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허위 공보 지시·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인정…‘적법한 계엄’ 주장에 부담 커져

지난 29일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형량이 1심보다 2년 늘어난 데에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일부 혐의가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외신 대상 허위 공보 지시’ 혐의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 폐쇄 등 물리력을 동원했음에도 계엄은 정당하며 국회의원 출입을 막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배치되는 허위 사실을 전파하도록 강요한, 전형적인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하며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항소심은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인정 범위도 넓혔다. 1심은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소집 통보조차 받지 못한 7명에 대한 권리 침해만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연락은 받았으나 밤 10시 16분이라는 시각과 물리적 거리를 고려할 때 사실상 제시간에 참석이 불가능했던 나머지 2명의 장관(박상우·안덕근)에 대해서도 심의권이 박탈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유죄 범위를 대폭 넓혔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범행 후 정황을 양형에 고려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상당한 시간을 피고인의 범행 후 정황과 대통령으로서의 책무 위반을 강하게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의 명백한 잘못을 은폐하려 했으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주장을 되풀이하며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굵직한 혐의들은 이견 없이 유지됐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과 영장 집행의 적법성을 인정해 체포를 물리력으로 저지한 혐의, 사후 허위 계엄선포문을 작성하고 폐기한 혐의 등은 모두 2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됐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체포방해 사건에 관한 판단이지만, 같은 비상계엄 사태를 배경으로 한 만큼 내란우두머리 항소심의 일부 쟁점에도 참고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는 체포영장 집행의 적법성, 국무회의 소집 절차의 하자, 외신 공보 지시의 직권남용 해당 여부 등을 각각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번 사태를 단순한 절차적 흠결이 아닌 명백한 헌정질서 파괴 행위로 공식화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 본인을 비롯해 주요 군 관계자들이 줄줄이 엮인 ‘내란죄 본안 재판’의 가이드라인이 법원에 의해 일부분 제시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간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 혐의에 대해 “대통령의 고도 정치적 결단에 따른 통치행위”, “위기 상황에서의 합법적 계엄” 등 방어 논리를 펼쳐왔다. 다만 이번 항소심 판단은 윤 전 대통령 측의 이 같은 ‘적법한 계엄’ 주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선고는 내란 본안 사건의 예고편으로, 내란전담재판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줬다”며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정질서 파괴이며 내란이라는 것을 명문화했기에 내란 본안 사건에서도 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만큼 내란 사건에서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정당하고 합법적 계엄’이 아니라는 것이 이번 재판에서 나오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선고 직후 윤 전 대통령 측은 “재판부의 편향된 법리 해석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비상계엄 사태의 본질을 ‘내란’으로 엄단하며 확고한 사법적 이정표를 세움에 따라 윤 전 대통령 측과 특검이 상고할 경우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