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에 ‘현대’ 넣어 말어?
그렇다면 어떤 이름이 간택될까. 현대차증권, 기아증권, HD증권, 해비치증권 등등 계열사명을 조합해 보지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래도 ‘현대증권’이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현대증권은 이미 손꼽히는 대형증권사로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산하에 있다. 현대가의 장자인 정몽구 회장으로선 너무 아깝지만 현재로선 현대증권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
여기서 나온 이야기가 ‘그렇다면 정몽구 회장은 궁극적으로 현대증권을 인수, 신흥증권과 합병하는 길을 택할 것’이라는 억측으로 이어졌다. 이 이야기는 다시 ‘나비효과’처럼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확대된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건설(현대상선 지분 8.3% 보유) 인수에 이은 현대상선·현대그룹 경영권 인수를 위한 ‘범 현대가’ 결집에 참여, 그 대가로 현대증권을 가져온다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 대해 현대가 관계자들은 “시나리오상으론 그럴 듯하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으로선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시나리오만 믿고 있기엔 개명은 더 시급하고 현실적인 문제다.
그런데 최근 더 그럴듯한 ‘후보’가 떠올랐다. 바로 ‘현대M증권’이 그것. 현재 현대차그룹 산하 현대카드엔 ‘현대M카드’가 있고 그동안 브랜드를 위해 거액을 투자, 인지도도 높다. 현대증권보다는 못하지만 차선책으로 충분히 고려할 만한 선택인 듯하다. 현대증권과 혼동될 수 있지만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측에서 ‘딴죽’만 걸지 않는다면 무난하다. 현대차 관계자도 “증권사 인수 관련 사항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현대M증권이) 괜찮아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증권은 현대차그룹의 증권업 진출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 ‘현재 현대증권에 맡긴 현대차 대주주 지분 수조 원이 빠져나갈 것이다’ ‘새 증권사가 현대·기아차 연고지역에 많은 지점을 내는 등 공세를 할 것이다’라는 등의 소문이 돌고 있는 것.
다른 증권사들은 인력유출을 걱정하고 있다. 신흥증권 기존 인력이 300여 명에 불과해 대대적인 ‘인력사냥’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 내부에선 재무관련 부서 중심으로 ‘증권사 전출자’를 뽑고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내부 인력 충원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 재계 2위 재벌 현대차의 증권업 진출, 앞으로도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재계에 화제를 뿌릴 듯하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