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와 성관계…“연애감정”
미성년자 성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영욱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경찰 조사에서 검찰 기소까지
“지난해 5월쯤 이 일이 시작된 뒤 피해자와 검찰 측의 일방적인 이야기만이 언론에 보도됐다. 미성년자와 합의하에 만났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보기 좋지 않아 말하지 못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던 일은 못 하더라도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첫 공판에서 ‘할 말이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고영욱이 밝힌 심경이다. 지금껏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고영욱이 비로소 공판에서 입을 연 것이다.
고영욱의 말처럼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5월 서울 용산경찰서가 고영욱을 상대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부터다. 당시 고영욱은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며 미성년자인 A 양(사건 당시 만18세)을 유인한 뒤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경찰조사 과정에서 두 명의 여성이 추가로 고영욱을 고소했다.
그렇지만 검찰 기소는 쉽지 않았다. 경찰 인지 수사로 시작된 A 양 사건의 경우 고영욱과 A 양 사이에 오간 휴대폰 메시지 내용 등으로 볼 때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고영욱의 주장에 더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검찰이 A 양 사건을 기소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고영욱을 고소했던 두 명의 피해자도 소를 취하했다. 그러자 검찰 기소는 점점 어려워졌고, 그렇게 사건은 해를 넘겼다.
그렇지만 올해 1월 고영욱이 지난해 12월 여중생 D 양(사건 당시 만13세)을 자신의 차량에 태워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되면서 사건은 재점화됐다. 결국 검찰은 고영욱을 구속기소했고, 사건은 비로소 재판부로 넘겨졌다.
# 검찰 측 기소 요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11부는 303호 법정에서 고영욱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기소된 사건은 모두 세 건으로 지난해 고영욱이 고소당한 두 건과 올해 초에 드러난 D 양 성추행 건이었다. 다만, 이 사건의 출발점이 된 용산경찰서의 인지 수사로 입건된 A 양 사건은 결국 기소되지 못했다.
첫 공판에서 검찰은 세 건의 기소 요지를 간략히 밝혔다. 우선 첫 건은 지난 2010년 여름 고영욱이 B 양(사건 당시 만13세)을 집으로 데려가 위력으로 강간한 혐의다. 일주일 뒤 고영욱은 B 양을 다시 집으로 데려가 술을 마시게 한 뒤 성관계를 가졌으며 그해 가을에도 B 양을 집으로 데려가 위력으로 유사성행위를 하도록 했다.
두 번째 건은 역시 2010년 7월 C 양(사건 당시 만17세)을 역시 집으로 데려가 위력으로 성추행한 혐의다. 지난해 A 양 사건이 불거지자 고영욱을 고소했던 B 양과 C 양은 모두 고소를 취하한 상태다. 세 번째 건은 앞서 언급한 D 양 사건이다.
지난해 5월 용산경찰서에 소환되면서 사건의 시작을 알렸다. 임준선 기자
검찰의 기소 내용 요지에 대해 변호인들도 변론 요지를 밝혔다. 우선 B 양 건에 대해 고영욱의 변호인은 “성관계와 유사성행위를 가졌지만 합의하에 이뤄졌다”며 “물리력 행사나 위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형법상 12세까지의 미성년자는 성관계를 가진 것만으로 미성년자 강간죄가 성립되지만 13세 이상은 합의하에 가진 성관계는 불법이 아니다. 사건 당시 피해자 B 양은 13세였다. 결국 검찰은 합의가 아닌 위력에 따른 강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변호인은 위력이나 물리력 행사 없이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라고 반박하고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고영욱의 변호인은 “C 양과 서로 연애감정을 갖고 만났지만 물리력 행사는 없었다”라며 “키스를 하려 했지만 C 양이 고개를 돌리며 거부의사를 밝히자 행동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기소 내용에는 고영욱이 C 양의 목덜미를 잡는 등의 물리력을 행사하며 강제로 키스를 한 것으로 돼 있지만 고영욱 측은 입술은 살짝 닿았지만 C 양이 거부의사를 밝혀 더 이상의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 기소 내용은 고영욱이 D 양에게 가슴을 주무르고 배를 만지고 상의를 들춰 배꼽 인근을 만지고 목덜미를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고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D 양이 태권도를 배웠다는 얘기를 듣고 다리를 눌러보긴 했지만 그 이외의 신체 접촉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 향후 공판 전망
향후 재판은 검찰 측이 제시하는 증거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피해자 가운데 B 양과 D 양은 모두 미성년자라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 검찰 진술 CD로 대신할 예정이다. 법적으로 성인이 된 피해자 C 양은 법정에 출두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 증거는 피해자 진술 CD와 CCTV 녹화 영상 등이다. CCTV는 엘리베이터와 주차장 영상, D 양이 고영욱의 차량에 타는 모습 등이다. 다만 이들 증거들은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직접적은 증거물은 아니다. 피해자의 진술과 고영욱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CCTV 등의 증거는 고영욱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이고 직접적인 내용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법정에서 고영욱이 무죄가 입증될 여지도 남아 있다.
다만 불기소된 A 양까지 더하면 모두 네 명의 미성년자와의 부적절한 접촉을 거듭했다는 부분이 고영욱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영욱은 D양과의 만남은 전면 부인했지만 A 양, B 양, C 양 등과는 호감을 갖고 연애감정으로 만남을 가져왔다는 부분은 인정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변호인은 고영욱이 반성하고 있다며 도덕적인 비난은 감수하지만 법적으론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재판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이번 공판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음 공판은 오는 28일 오후 4시 40분에 예정돼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