 비중을 둔 업체들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도 더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때 합의해도 늦지 않다. 아주 긍정적이다.”
현대그룹의 주력인 현대상선도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무역규모가 큰 미국과의 FTA는 무역량을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의 주가는 벌써부터 ‘FTA 약발’을 받고 있다.
태광
미국계 PP업체의 국내 시장 진출의 문이 열리면서 국내 PP업체들이 초긴장상태에 들어간 반면 SO(프로그램 송출)사업의 강자로 우뚝 선 태광은 주판알 튕기기에 바쁠 것으로 보인다. SO 사업자 입장에선 국산 프로그램 의무편성비율이 줄어들고 프로그램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지지부진했던 PP분야의 자회사 설립도 ‘파트너 고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또 해외 미디어기업 등 외국 자본 유치를 잘 활용하면 태광은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상승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로 인해 국내 PP 시장이 붕괴될 경우 이에 대한 도덕적 논란이 SO를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