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사 3명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승소 확정…각 급여 지급일 기준 5년 소멸시효 적용, 공무원 유사 분쟁에도 영향 미칠 듯
대법원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교사 3명이 대구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교육청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및 상고이유를 모두 살펴봤으나, 상고이유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상 심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대구지법과 대구고법이 판단한 '5년 초과 임금 환수 불가' 법리가 최종 확정됐다.

1심 재판부는 교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고법 제1행정부도 지난해 10월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교육청 측 과실에 대해 비교적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당시 재판부는 "승급 기간에 산입되는 육아휴직 기간에 관한 규정은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확하다"며 "업무 담당자가 관련 규정에 반해 호봉을 재획정하거나 정기승급일을 잘못 입력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교육청이 주장한 '육아휴직 계산의 복잡성'이나 '전산 입력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전산 시스템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어려움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과다 지급된 임금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다. 법원은 호봉 재획정 자체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는 '당연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과다 지급된 임금 반환청구권은 호봉 정정 시점이 아니라 임금이 실제 지급될 때마다 발생하며, 소멸시효 역시 그때부터 진행된다고 봤다. 결국 교육청이 뒤늦게 오류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수년 전 지급된 임금까지 한꺼번에 환수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이에 법원은 A 씨의 경우 약 994만 원 중 약 473만 원, B 씨는 약 1629만 원 중 약 864만 원, C 씨는 약 111만 원 중 약 67만 원을 초과하는 반환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대구시교육청은 항소와 상고를 이어갔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까지 교사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해당 법리는 확정됐다.
김병진 변호사(법무법인 법여울)는 "기존에는 호봉 오류를 무효 사유와 취소 사유로 구분해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교사들이 구제받을 수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소멸시효 적용 범위를 명확히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행정기관의 호봉 산정 오류가 수년 뒤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장기간의 임금을 한꺼번에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신뢰보호 원칙과도 충돌할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은 교사뿐 아니라 공무원들의 유사 분쟁에도 중요한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향후 유사 사건 처리 기준과 환수 여부 등에 대해서는 교육부와 인사혁신처 등 관계기관의 유권해석을 받아 검토할 것"이라며 "이번 사안은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교사와 공무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교사노동조합 이보미 위원장은 "이번 판결로 대구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공무원에게도 환수 적용 범위를 5년으로 안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 전 환수에 대해 이의 제기 없이 사인을 한 분들이 꽤 많은데, 그 경우는 개인 간 계약으로 봐 소급 적용을 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면서도 "행정 실수로 인한 피해가 공무원들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아준 이례적이고 독보적인 판결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전국 교육청과 행정기관의 오랜 기간이 지난 호봉 재산정과 임금 환수 관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교사와 공무원들이 기관의 행정 착오로 발생한 급여 문제를 수년 뒤 일괄 환수당하는 사례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은주 대구/경북 기자 kej29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