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장 선거는 제도 개편 변수, 대표팀 감독 선임은 결재 라인 공백…청문회 예정에 아시안컵 준비도 촉박

#공석 된 축구협회장
정몽규 회장의 최초 사임 발표는 월드컵 개막을 2주 앞둔 지난 5월 29일이다. 당시 정 회장은 "월드컵 이후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사임 시기가 월드컵 폐막 시점으로 전망됐으나 실제는 지난 6일로 2주가량 앞당겨졌다.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된 대한축구협회는 20일 안에 선거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선거 방식이 달라질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기존 축구협회장 선거는 제한된 선거인단을 중심으로 치러졌다. 축구협회에는 10만 명 이상의 선수가 등록돼 있지만 2025년 2월 열린 협회장 선거의 최종 선거인단은 고작 192명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관련 정관 개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에서는 선거제도 개편에 따라 나설 후보가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기 회장 후보군도 관심사다. 일부에선 직전 선거에 나섰던 허정무 전 감독,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 등 후보들이 거론된다. 다만 지난 선거에서 이들은 각각 15표와 11표를 얻는 데 그쳐 향후 영향력에 의문이 따른다. 이들 외에 정기선 HD현대 회장, 김성한 쿠팡플레이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기존 축구협회 임원으로 몸담고 있던 축구인도 언급된다.
선거제도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 빠르게 출마 선언을 하는 인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축구협회장 자리는 과거처럼 매력적인 자리가 아닌 것으로 통한다. 대표팀 감독 선임, 신뢰가 떨어진 협회의 상황, 제도 개편 등 산적한 과제 등이 부담이 될 수 있다.

협회 밖에서도 움직임이 시작됐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주도로 K-축구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는 출범식에서 박지성과 함께 맡고 있던 공동위원장직을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에게 넘겼다. 박주호, 이영표 등과 함께 법조계, 학계 인사도 혁신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혁신위는 축구 행정 거버넌스 개편, 유소년 육성 체계 개선, 기술 시스템 정비 등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먼저 협회장 출마에 대해 선을 그었다. 혁신위에 참가한 축구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해서도 "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처리할 일이다.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말을 남겼다.
혁신위는 '장외 단체'다. 이들이 개선 방안을 들고 나오더라도 협회가 따르지 않으면 의미는 퇴색된다. 정치권, 정부의 개입을 차단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 탓에 혁신위가 협회에 강하게 압박을 가하기도 어렵다. 박 위원장은 "출범할 때부터 그 부분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며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최휘영 장관 역시 이 같은 한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한국 축구가 팬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렸기에 그걸 회복할 수 있는 단계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정치권도 움직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는 22일 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청문회에서는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 소재,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적정성, 축구협회 운영 전반의 문제가 다뤄질 예정이다. 정몽규 전 회장을 비롯해 홍명보 전 감독,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등 축구협회 인사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참고인으로는 박지성 공동위원장,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손흥민·황희찬 등이 포함됐다.
청문회에 대해서는 시선이 엇갈린다. 한 축구계 인사는 "탈락 책임 소재를 따진다는데, 국회의원들이 경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인가"라며 "월드컵에서 탈락하자 한 의원이 '제보를 받았다'며 팀 내부 이야기를 하더라. 그게 대표팀과 축구 발전에 과연 도움이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특정 선수를 왜 쓰지 않았냐는 호통만 나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각 소속팀 일정이 이어지는 현역 선수를 불러들이는 것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급한 문제는 사령탑이 공석이 된 A대표팀이다. 협회장 선거, 혁신위 활동, 정치권 청문회 모두 중요하지만 대표팀의 시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불과 6개월 뒤면 아시안컵이 시작된다. 한국 축구가 언제나 우승을 목표로 삼는 대회다. 대한민국의 마지막 아시안컵 우승은 66년 전인 1960년이다.
당장 두 달 뒤인 9월에는 A매치 일정도 예정돼 있다. 축구협회는 앞서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대처가 늦어지면서 임시 감독 체제를 이어간 전력이 있다. 감독 선임이 늦어질수록 아시안컵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차기 감독 선임을 위한 논의에 돌입했다. 지난 3일 회의를 열었다. 구체적 논의 이전에 향후 일정과 방향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2025년 4월부터 현영민 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문제는 결재 라인이다. 앞서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는 전력강화위원회가 후보를 평가·추천하고 협상을 진행한 이후 축구협회 이사회를 통해 최종 결정되는 방식으로 바뀐 바 있다. 축구협회 수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이사회 가동 여부를 알 수 없다.
후보군은 쏟아지고 있다. 이미 한국과 인연이 있는 파울루 벤투, 거스 포옛 감독이 관심을 드러냈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한 경험이 있다. 포옛 감독은 전북 현대를 이끌고 K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이들 모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국내파 지도자들도 하마평에 오른다. 다만 국내 감독의 경우 이전과 다르게 공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뒤따르면서 1개월 이상 공모를 거치는 방식으로 변모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지원자를 평가해 추천하면 협회 이사회가 심의해 선임 의결한다. 최종적으로는 대한체육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 축구는 한 번에 여러 숙제를 떠안았다. 새 회장을 뽑아야 하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외부에서는 혁신을 요구하고 정치권은 책임을 묻겠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곳곳에서 이어지는 목소리가 임시 처방으로 그칠지,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