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온달♥그녀는 평강’ 우린 운명^^
아홉살 나이 차 커플인 배우 정석원과 가수 백지영이 결별설을 한방에 날리며 깜짝 결혼을 발표했다. 사진제공=IAMYURI
정석원-백지영 커플은 이처럼 시종일관 솔직했다. 교제 보도가 나오자 “생각보다 기사가 늦게 나왔다”고 눙쳤고 결별설은 결혼 발표로 응수했다. 교제 기간 내내 각종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서로에 대한 마음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으며 ‘국민 커플’로 우뚝 섰다. 대부분 연예인 커플이 감추기 급급할 때 이들은 드러냄으로써 호감도를 높였다.
결혼 소식이 알려진 직후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을 때도 정석원은 당당히 나섰다. 조심스러웠지만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행복하게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라는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백지영이 무려 아홉 살이나 어린 이 남자에게 인생을 맡기기로 결심한 속내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석원은 “이미 2주 전 서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마쳤다. 최근 엉뚱하게 결별 이야기가 흘러나와 (백)지영 씨가 힘들어 했었다. 이런 시점에 결혼 소식이 알려져 오히려 기쁘고 홀가분하다”며 웃었다.
2010년 정석원과 백지영의 첫 만남을 주선한 ‘사랑의 오작교’는 백지영와 절친한 스타일리스트였다. 당시 정석원은 SBS 드라마 <닥터챔프>를 촬영하며 여러모로 힘겨워하고 있었다. 이때 곁에서 그를 지탱해준 이가 백지영이었다. 그해 11월 <닥터챔프>가 끝난 후 두 사람의 만남이 잦아졌고 이듬해 초 연인이 됐다.
하지만 연인과 부부가 다르듯 교제와 결혼 역시 다르다. 정석원의 백지영을 여자친구과 아닌 아내로 맞을 결심을 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정작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는 정석원은 “3년 동안 백지영을 지켜보고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백)지영 씨와의 결혼을 생각해봤다. ‘3년 후에도 만나고 있으면 결혼을 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최근 들어 그런 마음이 자주 들었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영 씨가 나의 신붓감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두 사람의 만남이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이미 결혼 적령기가 지난 백지영으로서는 연하의 남성과 불장난 같은 풋사랑을 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지영은 교제를 시작하고 3개월 동안 그의 밑바닥까지 보여줬다. 정석원 앞에서 만취한 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은어와 속어 등 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남자의 진심을 알기 위해서였다.
백지영은 과거 한 방송에 출연해 “정석원이 이런 내 모습을 보며 ‘노력한다 노력해~ 아주 웃기고 있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 내가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이미 간파한 거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시기를 보낸 후 두 사람은 더 진지해졌다. 백지영은 누나가 아니라 여자로서 정석원의 곁을 지키며 배려했고 정석원 역시 먼 미래까지 바라보며 백지영과 애틋한 사랑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서로에게 맞춰가기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니다.
SBS <정글의 법칙> 영상편지 캡처 화면.
결혼을 불과 두 달 앞둔 두 사람의 결별설의 퍼진 진원지는 백지영이 출연했던 SBS 예능프로그램 <땡큐>였다. 당시 백지영은 “연하 남자친구와 어떤가?”라는 질문에는 “아직까진 좋다”면서도 결혼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직 없다. 지금 바라보는 방향이 약간 다른데 서두를 수도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호사가들이 말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급기야 양측 소속사에 결별 사실을 묻는 기자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땡큐>가 방송된 직후 정석원이 SBS <정글의 법칙>에서 영상편지를 띄우며 “열애설이 난 후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 있게, 행복하게 만나왔다. 사람들에도 그렇게 얘기했지만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러웠다. 우리도 남들과 똑같이 연애한다. 그리고 지영 씨가 항상 고맙다.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다”고 말하며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며 결별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항상 좋은 날만 있는 연인은 없다. 싸우고 풀기를 반복하며 결별 후 재결합하는 연인들도 수두룩하다. 정석원과 백지영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은 두 사람 사이에 놓인 9년 이라는 세월의 차를 걱정하지만, 일단 연인이 되면 ‘연상(하)’은 사라지고 ‘남과 여’만 남는다. 때문에 두 사람 역시 보통의 연인처럼 끊임없이 싸우고 할퀴었다. 하지만 상처 위에 새 살이 돋고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지듯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아 왔다.
정석원은 “물론 싸우고 서로 연락을 안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지영 씨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져 갔다. 그런 기간을 거치며 더욱 더 지영 씨가 나와 결혼할 상대라고 마음을 굳히게 됐다. 운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30대를 훌쩍 넘긴 한 여자와 이제 막 30대에 접어드려는 한 남자.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두 사람 모두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놓아본 적이 없다. 특히 정석원은 이제껏 한 번도 자신에게 결혼을 보채지 않았던 백지영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마주보고 있던 두 사람이 한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려 한다.
“백지영 씨는 항상 제 마음을 살피고 저를 편하게 해줍니다. ‘바보 온달’인 내가 기운을 낼 수 있도록 좋은 말도 많이 해주죠. 나는 그런 지영 씨에게 ‘당신은 평강공주이자 신사임당’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3년 동안 그 사람에게 항상 고마웠어요. 이제는 그 사람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