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생존 기로 속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버거워져…웨이브 “투자 방향 달라져 정리”
#오리지널 드라마 투자 여건 안 돼
지난 9월 23일 스튜디오웨이브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해산을 결의했다. 해산은 법인이 본래의 권리능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스튜디오웨이브는 청산인을 선임해 회사 청산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회사 청산은 재산을 정리하고 법인이 소멸하기까지의 과정을 말한다.
스튜디오웨이브는 2021년 5월 웨이브가 100% 자회사 형태로 설립했다. 스튜디오웨이브는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개발하는 역할을 맡았다. 스튜디오웨이브는 2022년 ‘트레이서’와 ‘위기의X’ ‘약한영웅’을, 지난해 ‘박하경 여행기’ ‘거래’ 등 오리지널 드라마를 기획해 내놓았다. ‘데드맨’ 등 오리지널 영화를 기획하기도 했다.
2021년 3월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에 2025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 계획의 핵심 중 하나가 스튜디오웨이브 설립이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신규 이용자 유입에 효과적이다. OTT 브랜드 입지도 높일 수 있다. 스튜디오웨이브는 자체 기획한 콘텐츠를 외부 제작사와 협업해 제작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2021년에는 앱마켓 원스토어와 지식재산권(IP)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함께 개발한 IP의 웹툰·웹소설·영상 등 콘텐츠 제작을 추진했다.
웨이브도 스튜디오웨이브에 힘을 실어줬다. 2022년 8월 웨이브는 스튜디오웨이브 유상증자에 참여해 50억 원을 출자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보통주 1주당 5000원에 신주 100만 주가 발행됐다.
하지만 웨이브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스튜디오웨이브의 위치가 애매해졌다. 스튜디오웨이브는 주로 오리지널 드라마를 기획했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콘텐츠 장르는 대규모 비용이 발생한다. 지난해부터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중 드라마보다는 예능과 시사교양 장르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수는 2022년 8개에서 지난해 2개로 줄었다.
지난해 웨이브는 연결 기준 80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2년(1188억 원)보다는 영업손실이 32% 줄었지만 여전히 손실 규모가 상당하다. 지난해 웨이브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68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을 기록했다. 스튜디오웨이브 영업손실은 2021년 1900만 원, 2022년 2억 5600만 원, 2023년 4억 500만 원으로 증가 추세에 있었다. 지난 3월 웨이브 정기주주총회에서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철저한 수익성 분석을 통해 수급 및 투자 콘텐츠를 최적화해 연내 월 단위 손익분기점(BEP)을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스튜디오웨이브 설립 때와는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만 하더라도 OTT 시장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OTT 출범도 이어졌다.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만든 OTT 플랫폼 푹이 SK브로드밴드 OTT 옥수수와 합병하며 2019년 9월 웨이브가 출범했다. 2020년 10월 CJ ENM은 JTBC와 티빙 합작 법인을 세웠다. 2020년 12월에는 쿠팡플레이가 출범했다. 국내 토종 OTT들은 오리지널 콘텐츠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며 국내 시장 1위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현재 토종 OTT는 생존 기로에 섰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버거운 상황이다. 지난해 토종 OTT 3인방인 티빙·웨이브·왓챠는 나란히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왓챠는 2022년 555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22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티빙은 1192억 원에서 1420억 원으로 영업손실이 19% 늘었다. OTT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온라인 비즈니스 성장이 둔화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도 과거 대비 위축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12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넷플릭스)도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자체 작품을 줄이고 기존 작품의 라이선스 구매를 늘리는 식이다.
#합병 막바지 단계, 군살빼기 차원?
스튜디오웨이브 정리가 웨이브가 티빙과 합병 전 군살 빼기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튜디오웨이브 인력은 웨이브 내 콘텐츠 담당 부서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서는 예능과 다큐멘터리 장르 기획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희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합병을 앞두고 다이어트를 하려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합병을 대비해 사업 효율화를 꾀하는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협상은 막바지 단계에 왔다. 앞서 양사는 지난해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티빙이 웨이브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 유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합병비율 등을 두고 양사 주주들이 어느 정도 합의점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 주주는 CJ ENM(지분율 48.85%), KT스튜디오지니(13.5%), 젠파트너스앤컴퍼니(13.5%), SLL중앙(12.7%), 네이버(10.7%) 등이다. 웨이브의 경우 SK스퀘어가 40.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19.8%씩 웨이브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현재는 웨이브와 지상파 3사가 콘텐츠 공급 재계약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웨이브에 대한 지상파 3사의 콘텐츠 공급 계약은 10월 중 만료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상파 3사가 웨이브 지분을 보유한 만큼 웨이브로의 콘텐츠 공급 계약이 종료되지는 않을 것으로 콘텐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김용희 교수는 “OTT 플랫폼이 수익을 내면서 독자 생존을 하려면 구독자가 1000만 명 이상은 돼야 한다고 본다. 유료 구독자가 티빙은 450만 명 정도, 웨이브는 300만 명이 채 안 돼 1000만 명이 안 된다. 회사 규모를 키워야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웨이브 관계자는 “기존과 (웨이브의) 투자 방향이 다소 달라지면서 스튜디오웨이브를 정리하게 됐다”며 “지상파 콘텐츠 공급 계약의 경우 협상하기에 따라 콘텐츠 물량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다만 대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과 관련해서는 주주사 간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좀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