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시대 ‘성급’하면 ‘필패’
▲ 금융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진 요즘 ‘김 대리’ 같은 소시민들은 향후 어떤 식으로 투자방향을 잡아야 할지 우왕좌왕 하고 있다. | ||
우리 김 대리도 가슴이 답답해서 하루에도 열두 번 하늘을 쳐다보지만 뭐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고 앉아 있기는 더 힘든 상황. 함께 방향이라도 잡아보자.
우선 가장 접하기 쉬운 뉴스 정보에 집중하자. 뉴스는 공개된 정보다. 그러나 그 이면이나 연결고리, 뉴스의 목적에 대해서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어렴풋한 방향이 보이기도 한다. 가장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G7’은 서방선진국 모임이다. 최근에 뉴스를 보면 ‘G20’이라고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는 주요 13개 신흥시장 국가들, 즉 우리나라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현재의 세계 금융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이런 나라들의 협력과 공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큰 흐름을 보려면 이들 개별 국가들의 상황도 잘 살펴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우리나라가 취할 각종 조치가 어렴풋이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의 기관투자자들과 외국인들의 동향을 자세히 보면 전체적인 윤곽은 대충 파악이 가능하다. 따라서 주식에 투자를 하고 있다거나 펀드에 가입하려고 한다면 면밀히 움직임을 관찰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부화뇌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은 개인투자자에 비해서 자금력이나 정보력에서 절대 우위에 있다. 총만 안 들었지 경제전쟁의 한복판에서 훈련도 안 된 시민군과 정규군이 맞붙는 것과 비슷하다. 대규모 투자자들이 움직인다고 해서 함부로 움직이면 그들의 의도대로 따라가게 되고 결국은 손실을 보게 된다. 자신이 생각한 수익률이나 손절매 기준을 정해놓고 원칙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심리전에 걸려들면 ‘100전 200패’다. 분수를 망각하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다.
상식이지만 지금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안전한 자산이 최고다. 미국에서도 주식이나 파생상품 잔고는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국채나 금 같은 안전자산이 급증했다고 한다. 이것은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도 대표적 안전자산인 은행예금이 늘었다고 한다. 개인이나 가정의 자산도 사실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지금보다 늘려야 하는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안전자산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거나 예금을 했어야 한다.
최근 펀드 손실로 결혼을 늦춘 사람들 얘기가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것도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대사에 필요한 자금을 높은 수익만 보고 펀드에 집중시킨 결과다. 중요한 자금을 안전하게 운용하고 자투리로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정석인데도 말이다. 이런 원칙은 불확실성의 시대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언제든 적용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착실하게 월급 받아서 생활하는 우리 김 대리의 전략은 아주 간단하다.
허리띠를 졸라맨 최소 생활비를 제외한 돈은 안전한 금융기관 상품 중 가장 높은 이자의 예금에 넣어 놓고 보너스나 성과급같이 추가로 지급되는 급여로는 펀드나 채권을 구입하는 방법이 제일 현명한 것이다. 우선 용돈부터 줄이고 절약을 생활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편 ‘김 회장’, 즉 고액 자산가들은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그들에게서 ‘김 대리’는 뭘 배울 수 있을까. 개인사업으로 연매출 300억 원대를 올리는 기업 오너 A 씨의 경우를 보자. 요즘 A 씨의 하루는 바쁘기만 하다. 지금부터 6개월 정도 안에 자신의 인생과 사업에서 마지막 한 번의 기회가 더 올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A 씨가 하루에 공식적으로 잡는 미팅횟수는 5~6회. 조찬부터 만찬까지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면서 회사의 모든 상황을 챙기기다 보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A 씨가 만나는 사람들은 세 가지 부류다. 우선 기업인들. 지금 같은 시기에는 기업을 매각하려는 대주주들이 의외로 많다. 우선 경영이 힘들고 지치다 보니 의욕이 사라지고 당장 때려치우고 싶어 하는 경영인들이 많다고 한다. 각종 루트를 통해서 기업을 추가로 인수해 보려고 열심히 찾아보고 있다. 또 한 부류는 금융기관의 PB들이다. 평소 거래하던 금융기관의 PB들은 물론 외국계 은행이나 해외에서 활동하는 금융인들 중에 연이 닿는다면 가급적으로 만나려고 하고 있다. 이들의 의견은 앞으로 본인 자산을 운영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결정 요소가 된다.
A 씨는 여러 PB들을 만나본 뒤 현재 가지고 있는 예금자산이 만기가 되면 그대로 연장하지 않고 3개월 단위로만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기업 인수합병(M&A) 자금 등 언제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채는 자금 여력이 생기는 대로 최대한 상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고 회사의 재무 상태를 튼튼하게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임직원들도 갖게 하기 위해서 교육도 자주 실시하고 있다.
A 씨가 만나는 마지막 부류는 자금시장 사람들이다. 사채시장의 주요 인물과 거래처 등 회사와 관련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한국의 금융과 경제를 잘 안다고 생각되는 인사들과는 수시로 만나서 의견을 듣는다. 정보를 많이 가진 사령관은 세울 수 있는 전략전술도 많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어떤 시장정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회사 내에도 이러한 사항을 시달하고 매일 취합해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고액자산가들 대부분의 모습은 A 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변의 상황은 천지차이지만 적은 돈을 만지며 사는 개인들도 A 씨 같은 고액자산가들을 통해 배워야 할 부분이 있다. 잘나가는 모델을 따라하는, 벤치마킹만 철저하게 해도 작은 성공을 맛볼 수가 있을 것이다. 작은 성공이 모여서 큰 성공이 되는 것이다. 김 대리! 태풍이 거센 비바람을 몰고 온다지만 바다를 뒤집어서 깨끗하게 하듯이 불확실성의 시대가 당신을 강하게 키워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보자. 불확실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한치호 재테크 전문 자유기고가 hanchi10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