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한계 느낄 때 서울을 만나다’…카와시마 코토리 ‘사란란’ 인터뷰 공개, ‘을지로 밤· 서촌 공기가 좋았다’

카와시마에게 서울은 낯설면서도 특별한 도시다. 그는 17살에 사진을 시작하기 전, 16살 때 처음 서울을 방문했다. 카와시마는 “일주일 동안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열정적이었다. 도쿄의 학교로 돌아가면 다들 다소 차갑게 식어있었지만, 서울 동갑내기 친구들은 굉장히 활기차고 다들 친하게 지냈다. 방과 후 친구들과 명동에 가서 밤늦게까지 놀기도 했다. 다들 너무 활기차고, 그런 모습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서울에서 작업 과정은 그에게 일종의 ‘재활치료’와 같은 시간이었다. 카와시마는 “직전의 일로 조금 피곤하기도 하고, 내 안의 부정적인 상태에서 현실 도피 같은 부분도 있어서 서울에 왔다. 서울 덕분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카와시마는 서울에서 작업한 ‘사랑랑’을 위해 호텔에 묵기도 했지만, 약 2주간 에어비앤비를 빌려 서울 생활을 체험하며 촬영했다. 카와시마는 “내가 한국에 살고 있다면 어떨까,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서울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아침에 일어나고, 좋아하는 카페를 찾아 커피를 마셨다. 카메라는 항상 몇 대씩 가지고 다녔다. 서울타워라든가, 공원이라든가, 어느 정도 표시만 정해놓고 그냥 밖으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카와시마는 낯선 언어 환경이 오히려 창작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카와시마는 “언어를 모르는 상태는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게 된다. 한글을 읽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도쿄라면 간판 글자와 사람들의 대화가 들어오지만 한국에서는 무슨 글자가 적혀 있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니까 그만큼 감각이 매우 예민해진다고 해야 할까”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카와시마는 서울 여러 지역 중 특히 서촌과 을지로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카와시마는 “서촌을 좋아하는 이유는 분위기라든지 기분 좋은 곳이다. 공기 흐름도 좋다. 을지로는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다양한 젊은이들이 있다. 내가 있던 호텔도 있고, 공장이 밀집해 있는 곳도 있고, 아주 멋진 바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을지로의 ‘신도시’라는 바를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카와시마는 “매일 밤마다 갔다. 호텔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어서 밤까지 사진 찍고 돌아와서 술 한 잔 마시고 싶을 때,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을 때 딱 좋은 곳이었다. 그곳에 가면 안심이 되더라. 흘러나오는 음악도 좋았고, 나를 내버려두는 느낌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한강에 대한 그의 인상도 특별했다. 카와시마는 “한강 노을, 좋다. 한강에는 혼자서도 많이 다녔다. 도시 한가운데 강이 있다는 게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다리도 걸어서 건너고, 여러 사람들과 한강에 갔기 때문에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아있다”라며 지극한 서울 사랑을 밝혔다.
촬영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그는 “참 많은데, 우연히 들어간 커피숍 어머님 눈빛이 너무 아름다웠다. 60세 정도 되신 어머님이였는데, 모르는 일본인인 저에게 그런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셔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 후로 그 커피숍을 찾지 못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저렇게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다니,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다”라고 답했다.
이번 작업에서 그는 디지털 카메라와 필름 카메라 등 총 7대의 카메라를 동원했다. 카와시마는 “세상에 사진이 넘쳐나지만 아직 미지의 영역도 많다. 그 알 수 없는 부분도 사진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해상도 디지털부터 컴팩트 필름 카메라까지 다양한 장비 7대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과 영상을 모두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카와시마는 이러한 다양한 장비 사용이 서울의 다양한 모습과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는 “서울은 도시 안에 오래된 것도 있고, 굉장히 최첨단인 것도 섞여 있고, 각각 다른 점이 재미있다. 사진이라는 틀 안에서 생각해도 그 이질적인 느낌이 재미있었고, 장비에 있어서도 그 이질적인 것들을 조합하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즐겁고,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던 ‘BABY BABY’ 시절이 떠올랐다. 일이라면 무엇을 위해 찍는지 목적이 있지만, 이번엔 달랐다. 다원 씨와 규리 씨는 순수하게 작품을 만든다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영화감독 양익준 감독과 만남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카와시마는 양익준 감독이 운영하는 바에 갔던 날 우스다 아사미와 함께 “내일 둘이서 촬영한다’고 말했다. 양 감독이 “어디서 촬영하나요?”라고 물어봤다.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하자 다음 날과 그 다음 날에도 양 감독이 서울 곳곳을 안내해 주었다고 한다.

카와시마는 인터뷰에서 사진에 대한 자신의 철학도 나눴다.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아마 기술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찍는 사람의 개성이 묻어나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인물 사진을 찍는 이유에 대해 “사람은 항상 변화하는 존재다. 불변하는 부분도 있지만, 나는 그 변해가는 순간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 ‘미라이짱’ 작업으로 말하자면, 말을 하기 전, 완전한 인간이 되기 전 그 순간을 담을 수 있는 게 매력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와시마는 “어떤 시점에서 사람들은 고민이 있거나 자신감이 부족할 수도 있지만, 내면에 무언가를 품고 있다. 앞으로 크게 변화할 잠재력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겉모습만으론 알 수 없는 내적 갈등과 고민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한 발을 내딛는 그 순간의 인간이 가장 흥미롭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촬영 시 좀 더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그때는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지만, 다 잊어버린다. 사진을 하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인데, 찍지 못한 것은 사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날 찍은 것이 좋든 나쁘든 찍힌 것이 사진이고, 실패해도 괜찮다. 오히려 실패를 포함해서 사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카와시마는 30년 전 홈스테이를 했던 가족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본가에 갔더니 그때 자료가 남아 있었다. 고등학교 이름과 당시 홈스테이를 했던 집 주소가 적혀 있었다”라며 “만난다면 ‘상우 씨. 기억하고 있니?’라고 물어보고 싶다. 아주 똑똑하셔서 공무원이 되셨을지도 모른다. 30년 동안 못 만났는데 기억나실까”라면서 “밥을 계속 내주셨다, 하루 4끼를 먹여주셨다”라고 회상했다.

카와시마는 ‘사랑랑’ 사진집을 일본 출판사에서 4월 정도 출간하기 위해 작업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카와시마 코토리를 통해 본 서울은 이렇게 보이지만, 동시에 관객분 수만큼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며 “내가 가진 세계와 타인이 가진 세계는 다르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매력이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것을 스스로 발견하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전시를 통해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서울미술관 카와시마 코토리 ‘사란란’ 전시는 2025년 2월 26일부터 10월 12일까지 진행된다. ‘사란란’이란 독특한 제목은 한국어를 모르는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사람’과 ‘사랑’을 합쳐 만든 창작 단어다. 외국인인 카와시마에게 두 단어가 ‘사란’[sa-lan]으로 비슷하게 들려 자신만의 단어를 만든 것이다. 서울미술관은 이 ‘바보스러운 에러’가 담긴 단어에서 작가의 고운 정서가 느껴진다며 전시명으로 채택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