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만우절, 정말 거짓말 같은 뉴스가 전달됐다. 처음 시작은 인기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 출신 배우 김성은의 결혼설이었다. 그렇지만 이는 김성은이 만우절을 기념해 자신의 트위터에 거짓말로 장난을 친 것이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순풍 산부인과>에 출연했던 배우 김 아무개 씨의 자살 소식이 보도됐다. 이로 인해 잠시 자살한 연예인이 김성은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 주인공은 바로 90년대 CF 모델과 배우로 활동했던 김수진이었다.
지난 29일 오후 1시 김수진은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는 김수진의 남자친구로 알려졌다.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고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주변 진술이 더해지면서 고인의 사인이 자살로 굳어져가고 있는 분위기다.
90년대 CF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김수진은 이국적인 얼굴과 수영과 검도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로 한창 주목을 받았었다. CF 모델로 데뷔해 ‘비아트’ CF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수진은 배우 MBC 드라마 <도전>을 통해 배우로 데뷔해 MBC <베스트극장>에 출연했다. 이후 SBS 드라마 <도시남녀>에서 짝사랑으로 가슴앓이 하는 회사원으로 출연했는데 가장 비중이 큰 역할을 맡은 드라마였다.
사망 소식이 알려질 당시 언론 보도에서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이 고인의 대표작처럼 표현됐지만 사실 <순풍산부인과>에선 그리 비중이 크지 않았다. 따라서 고인의 대표작은 주조연급으로 출연한 드라마 <도시남녀>와 ‘비아트’ 등 히트를 친 몇 편의 CF로 기록되는 게 더 정확해 보인다.
성장 과정에선 외가댁의 보살핌을 받았다.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이던 상황에서 연예계 입문을 결정한 것 역시 외가댁의 도움 때문이다. 당시 광고업계에서 일하던 이모부의 주선으로 CF 모델이 되면서 자연스레 연예계에 입문한 것.
다만 고인의 활동 이력은 90년대 후반에서 멈췄다. 무슨 까닭에 연예계를 떠났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김수진은 연예계 활동을 정리하고 호주로 떠났다. 호주에서 식당은 운영하며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것.
독일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뒤 연예인으로 데뷔했던 그가 이번엔 호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새로운 인생에 도전했다. 그렇지만 식당 운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고인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연예계 컴백을 준비했다.
그렇지만 연예계 컴백은 순탄치 못했다. 몇 년의 공백을 딛고 컴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믿었던 매니저에게 오히려 사기를 당한 것. 이로 인해 고인은 우울증을 앓게 됐다고 한다.
지금의 소속사를 만난 것은 지난 2010년이다. 새로운 소속사를 만난 김수진은 펜 페이지를 만드는 등 새로운 연예계 활동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미 30대 중반을 넘긴 90년대 CF 스타 출신 연예인에게 그리 기회를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10년 넘는 공백을 극복하는 것도 어려움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혼혈 CF 스타였던 고인에게 2013년 연예계는 돌아오기에 너무 먼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고인의 지인에 따르면 최근 몇 년 고인이 생활고로 힘겨워 했으며 술을 마시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여기에 우울증까지 앓고 있었다. 그렇게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고인은 우울증의 가장 무서운 합병증으로 알려진 자살로 인해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