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더딘데 만찬 주도, 독립성·중립성 등 저해 우려…“매체별 돌아가며 갖는 자리, 부적절 발언 없어”
해당 술자리는 권창영 특검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자리에서는 수사와 재판 등을 둘러싼 거침없는 대화와 농담이 오갔다. 이전에 있던 내란·김건희·순직해병 3대 특검 체제에선 볼 수 없던 장면이다.

종합특검은 지난 3월 12일 오후 6시 30분 경기 과천시 한 중식당에서 출입기자들과 만찬을 가졌다. 종합특검 측에서는 권창영 특검 포함 4명, 기자들은 지상파와 종편 방송사 및 일간지 등 8개 매체 소속 8명이 참석했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자리는 종합특검 안에서도 권 특검이 직접 추진해 마련됐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시작도 안 된 때였다. 초청 받은 기자들은 시간은 냈지만, 의아하다는 반응이 상당수였다.
'수사팀 수장'인 특검이 직접 기자 몇몇을 따로 불러 술을 마시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앞선 조은석(내란)·민중기(김건희)·이명현(순직해병) 특검은 6개월 동안 기자들과 술을 마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통상적으로, 기자가 나름의 취재 역량을 통해 수사팀 관계자와 따로 만나는 경우는 존재한다. 그렇지만 수사 총 책임자가 정례 브리핑과 같은 공식 석상 밖에서 먼저 입을 열지는 않는다. '수사정보 유출' 등 의심이 뒤따를 가능성 때문이다. 3대 특검이 기자들과 사적인 자리를 갖지 않았던 이유다.
지난 3월 12일 만찬에 대해 잘 아는 인사는 "종합특검이 제대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몇몇 기자들과 저녁을 하겠다기에 당혹스러웠다"며 "무슨 중요한 메시지라도 내는 줄 알았지만, 그저 술자리였다"고 말했다.
예견된 측면도 있다. 권 특검은 지난 2월 25일 현판식에서 "개별 매체와 접촉을 금지하고 정식 계통만 허용한다는 게 공보 방침"이라면서도 "가끔 저녁식사는 할 수 있는데, 기자단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매체별 개별 접촉은 금지하되, 저녁식사는 따로 할 수 있다는 모호한 암시였다. 다만 이번 사례는 기자들의 요청이 없었는데도 권 특검이 먼저 주도했다는 점에서 당시 방침과 거리가 멀다.
이날 자리에 초대받지 못한 한 출입기자는 "특검이 매체를 선별해 술자리를 가진 사실을 아예 몰랐다"며 "기자 개별 접촉 안 한다더니, 이번은 단체 접촉이라 괜찮다는 뜻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수사 초기 단계도 아닌, '극초반'에 일부 기자들과 술부터 마신 격인데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당시 만찬에선 적지 않은 양의 술이 오갔다. 중식당에서 나온 뒤 2차 장소에서도 음주가 이어졌다. 도중에 노래방에 가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여기까지 이뤄지진 않았다.
이처럼 분위기가 시종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예컨대 권 특검이 "남자는 평생 어리다. 여자들이 찌질이들 데리고 산다" 식의 무의미한 농담도 있었지만, 특검팀 한 관계자는 지귀연 판사의 내란사건 선고 비판에 꽤 거친 표현을 동반하는 등 외관상의 절제마저 스스로 허무는 발언이 있었다고 전해졌다.
특검은 일반 수사기관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요구받는 조직이다.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을 맡은 만큼, 수사 내용뿐 아니라 태도와 처신까지 엄정해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자들 역시 수사당국과 밀착이 지나치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특검 측 프레임에 휘둘려 자기도 모르게 비판·감시·견제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는 까닭에서다. 피의사실 공표 우려도 마찬가지다.
종합특검은 조만간 또 다른 기자들을 불러 만찬을 가질 계획이다. 종합특검 관계자는 "매체 별로 돌아가면서 갖는 자리"라며 "피의사실 공표나 기타 부적절한 발언은 저희가 신경써야 할 부분인데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권 특검은 대답을 피했다. 3월 23~25일 그는 최근 자리에서 한 농담 등의 진위, 만찬을 이어가는 배경 등에 대한 일요신문 문자메시지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는 읽었지만 외면했고 전화는 받지 않았다.
정지웅 변호사(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는 "엄중한 시기에 무거운 사안을 다뤄야 하는 특검이 수사 초기부터 이렇게 행동하면 중립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낳을 우려가 크다"며 "적절치 않은 행보"라고 지적했다.
종합특검 기본 수사 기간은 90일이다. 이후 30일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현재 출범 약 한 달째지만 아직도 인원을 채용 중이다. 강제수사는 출범 약 3주 만인 지난 3월 16일 처음 이뤄졌다. 대통령실 관저 이전 의혹 관련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자택 압수수색이었다. 3대 특검이 일제히 출범과 동시에 강제수사에 돌입한 사례와 대조된다는 지적이 종합특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