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카사노바? 조용한 학생이었다”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배우 박시후가 1일 오전 서울 녹번동 서부경찰서로 출두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그날 밤 무슨 일이…루머 통해 확대된 논란
각종 정보지에서 박시후 사건 관련 미확인 정보가 쏟아지면서 이는 카카오톡 등의 SNS를 통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경찰의 수사 중점은 약물 사용 여부와 박시후와 후배 신인 연예인 K가 함께 피해여성 A 양과 성관계를 가졌는지 여부다. 현재 A 양은 이런 취지로 박시후와 K를 함께 고소한 상태다.
우선 약물 사용 여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검사 결과를 통해 박시후 측이 유리해졌다. A 양에게서 별다른 약물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것.
두 번째 쟁점은 박시후와 K가 함께 A 양을 성폭행했다는 부분이다. 이 부분 역시 A 양이 고소 당시 받은 성폭행 검사에서 검출된 정액을 검사하면 쉽게 사실관계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지만 성관계 당시 콘돔을 사용했다고 알려진 데다 K는 성폭행이 아닌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검사 결과만으로 경찰의 혐의 입증이 이뤄지진 않을 전망이다.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과는 정반대로 관련 루머는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국과수 검사에 반응하지 않는 신종 약물을 사용했다는 의혹부터 스리섬 논란, 전 소속사 배후설 등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것. 심지어 피해자 신분인 A 양을 둘러싼 각종 루머는 물론이고 A 양에 대한 신상 털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 대학 동기가 얘기하는 K 관련 루머의 실체
K의 경우 유명인과 일반인의 중간 지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이미 연예계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진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또는 무명 연예인이다.
K를 둘러싼 다양한 루머가 검증 없이 확산되고 있다. 루머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우선 K가 대학 시절부터 소문난 카사노바였다는 내용으로 예쁜 여자 인맥이 탄탄해 박시후 등 스타급 선배 스타들에게 여자를 자주 소개해줬다는 루머다. 또 한 가지는 K와 A 양이 과거 연인 사이였다는 루머로 심지어는 대학교 CC(캠퍼스커플)였다고도 알려지고 있다.
확인 결과 이런 소문은 대부분 근거 없는 루머였다. 우선 K의 대학교 과사무실 관계자는 “K는 현재 휴학한 상태”라며 “A 양의 이름은 우리 과 학생 가운데 없다”고 확인해 줬다. K가 휴학 중인 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같은 과 학생들은 대부분 K의 존재를 잘 모르고 있었다. K가 대학 재학 시절 유명 인사였던 터라 같은 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이번 사건이 엄청난 화제가 되고 있다는 루머와는 상반된 분위기였다. 그 이유는 캠퍼스에서 만난 K의 대학 동기생을 통해 풀렸다.
K의 같은 과 동기는 “1학년 때 잠시 학교를 다닌 뒤 연예계 활동을 위해 휴학해서 동기들 몇몇을 제외하곤 K를 잘 모른다”며 “카사노바였다니 터무니없는 소리다. 그냥 조용한 학생이었고 학교를 다닌 기간이 짧아 여자 후배도 거의 모르는데 어떻게 CC였을 수 있나? A 양의 이름도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또한 K와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한 여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해당 배우에게 물어보니 한때 K와 친하게 지내긴 했는데 요즘엔 연락이 뜸해졌다고 하더라”며 “그냥 좋은 오빠로 기억하고 있더라. 카사노바라느니 주변에 여자가 많다느니 하는 얘긴 금시초문이라더라”고 전했다.
연예 관계자들 사이에선 주연급 스타 박시후에 대한 신뢰가 후배 K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최준필 기자
반면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K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주연급 스타인 박시후에 대한 신뢰가 K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박시후의 대학 선배이기도 한 연예인 B는 “절대 (박)시후는 그런 일에 휘말릴 친구가 아니다”며 “왜 K가 그런 자리를 만들어서 이런 일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K 측에서는 문제의 밤이 지난 뒤인 15일 오후 A 양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공개했는데 주된 내용은 “클럽에 가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K를 클럽에서 자주 봤다는 연예관계자들이 많았다. 연예인 B 역시 “클럽에서 K를 여러 차례 봤다”고 밝혔다.
