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주차장서 살해 시도 무산 뒤 대전 노상에서 실행…장재원 “이용만 당했다는 생각 들어 결심”
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르면 피의자에게 신상정보 공개를 통지한 날부터 5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피의자가 서면으로 이의 없음을 표시하면 즉시 공개할 수 있다. 장재원은 별도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범행에 쓰인 흉기는 하루 전인 28일 장재원이 한 마트에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음독 목적으로 농약도 함께 샀다. 미리 살인을 준비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도주 과정에서도 장재원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계속 이동 수단을 바꿨다.
살인을 저지른 뒤 도주에 사용한 공유차량은 피해자 A 씨 명의로 빌렸다. 장재원은 공유차량으로 일정 거리를 이동한 뒤 오토바이로 갈아타고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해당 오토바이 역시 피해자 명의로 리스한 것이었다.
장재원은 오토바이를 타고 충남 계룡시로 간 뒤 차량을 렌트해 경북 구미로 이동했다. 완벽하게 도주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던 장재원은 다음 날 오전 대전 서구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나타났다. 장재원은 A 씨의 빈소를 찾기 위해 대전 소재 장례식장을 여러 군데 돌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장재원은 장례식장에 나타난 이유에 대해 “진짜 죽었는지 확인해보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장례식장에서 자신을 ‘피해자 남자친구’라고 말하는 장재원을 본 직원은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직원에게 장재원의 사진을 보여줘 동일인임을 확인했다. 이때가 오전 10시 40분께였다. 당시 장재원은 오토바이가 아닌 렌터카업체에서 빌린 K5 차량을 가지고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장제원이 장례식장을 빠져나가 K5 차량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 렌터카업체를 통해 K5 차량 GPS(위성 위치 추적장치)를 검색해 대전 중구 산성동 방향으로 이동 중인 것을 파악한 경찰은 바로 형사와 형사기동대를 출동시켰다.

경찰 조사 결과 장재원의 A 씨 살해 첫 시도는 흉기를 구입한 28일에 있었다. 연인 관계였던 장재원과 A 씨는 2024년 11월에 헤어졌다. 헤어진 계기는 교제 당시 장재원이 A 씨 명의로 리스한 오토바이 때문이었다. 배달업에 종사하던 장재원은 A 씨와 오토바이 리스 명의를 두고 다툼을 벌이다 헤어졌다고 한다.
당시 다툼은 경찰 기록에도 남아 있다. 2024년 11월 1일 장재원은 식당에서 A 씨와 다투며 그릇 등을 파손한 혐의로 형사 입건이 됐다. 하루 뒤인 2일 장재원이 A 씨의 집에서 오토바이와 부동산계약서 등을 가져가자 A 씨가 장재원을 절도와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장재원은 4개월 동안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340만 원가량을 송금하며 A 씨와 만남을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A 씨는 연락을 피하고 만나주지 않았다. 경찰은 장재원이 조사 과정에서 “카드 값을 내주는 등 경제적인 도움을 줬으나 이용만 당했다는 생각에 서너 달 전부터 불만을 갖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장재원은 또 경찰에 신고당한다. 6월 27일 한 편의점에서 A 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장재원이 소란을 피웠는데, 폭행 등의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7월 28일 장재원은 A 씨를 만나 함께 경북 지역으로 이동했다. 만남의 명목은 다툼의 원인이 됐던 오토바이 리스 명의 변경이었다. 이를 위해 함께 부산에 가야 한다고 A 씨를 속인 장재원은 렌트카를 타고 경북 구미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살인을 시도하려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장재원은 경찰 조사에서 “공간이 넓어 (A 씨가) 도주할까봐 범행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고 한다.
구미를 거쳐 김천으로 이동한 장재원은 숙소에서 A 씨에게 “부산 가자고 한 것은 거짓말이고, 사실은 너를 죽이려 했다”고 털어 놓았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장재원은 28일에 A 씨를 살해하고 음독자살을 하려고 흉기와 함께 농약도 구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9일 대전으로 돌아온 장재원은 A 씨의 집에 따라 들어가 흉기를 휘두르려고 했다. 그런데 A 씨가 장재원이 자신의 집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면서 노상에서 다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장재원이 미리 준비해 놓았던 흉기로 A 씨를 찔러 살해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