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蝟島)는 허균의 ‘홍길동전’에서 이상세계로 그려진 율도국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진 섬이다. 바로 이 섬의 대리 마을에서 매년 음력 초사흘날에 열리는 특별한 전통 의례가 있다. 1985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위도띠뱃놀이’다.
띠배를 끌고 모선이 먼 바다로 나가는 모습. 사진=국가유산청 제공위도띠뱃놀이는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는 민속놀이다. 바닷가에서 용왕굿을 할 때 띠배를 띄워 보내기 때문에 띠뱃놀이라 부르게 됐다. 마을 사람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세운 집인 ‘원당’에서 굿을 하기 때문에 원당제라고도 한다. 띠배란 바닷가에서 나는 띠풀이나 짚 등으로 엮은 작은 배를 말한다.
위도띠뱃놀이의 유래는 조선 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대리마을 앞 칠산바다는 임금에게 진상되는 금빛 참조기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했다. 연초가 되면 위도 주민들이 칠산바다의 용왕에게 만선과 평안을 기원하며 어선 모양의 작은 띠배를 만들어 바다에 띄우는 풍어제를 지냈는데, 그 전통과 유산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띠배에 실리게 되는 7개의 허수아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위도띠뱃놀이는 원당제, 띠배 제작, 주산 돌기, 용왕굿, 띠배 띄우기, 대동마당(뒤풀이) 순으로 진행된다. 초사흘날 아침이 되면 뱃기(어선의 깃발)를 든 선주와 풍물을 치는 주민들, 무녀와 축관 등이 영기를 앞세우고 원당에 오른다. 이곳에 제물을 차리고 절을 하고 축문을 읽는 유교식 제례를 거친 후 당굿에 들어간다. 이것이 바로 원당제이다.
당굿은 성주굿을 시작으로 산신굿, 손님굿, 지신굿, 서낭굿, 깃굿, 문지기굿으로 이어진다. 성주굿은 마을사람들의 장수와 복, 풍어를 빌며, 산신굿은 산신에게 올리는 것으로 역시 마을의 평안과 복을 축원한다. 지신굿은 터주신을 위하고 부를 축원하는 지신풀이이고, 서낭굿은 마을의 수호신인 서낭에게 마을사람들에 대한 축복, 어린아이들의 무병장수와 복, 그리고 풍어를 기원한다. 그런가 하면 어선을 가지고 있는 선주들이 1년 동안 배에 모실 서낭을 내림받는 깃굿은 어업민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식으로 여겨진다.
원당제가 치러지는 원당 안의 모습. 사진=국가유산청 제공당굿을 마친 일행은 제단에 차려놓은 제물을 챙겨 마을의 동쪽 바닷가로 가서 한지에 싼 용왕밥(당밥)을 바다에 던지고 절을 한다. 그 뒤에 마을을 도는 주산 돌기에 들어간다. 주산 돌기란 제관과 풍물패, 뱃기를 든 일행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을 따라 마을을 한 바퀴 도는 것을 말한다.
원당제와 주산 돌기가 진행되는 동안 대리 마을 선착장에서는 남자들을 중심으로 바다에 띄워 보낼 띠배를 제작한다. 띠와 짚, 싸리나무 등을 함께 엮어 길이 3m, 폭 2m 정도로 배 형태를 만들고, 돛대와 닻을 달아 띠배를 완성한다. 그 안에 소원을 적은 띠지를 비롯해 각종 제물과 함께 볏짚으로 만든 허수아비 7개를 싣는다. 선원 역할을 하는 이 허수아비는 ‘허제비’ 또는 ‘제웅’이라고도 하는데, 액막이를 하고 고혼을 달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띠배 제작을 마치고 나면 선착장에서 용왕굿을 벌인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주산 돌기와 띠배 제작을 마치고 나면 선착장에서 무녀를 중심으로 용왕굿을 벌인다. 이때에는 마을의 여자들은 물론 온 주민이 모여 용왕굿을 지켜본다. 용왕굿이 끝나면 여자들은 용왕상에 올려놓았던 제물을 조금씩 떼어 큰 함지에 담아 섞은 뒤 바다에 고수레를 한다. 이때 풍물패의 장단에 맞춰 가래질소리와 배치기(고기잡이배가 떠날 때 부르는 노래), 술비소리(그물을 당기며 부르는 어업노동요) 등을 부르며 한바탕 놀이판을 펼친다.
이러한 과정이 끝나면 띠배를 바다에 띄워 보낸다. 띠배를 모선(母船)에 연결해 바다 가운데로 끌고 나가 크게 원을 그리며 돌고, 그 뒤에 모선에 연결된 끈을 풀어 놓으면 띠배는 망망대해로 떠나간다. 모선에는 풍물패와 소리꾼 등이 승선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띠배가 무사히 용왕께 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선착장에 온 주민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모선이 띠배를 이끌고 먼 바다로 향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띠배를 바다로 띄워 보내기 위해 함께 나갔던 모선이 마을로 돌아오면 해변에서는 뒤풀이로 큰 놀이판이 벌어진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을의 모든 주민들이 모여 어깨춤이 절로 나는 풍악 속에서 한 해 동안의 풍어와 무사고를 기원하며 밤늦게까지 놀이판을 벌인다.
위도띠뱃놀이는 신명나는 뱃노래와 춤이 함께하는 향토축제로 고기를 많이 잡고 마을이 안녕하기를 기원하는 어민들의 토속적인 신앙심이 담겨져 있다. 굿과 기원의 공간이 산(수호신을 모신 원당)과 마을(주산 돌기), 바다(용왕굿)로 이어지는 것이 특색이다.
위도띠뱃놀이는 액운을 띠배에 실어 먼 바다로 띄워 보내며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는 축제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위도띠뱃놀이는 1978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리마을 당제의 한 과정인 ‘띠배 보내기’란 이름으로 출전해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 (사)국가무형유산 위도띠뱃놀이보존회를 중심으로 김상원(장고), 이종순(악사, 창) 보유자, 장춘섭(북, 창) 장영수(상쇠) 명예보유자 등이 전승 활동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