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가 회복하려면 기업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현재 상장기업 기준으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52조 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10%만 투자해도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의 세출 확대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왜 곳간에 돈을 쌓아두고 투자하지 않느냐는 질책과도 같은 발언이다. 이는 곧 ‘현금성 자산=투자하지 않고 쌓아둔 자금’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발행된 5만 원권 지폐 품질을 확인하고 있는 한국조폐공사 직원. 사진공동취재단
이에 대해 재계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금성 자산은 현금화 할 수 있는 만기 1년 미만의 예금 등을 의미한다. 한 대기업의 임원은 “현금성 자산이란 일종의 비상금”이라며 “갖가지 돌출성 리스크에 따라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이 현대 경제의 추세인데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을 모두 투자로 연결하는 회사가 있다면 바보천치란 말을 듣는다”고 말했다.
유보율을 투자 여력을 따지는 근거로 삼는 데도 논란이 있다. 통산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인 유보율은 벌어들인 돈을 얼마나 사내에 쌓아 놓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높으면 통상 재무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투자 등 생산적 부분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고여 있다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이와 관련,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기업 이윤이 남으면 수식 상으로 유보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론적으로 유보율과 실물투자 간에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의 투자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변동한다”면서 “돈이 많다고 해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느냐, 기업 관련 정책이 변동하느냐, 내부자금을 쓰느냐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올 것이냐 등 여러 요인이 있다. 돈만 많으면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