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암이 노후까지 발목
▲ 노부모 봉양과 자식 뒷바라지에 치여 ‘낀세대’로 불리는 50대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유명 광고 카피가 오늘에서야 딱 들어맞는 세대.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세대. 우리나라 최대 인구 집단을 자랑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다.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의 현재 나이는 51세~59세로 본격적인 사회적 은퇴시기를 맞이했다. 노부모 봉양과 자녀들의 교육에 치여 막상 자신의 건강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이들의 은퇴는 여러 의미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는 60대 이상 고령층과는 또 다른 질병 유형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 일이라 치부했던 은퇴가 코앞에 닥쳐온 베이비부머 세대의 질병 지도를 해부해 봤다.
“노후라는 단어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살았다. 앞만 보고 달렸을 뿐인데 남은 것은 고장 난 몸뚱이뿐이다. 이제라도 내 몸을 챙기고 싶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정년퇴직을 한 해 앞둔 직장인 박 아무개 씨는 하루하루가 한숨으로 가득하다. 나름 대기업 생산직에 종사하며 평범한 삶을 살았으나 퇴직 이후의 삶은 그저 막막함뿐이기 때문. 아직 직장을 잡지 못한 자녀에다 거동이 불편한 노부모까지 박 씨만 바라보고 사는 가족만도 5명이나 돼 병원을 찾는 일조차 부담스럽다고 한다.
이런 고민을 떠안고 있는 이는 비단 박 씨뿐만이 아니다. 700만 명이 훌쩍 넘는 베이비부머 세대 대부분이 박 씨와 같은 이유로 은퇴를 두려워하고 있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국민연금도 이들에겐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80%에 달하는 인구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령액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 이는 본인의 치료비조차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상당수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비관적인 전망만이 쏟아지는 이유는 그만큼 베이비부머 세대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뜻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 전략연구센터가 발표한 ‘2012 베이비부머 건강증진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298개 질병에 대한 연령별 및 성별로 구분된 보험적용인구, 진료인원 및 진료비 지급 현황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베이비부머 세대는 기존 고령층 만성질환으로 꼽히는 질병에도 취약할뿐더러 고비용이 드는 암에 걸릴 확률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베이비부머 세대의 건강을 위협하는 ‘공공의 적’은 고혈압으로 밝혀졌다. 뒤를 이어 치아우식증(충치), 기관지염, 당뇨병, 기타 간질환, 천식, 만성 부비동염, 심장질환, 기타 고혈압, 알코올성 간질환이 상위 10위에 랭크됐다. 60대 이상 고령층이 뇌경색 및 뇌혈관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달리 베이비부머 세대는 간 관련 질환 발병 빈도가 높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혔다.
하지만 정작 베이비부머 세대의 발목을 잡는 존재는 암이었다. 고비용 만성질환 순위 역시 고혈압이 1위를 차지했으나 상위 10개 중 5개가 암이었던 것. 유방암과 간암, 위암, 폐암, 기타 암은 진료인원수 기준으로는 순위권에 들지도 않는 질병이었으나 진료 비용만큼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만성질환은 고령층이 되어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기에 연구진들은 나이가 듦에 따라 고령층 인구가 앓고 있는 당뇨병, 심장질환 및 뇌경색 등의 질병에 노출될 위험도 높아 이에 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차재필 선임연구원은 “만성질환은 발병 시 장기간의 치료와 비용이 요구되므로 사전예방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현재 50대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지고 있는 만성질환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만성질환과 상당 부문이 일치하고 있어 지금부터 관리를 해야 한다”며 금전적인 부담이 큰 암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암유병자 100만 시대 3명 중 1명 발병
내가 암에 걸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암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괜한 걱정으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안타깝게도 암 발병률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한 ‘201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완치 후 생존하고 있는 암 경험자수가 무려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균 수명인 81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이 36.4%나 됨을 뜻한다.
발병률을 기준으로 하는 ‘10대 암’도 매년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녀를 통틀어 2010년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이었다. 다음으로는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전립선암이 뒤를 이었다. 물론 성별에 따른 차이도 존재한다. 남성의 경우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이 암 환자의 60%를 이루고 있었으며 여성의 경우 갑상선암과 유방암, 대장, 위암 순으로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이처럼 꾸준히 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꼽혔다. 무엇보다 서구식 식생활과 신체활동의 감소 등 생활습관의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인구의 고령화, 암 진단 기술 발달, 조기검진 활성화도 암 발생 증가의 원인으로 거론됐다.
다만 의학기술 발달로 인해 생존율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실제 2006~2010년 동안의 암환자 5년 생존율은 64.1%로 조사됐는데 이는 앞선 2001~2005년의 생존율 대비 10.4% 향상된 수치다. 특히 주요 암으로 분류되는 전립선암과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은 매년 생존율이 큰 폭으로 증가해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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