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되살아난 ‘빨간 딱지의 추억’
▲ 가압류 처분을 받은 김영집 씨 자택 D 빌라. 매매가는 25억 원 선이다. 김영집 씨와 합성. `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김영집 씨는 고 김종호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로 김동수 현 회장의 조카다. 김 씨는 거액의 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지난해 11월 29일 구속, 12월 16일 기소됐다. 코스닥 상장사 엔디코프와 코디너스를 인수·운영하면서 비싼 가격에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유상증자 등의 이유로 회사 자금 362억 원을 빼돌려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다.
김 씨는 이미 구속된 범 LG가 3세 구본호 씨와 두산가 4세 박중원 씨, 그리고 최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아들이자 이명박 대통령 사위인 조현범 부사장, 고 정주영 명예회장 손자 정일선 비앤지스틸 대표 등과 더불어 ‘재벌가 자제 주가조작 의혹’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재벌가 자제로 증시에서 거액을 굴린 것으로 알려진 김 씨 같은 인사들에 대해 “돈 걱정 안 하고 살 것”이라는 게 세간의 평가지만 최근 상황은 좀 달라 보인다. 김 씨 자택에 법원의 가압류 처분이 내려져 있는 것이다.
김영집 씨 자택은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위치한 D 빌라 ×동 ××1호. 한국토지신탁이 서울 구기동 이북5도청 뒤편 북한산자락 전용주거지역 대지를 사들여 지난 2002년 완공한 D 빌라는 2층 건물 8동, 총 16가구로 구성된 최고급 빌라다. 가구당 공급면적은 363㎡(약 110평), 전유면적은 255㎡(약 77평)이며 가구마다 170㎡(약 51평) 규모의 전용 정원이 제공돼 고급 저택 같은 환경을 누릴 수 있다.
D 빌라는 조명 사우나 환기·냉방시스템 등 내부 시설은 프랑스·이탈리아산 등 해외 유명 브랜드로 꾸몄다. D 빌라는 자산가치 하락 방지 차원에서 미국 주택관리전문회사에 관리를 맡겼으며 가구별 지문인식 보안인식 시스템과 외부인 출입자동 통제시설이 구비돼 있다.
최근 한 부동산 사이트에 매물로 올라온 D 빌라 한 채 매매가는 25억 원이다. 등기부에 따르면 김영집 씨는 2005년 4월 D 빌라 ×동 ××1호를 사들여 그해 10월에 입주했다. 그런데 이 집에 대해 2008년 10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가압류 결정이 내려졌다.
김 씨가 빚을 갚지 못하자 돈을 빌려준 측에서 김 씨 명의 부동산 가압류를 신청,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준 것이다. 등기부에 따르면 채권자는 A 펀드며 청구금액은 일본돈 1억 1571만 8520엔이다. 대법원 홈페이지에 나온 이 사건내역엔 청구금액이 12억 5764만 447원으로 기재돼 있다.
김 씨 집에 대해 가압류 결정이 난 것은 김 씨가 구속되기 한 달 보름 전의 일이다. 12억 원 때문에 본인이 사는 집 등기부에 가압류 딱지를 붙일 정도라면 그의 빗나간 투자행적의 결과가 득이 아니었다고 추론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김 씨가 돈 문제로 체면을 구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 모양이다. 김 씨 집 등기부엔 그가 이사 온 지 1년여 만인 2006년 9월 27일 서울중앙지법의 강제경매개시결정 처분을 받은 내용이 기재돼 있다. 채권자는 M 사였는데 이 건은 그해 10월 10일 취하된 것으로 등기부에 나와 있다.
그밖에 이 집 등기부엔 채무자를 김 씨로 하는 총 세 건의 근저당권 설정 계약이 나와 있다. 총 채권최고액은 11억 1000만 원으로 시중은행들이 채무자로 돼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