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악화 차입 부담 속 자산 매각 나서지만…고공행진 ‘올리브영’ 상장 막혀 승계 방정식도 꼬여

CJ블로썸파크는 2017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특별사면 이후 4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며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글로벌 1등이 되는 월드베스트 CJ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던 상징적인 장소다. 총수의 경영 복귀 무대였던 핵심 전략 부지 인근까지 매각 리스트에 언급될 정도로 유동성 압박이 심하다는 방증이다.

CJ그룹 유동성 부담이 위험 수위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주사 CJ의 올 1분기 연결기준 자본은 17조 1714억 원, 부채는 31조 2188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182%에 달한다. 구조조정이 진행중임에도 1년 전 168.1%에서 부채비율이 더 높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172개 기업집단 ‘하위그룹’ 평균 부채비율은 158%로, CJ그룹 부채비율은 중견기업보다 높은 셈이다.
한국은행이 많게는 올해 4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 속 차입금 부담은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높은 이자 비용이 기업 잉여 현금창출력을 지속적으로 잠식하며 신규 투자 여력을 축소시키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룹 중추이자 모태인 CJ제일제당 재무 상황이 녹록지 않다. 1분기 CJ제일제당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12조 4476억 원으로 2025년 말 대비 8% 늘었다. 종속회사인 CJ대한통운이 물류 인프라 투자를 위해 5000억 원가량을 추가 차입했고, ‘본체’ 역시 바이오 등 신사업 수익성 둔화에 차입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부 매각을 통한 자금수혈 노력도 지지부진하다. 지난 4월 매각이 최종 철회된 CJ제일제당 ‘그린바이오 사업부’가 대표 사례다. 당초 자본시장에서는 그린바이오 사업부 몸값이 최소 6조 원에서 최대 8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매각이 성사될 시 유동성 가뭄이 일거에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었다. 회사 측은 그린바이오 사업부가 미래 핵심 사업인 만큼, 매각보다는 자체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원매자를 찾기 힘들어 거래가 무산됐다는 관측이 주류다.
지난해 10월 매각한 사료·축산 자회사 CJ피드앤케어(F&C) 매각도 겉으로 드러난 숫자 대비 실질 현금 유입이 적다. CJ F&C는 네덜란드 로얄드허스에 약 1조 1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지분 매각을 완료했지만, 매수자가 F&C 장부에 남아있던 부채 약 8000억 원을 떠안는 조건이 포함돼 CJ제일제당에 유입된 실제 현금은 약 2100억 원 수준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3년간 분할 지급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월 초에는 대형 과징금 리스크까지 터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분 및 전분당 가격을 수년간 담합한 혐의로 CJ제일제당을 포함한 4개 사에 역대 최대 규모인 합산 747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중 CJ제일제당 몫은 1030억 원으로, 1분기 순이익인 1198억 원과 버금가는 액수다.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해야 할 제일제당에 영업외비용 부담이 더해지면서 현금흐름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콘텐츠 계열사 실적 부진 장기화도 그룹 재무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계열사 중 재무구조가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CJ CGV는 2024년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현물출자를 통해 300%대까지 낮췄던 연결 부채비율이 올 1분기 834%까지 재차 급등했다.
지난해 7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1000억 원 규모로 추진했던 공모회사채 발행이 기관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을 기록한 후 기관 자금 조달 창구가 사실상 닫힌 상태로, 고금리 단기 차입에 의존하며 이자 부담 또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여기에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이 진행 중인 CJ CGV의 아시아 지역 지주사 CGI홀딩스 지분 매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CJ ENM은 핵심 기반인 TV 광고 시장 장기 침체에 발목이 잡혔다. 2025년 1분기 영업이익이 7억 원으로 급락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역시 15억 원에 그쳤다. 미디어플랫폼과 음악 부문의 적자가 반복되는 가운데, 토종 OTT 티빙(TVING)의 콘텐츠 확보 비용이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증권가는 광고 경기 회복 지연을 근거로 CJ ENM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올리브영이 대표적인 ‘믿을맨’인데…
CJ그룹사가 모두 실적·재무 악화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관광 붐과 K-뷰티 열풍에 힘입어 실적 고공행진 중인 CJ올리브영이 대표적인 ‘믿을맨’이다. 비상장사인 CJ올리브영은 1분기 매출 1조 5372억 원, 순이익 1300억 원을 기록했다. 지주사 CJ에 661억 원을 배당하기도 했다. 현재 지주사 기업가치 50% 이상이 CJ올리브영에 기인한다.

현실적인 대안은 CJ올리브영과 지주사 간 합병이다. 최근 이재현 회장이 현장에 나서 CJ올리브영을 손수 챙기는 모습을 연출한 점 또한 향후 합병 비율 산정에 대비한 ‘몸값 띄우기’ 차원의 밑그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경우 4세인 이선호·이경후 지분을 지주사에 녹여내 경영권 승계 토대를 만들 수는 있으나,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은 힘들다. 계열사 실적이 악화된 상황 속 무리한 합병을 강행할 시 주주 반발 또한 예상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 전체가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 확보에 급급한 상황에서 ‘마지막 동아줄’이었던 올리브영 상장마저 막히며 승계 실탄 마련 방정식이 꼬여버렸다”며 “이선호 그룹장이 전략실에서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유력하게 꼽히던 남매 공동경영 구도 대신 콘텐츠 부문에서 꾸준히 조직 장악력을 다져온 이경후 역할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journalist@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