사실 K는 연예계에서 비교적 좋은 코스를 밟아왔으며 작은 비중의 역할이지만 여러 편의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다. 또한 인간관계도 좋은 편이라 아직 신인이지만 그를 알고 있는 연예인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이런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런 좋은 인간관계도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편견으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박시후 등의 스타급 연예인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써서 친분 관계를 만들어왔으며 그 과정에서 여자를 소개해주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 한 연예관계자는 “클럽에서 보면 K가 스타급 선배 연예인에게 잘 보이려고 무척 노력하더라”며 “(박)시후랑 A 양의 술자리를 주선한 것 역시 그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리가 아닌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한 연예기획사 이사는 “소속 연예인을 통해 K를 알게 됐는데 선배들에게 잘하는 편이었고 동료들과도 관계가 좋았다”며 “K가 사교적이라 주위에 사람이 많았고 그런 모습은 성격이 좋아서라고 보였다. 다만 이번 사건과 맞물려 그런 사교적인 모습이 괜한 편견과 루머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는 견해를 보였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고소인 A양 루머의 실체 엉뚱한 여대생, 신상털려 ‘곤혹’ 사건 초기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 알려진 A 양의 이름으로 인해 동명이인의 한 여대생이 고소인으로 알려지며 그의 사진이 피해여성의 사진이라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여대생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또한 박시후와 함께 피소된 K와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신인 여배우가 고소인이라는 소문이 잠시 돌기도 했다. 이 여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사건 초기 우리 배우 이름이 거론돼 깜짝 놀랐는데 다행히 금세 사그라들었다”라며 “물어보니 한참 동안 연락도 안하고 지냈다더라”고 밝혔다. 며칠 뒤 A 양이 또 다른 인물이라는 루머가 떠돌았다. 앞서 알려진 A 양의 실명과는 다른 이름이나 비슷한 이름이긴 하다. 게다가 유명 연예기획사 연습생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에도 네티즌들은 그의 사진을 퍼다 날랐다. 확인 결과 두 번째 A 양 역시 실제 고소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A 양이 연습생으로 있다고 알려진 소속사 관계자는 “현재는 우리 회사 연습생은 아니다”며 “그렇지 않아도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깜짝 놀라며 무슨 소리냐고 되묻더라. 자기는 절대 아니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A 양이 누군지를 두고 네티즌들의 관심이 뜨거운 까닭은 A양 역시 연예인 지망생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네티즌들 사이에선 인터넷을 뒤지면 누군지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비슷한 조건을 가진 여성들을 찾아내 고소인 A 양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추측을 양산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
K는 그때 왜 박시후 집에 있었나 대중교통이 끊겨서? 납득이 잘… 박시후 성폭행 피소 사건의 가장 큰 의혹 가운데 하나는 왜 K가 문제의 그날 밤 귀가하지 않고 박시후의 숙소에서 잤는가 하는 점이다. 박시후는 보도 자료를 통해 “지인의 소개로 만난 A 양과 술자리를 가진 점에 대해서는 인정합니다”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서로 남녀로서 호감을 갖고 마음을 나눈 것이지, 강제적으로 관계를 가진 것은 결코 아님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의혹은 A 양을 소개해준 지인인 K가 왜 남녀로서 호감을 갖고 마음을 나누던 현장인 박시후의 숙소에 그날 밤 함께 있었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박시후와 A 양이 모두 술에 취해 박시후의 숙소까지 운전만 해준 뒤 귀가했더라면, A 양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니 박시후의 숙소까지만 업어서 데려다준 뒤 귀가했다면 의혹과 루머가 지금처럼 확산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K는 다음 날인 15일 오전에, A 양은 15일 오후 2시경에 박시후의 숙소를 각각 떠났다. 그렇다면 K가 선배 연예인인 박시후가 A 양과 마음을 나누는 현장에 머물렀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K가 술에 취해서 박시후의 숙소에서 자고 갔을 수도 있지만 청담동 포장마차에서 박시후의 숙소까지 K가 운전을 했음을 감안하면 K는 귀가하지 못할 만큼 술에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시후의 법적대리인인 법무법인 프루메의 김도경 변호사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언론에 확인해줄 순 없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K의 한 측근은 Y-star <생방송 스타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K의 집이 서울 외곽으로 박시후의 숙소인 청담동과 거리가 먼데 이미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이라 잠을 자고 다음 날 아침에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택시비 정도는 쉽게 줄 수 있는 박시후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이 역시 이해가 쉽진 않다. 반면 A 양은 박시후와 함께 K까지 경찰에 고소해 당일 성폭행에 박시후는 물론 K도 가세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