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쓸고 닦고 조여라
▲ 이건희 삼성 회장. 삼성의 내부 혁신 움직임을 두고 성장 위기설 등 말들이 분분하다. | ||
게다가 삼성그룹을 둘러싼 대규모 구조조정 소문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실적 부진에 따른 계열사 임직원 대규모 감원설이 시장에 나돌면서 삼성 측 인사들이 ‘사실무근’이라며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이런 일들 외에도 요즘 삼성 안에선 전과는 다른 풍경들이 연출되고 있는 모양이다. 내부에서 곡소리 날 정도의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가 하면 총수일가와 관련된 소문도 퍼지는 중이다. ‘초일류기업’ 삼성그룹 안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삼성 측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 소문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이 같은 이야기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감사 성격을 띠는 내부 경영진단 때문일 것이다.
특히 실적이 부진한 몇몇 사업부에 대한 그룹 차원의 전면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어 모은다. 삼성 측은 “감사가 아닌 진단”이라 밝히지만 실적 부진에 따른 위기감이 삼성 안팎에 고조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내사를 통해 옷 벗을 사람들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이나 삼성물산 등 삼성 각 계열사에서 지난 1분기부터 부쩍 내부혁신에 관련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 나돌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삼성의 대대적인 내부감사가 사업부의 혁신 차원이 아니라 그룹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점이다.
삼성그룹은 외환 위기 이후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비슷비슷한 사업군이 먹이사슬처럼 연결되는 형태로 탈바꿈했다. 돈이 되는 반도체를 정점으로 소재와 장비, 부품 사업을 각 계열사가 나눠갖는 구조가 된 것. 외환 위기 이전 신수종 사업군으로 선택된 자동차 사업은 인력과 설비, 사업 자체가 그룹에서 도려내졌다.
이후 신수종 사업에 대해서는 늘 찾아보고 있다고 했지만 2001년 이후 반도체 사업의 막대한 이익을 나눠먹는 사업구조개편을 했지 신수종 사업을 시작한 것은 없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선 삼성그룹 자체도 지난 5년간 ‘반도체 착시’에 눈이 멀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것. 이런 반도체 착시를 거둬내지 못한 삼성의 전략기획실이 계열사를 감사한다는 게 아귀가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존 사업부의 인력조정과 사업통폐합은 지엽적인 대증요법이지 삼성의 위기에 대한 근본처방이 아니라는 얘기다.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재계 일각에서 삼성의 후계자인 이재용 전무의 주변에 대한 구설수가 겹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20일자 <기자협회보>는 ‘삼성이 MBC의 보도를 막았다’는 내용의 보도를 해 눈길을 끌었다. MBC가 ‘삼성전자가 애프터 서비스를 하면서 재생 부품을 사용해 폭리를 취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후 후속보도를 준비했다가 삼성의 한 임원이 MBC에 전화를 걸어 전파를 타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MBC 노조(위원장 박성제)는 노보를 통해 ‘MBC 보도국 출신 삼성 고위 간부가 MBC에 전화를 걸어왔다’며 로비설의 실체를 밝히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삼성 임원은 이재용 전무와 대학 선후배 사이다. 올 초 정기인사를 통해 주력 계열사의 핵심임원이 됐으며 업계 인사들 사이에선 이른바 ‘이재용 사단’으로 분류돼 온 인물이다.
업계 인사들 사이에 이재용 전무 측 인사로 알려진 또다른 임원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들려온다. 다른 대기업 정보팀 인사들이 작성한 보고서에 해당 임원이 이 전무의 신임을 등에 업고 이따금 거친 언행을 보인다는 내용이 오르내린다는 전언이다. 해당 임원이 주도하는 사업부가 그룹 차원의 혹독한 경영진단을 받는다는 소문도 업계 인사들 사이에 퍼져 있다.
이런 구설수에 대해 업계 인사들의 해석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는 반박도 들려온다.
하지만 실적부진으로 인해 삼성그룹의 전체적인 사업구조 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그룹 후계자와 관련된 구설수까지 겹치고 있어 삼성이 어떤 식으로 상황을 정리할지 주목받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