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기재부 직격 ‘사실상 분풀이’…다른 건설사 추가 이탈 막기 급선무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도시철도 사업 가운데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는 통과했지만 아직 착공을 못한 사업은 △위례신사선 △서부선 △면목선 △우이신설선 연장선, 4개 노선이다. GS건설은 이들 노선 중 규모와 총사업비가 가장 큰 위례신사선(14.7㎞, 1조 7605억 원)과 서부선(15.6㎞, 1조 5141억 원), 2개 노선의 사업참여권리를 획득했다가 잇달아 반납했다. 지난 6월 위례신사선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한 데 이어 두산건설 컨소시엄의 구성원(전구간의 25% 공사 담당)으로 참여했던 서부선에서도 지난달 탈퇴를 선언했다.
GS건설 관계자가 ‘일요신문i’에 밝힌 사업권 철회 이유는 ‘낮은 사업성’이다. 2020년 위례신사선, 2021년 서부선 사업참여자로 선정된 뒤 수년 새 공사 원재자와 인건비 등 건설물가가 많이 올라 당초 예상한 수익 구조가 깨졌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매월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월 99.86에서 올해 7월 130.10으로 4년 6개월 새 30.2% 올랐다. 위례신사선은 서울시가 지난 8월 사업비를 19%(1조 4847억 원→1조 7605억 원) 인상해 재공고하면서 GS건설의 재참여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지만 아무도 입찰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서부선 상황도 썩 좋지 않다. 당초 GS건설과 함께 두산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롯데건설과 계룡건설도 GS건설의 탈퇴를 지켜보며 현재 컨소시엄 잔존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시는 공식 계획이 나온 지 약 10년이 지난 두 노선의 착공이 더 밀릴 것에 대해 시민사회의 반발이 치솟자 기재부에 그 원인을 돌리며 부담감을 표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기재부가 시장에서 통하기 어려운 기준을 적용해 주요 건설사들이 참여를 포기하게 된 계기가 됐고,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렵게 됐다”며 “혹시나 기재부 비위를 거슬러 다른 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것을 걱정하는 공무원들의 처지 때문에 애써 참아왔는데 이제 인내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날을 세웠다.
GS건설과 서울시의 관계는 이른바 ‘순살아파트’ 시공 책임에 따른 ‘영업정지 처분’ 공방까지 더해져 다소 복잡하진 모습이다. 서울시는 2023년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GS건설에 ‘안전점검 불성실’ 책임을 물어 지난 9월 26일 영업정지 1개월(오는 12월 1일~31일)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GS건설은 나흘 뒤(30일) 공시에서 “서울시의 행정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과 취소 소송을 통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맞서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들 사이에선 검단 아파트 사고가 GS건설 재무 상황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줘 시 도시철도사업 철수로 이어졌을 것이란 추정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GS건설은 검단 아파트 재시공 등 사고 수습 비용으로 5524억 원의 손실이 난 것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잠정 388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사고 책임 등으로 올해 신용등급이 하락한 상황에서 GS건설은 올해 2분기 기준 5조 원을 넘긴 차입금 규모를 줄이고, 현금성 자산을 더 늘려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현재 서부선 사업 컨소시엄에 참여 중인 다른 건설사들의 이탈을 막고 면목선과 우이신설선 연장선 등 다른 노선의 사업자도 원활히 찾기 위해 노선별 사업비를 현실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공공공사의 계약자로서 일정 지위를 갖고 있는 기업이 보증금 포기 등 상당한 손실 매몰 비용을 무릅쓰고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재 치솟은 건설물가가 단기간에 안정화되는 방향으로 가기는 힘들어 보여 발주자와 건설사가 상호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사비가 조정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건설시장 변화에 합리적으로 적응해야 시민들에게 시급한 대중교통 인프라 조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