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한 가족·과거의 자신 등에 보내는 편지 도착…낡은 우체국 개조해 12년째 운영, 하루 1000통 접수

편지의 수취인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이들이다. 예를 들어 행방이 묘연해진 친구나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 과거의 나 등 사연은 다양하다. 가장 많이 도착하는 것은 죽음으로 이별한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내용이다. 사별한 남편에게 “첫째 딸이 내년에 결혼한다”며 보내온 편지처럼 수신인이 고인일 경우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NHK에 의하면, 아와시마는 1990년대까지 항구가 번성한 어촌마을이었다. 주민 대부분이 원양 항해에 종사했다고 한다. 우체국에서 전보를 취급하던 시절이라 항해를 떠난 가족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했다. 그러던 우체국이 1991년 해안가로 새롭게 이전하면서 옛 건물은 문을 닫았다. 이후 젊은이들이 모두 도회지로 떠나버리고, 마을에는 점점 빈집만 늘어갔다. 여느 인구 과소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옛 우체국 건물은 방치된 채로 남았다.

2013년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에서 현대미술가 구보타 사야가 이 건물을 활용해 ‘표류 우체국’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사람들이 보내온 수신처 불명의 편지를 보관하고, 직접 편지를 쓰고 읽을 수도 있는 우체국이 콘셉트다. 실제로 옛 우체국 건물에서 국장을 지낸 나카타 가쓰히사가 표류 우체국의 국장으로 취임했다.
당초 이 기획은 한 달만 개국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 달 동안 3만 1000여 명이 방문했고, 400여 통의 편지가 접수됐다. 나카타 국장은 “차례로 오는 편지를 훑어보던 중 ‘표류 우체국을 계속 운영해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할 수 없어 표류하는 감정들을 받아주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통감했기 때문이다. 자비를 들여 건물을 보수하기 시작했고, 꼬박 12년째 이어오고 있다. 어느새 표류 우체국에 접수된 편지는 6만 통을 훌쩍 넘긴다.

NHK에 의하면 “하루 평균 1020통의 편지가 표류 우체국에 도착한다”고 한다. 대부분은 익명이고 발신인 주소는 적혀 있지 않다. 두서없는 일상의 이야기부터 작별의 말, 지켜봐 달라는 메시지, 함께했던 날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등 다양한 사연이 빼곡히 담겼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고인에게 부치는 편지이지만 “5년 후 너는 매일매일 행복할 테니 포기하지 말라”며 과거의 자신에게 응원의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표류 우체국’에 대해 조명하며 이렇게 평했다. “수많은 사연이 모이는 이곳엔 다양한 사람들의 표류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가장 슬픈 순간도, 가장 행복한 순간도, 인생에서 맛보는 온갖 감정이 모이는 곳이 표류 우체국이다.”

나카타 국장에 의하면 “몇 년에 걸쳐 계속 편지를 보내는 ‘단골’도 여럿 있다”고 한다. 전용 선반을 따로 준비했는데, 그중 한 명은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낸 손자에게 수년째 편지를 써온 할머니다. 한 달에 두 번은 꼭 편지가 도착했으나 어째선지 최근에는 갑자기 편지가 끊겼다. 나카타 국장은 “언제까지나 같은 마음으로 슬퍼할 수만은 없을 테니 마음의 정리가 된 것이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손글씨로 편지를 쓰다 보면 후련함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 나카타 국장은 “소중한 사람과 작별하고 편지를 쓰다가 북받쳐서 통곡하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전하고 싶어도 전할 수 없는 마음을 맡아줄 수 있는 장소로서 표류 우체국을 가능한 오래도록 지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카타 국장은 “스마트폰 시대라도 여전히 손편지의 따뜻한 감성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표류 우체국을 오래도록 남기기 위해서라도 건강할 때 후계자를 찾는 방법을 마련해두고 싶다”고 밝혔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