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극심한 ‘마일리·대보리·백둔리’ 경보시스템 작동되지 않아

지난 7월 20일 새벽 가평군에는 물폭탄에 가까운 기습 폭우가 쏟아져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주택이 침수하고 차량이 떠내려 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조종면 대보리에 사는 A 씨도 그날 새벽, 주택이 침수되는 참사를 겪었다. 그는 새벽 3시경 가슴까지 차오른 물을 피해 인근 주택으로 대피해 목숨을 부지했다고 그날의 상황을 설명했다. A 씨가 거주하는 곳은 가평군 경고 방송장치에서 50여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대피할 당시까지 아무런 대피 방송을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산사태 피해가 극심했던 마일리 주민 B 씨 역시 “전기도 나가지 않았는데 방송은 끝내 없었다.”고 주장했다. 신하리와 녹수계곡, 덕현리 등 피해 현장 곳곳에서 “경고 방송을 듣지 못했다.”는 증언이 줄을 이었다.

가평군은 산간 계곡과 마을 등에 총 166개소의 재난 예·경보 시설을 설치해 운용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20일 새벽, 이 중 상당 부분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권역별 송출 내역을 확인한 결과 10여개 이상 권역에서 경보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피해가 극심했던 ▲조종면 마일리·대보리 ▲북면 백둔리 등에서도 경고 방송이 송출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군은 “자동경보시스템이 정상 작동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실제 피해 지역 주민들의 일치된 증언과 작동 불능 정황이 속속 확인됐다. 경보시스템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의혹에서 사실로” 가평군 책임론
전문가들은 “홍수·산사태 자체는 막기 어려웠더라도 경보만 제대로 울렸다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주민들 역시 “자동경보시스템을 믿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군의 대응은 명백한 부실”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평군 책임론은 의혹이 아닌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지역 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재난 시스템 관리 부실, 대응 매뉴얼 미이행 여부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한편, 가평군은 지난 7월 20일 집중호우 당시 일부 예·경보시설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8월 중 재난 예·경보시설 202개소에 대한 전수 점검을 완료했다. 군 관계자는 “호우 대비 안전문자 발송과 산사태 위험지역 사전 대피 조치를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군민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예·경보 체계를 보완하고 신뢰성 있는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남일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