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기는 보험사…이게 현실
보험처럼 투명하게 원가를 구분할 수 있는 상품은 찾기 어렵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냉장고의 원가를 구분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수백 가지 부품의 구입단가, 인건비, 간접비, 이윤을 정확히 구분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보험은 소비자가 납입하는 보험료 중 저축보험료, 위험보험료, 사업비를 1원단위까지 구분할 수 있다. 원가를 따지는 전문가 ‘보험계리사’가 따로 있는 것이 보험이다.
이를 소비자에게 알려주지 않기에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소비자들은 이를 알아야 보험상품을 정확히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음에도 공급자인 보험사가 감추려 하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이 ‘공개하라’고 주문하지만 교묘하게 비비꼬고 생색내기에 급급하다 보니 여전히 소비자들은 ‘장님 코끼리 만지듯’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만 볼 수밖에 없다.
상품공시위원회도 이익단체에 구성하도록 하고 알아서 공시하라고 하니, 숨길 건 숨기고 뺄 건 빼고 적당히 생색만 내며 알리는 흉내만 낼 수 있는 것이다. 보험에서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납입보험료의 몇 %’라고 간단히 알려주면 될 것을 ‘보험료지수’라는 이상한 개념을 만들어 복잡하고 모호하게 만들어서 공개하고 있다. 물론 이 개념을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변액보험 수익률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납입한 보험료에서 얼마나 투자수익이 났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납입보험료 대비가 아니라 납입보험료 중 펀드에 투입된 돈 대비 투자수익을 ‘수익률’로 공시해 왔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게 나온다. 이를 알려 왔으니 가입한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있었고, 새로운 소비자들이 이를 보고 가입하곤 했다.
최근 금융소비자연맹이 납입보험료 대비 투자수익률을 발표하자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동안 보험사들이 알려줬던 수익률의 개념을 잘못 알고 있던 소비자들이 해약하고, 신규 가입자들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보험사들은 난리를 쳤다. 이제 보험사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알려 줘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생긴다. 신뢰가 생겨야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다.
소비자도 알아야 한다. 노력하면 보험사가 숨기려 해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자신이 가입하고자 하는 상품의 약관을 읽어보고 보험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다른 회사의 상품은 어떤지 찾아보고 비교해 보면 좋은 상품이 눈에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판매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상품을 권유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상품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꿩 먹고 알 먹는 보험테크’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