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이대호 기사는 왜 적을까
전 LA 다저스 토미 라소다 감독은 감독의 역할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선수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등을 두들겨주는 역할. 다른 하나는 언론을 상대로 구단을 홍보하는 역할이었다. 훗날 라소다는 “언론이 팀을 비난할 땐 기자들이 악마처럼 보이지만, 우리 팀의 선전을 많은 이에게 전달하는 건 언론의 몫”이라며 “야구와 언론은 기생 관계가가 아니라 공생의 파트너”라고 밝혔다. 한국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야구와 언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복잡한 관계다.
# 이대호 언론에 비호의적
오릭스 이대호가 3루에 진루한 뒤 모리와키 히로시 주루코치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즌 전 이대호는 미국령 사이판에 개인 캠프를 차렸다. 마침 그곳엔 LG 스프링캠프가 차려져 있었다. 이대호는 롯데 시절 은사였던 김무관 LG 타격코치에게 조언을 구할 요량으로 LG 캠프를 찾았다. LG는 이대호가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리라 판단해 그의 캠프 방문을 환영했다. 이대호는 LG의 호의에 감사를 표하며, LG 선수들과 함께 김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하지만, LG 캠프에서 훈련하는 이대호는 언론사 입장에선 ‘거물 취재 대상’이었다. 언론사 사진기자들은 이대호의 훈련장면을 보며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하지만, 이때 사단이 났다. 롯데 스프링캠프도 사이판에 차려진 상태에서 일부 롯데팬은 “왜 우리 팀 출신의 이대호가 롯데 캠프가 아닌 LG 캠프에서 훈련하느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었다.
연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하는 자신의 사진에 극심한 부담을 느꼈던 이대호는 급기야 사진기자들에게 “부담이 되니 가능한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이때 이대호와 사진기자들 사이에서 언쟁이 벌어졌고, 나중에는 과격한 다툼으로까지 사태가 번지고 말았다. 그게 마지막이었다면 해프닝으로 끝났을 일이었다.
하지만, 이대호와 언론은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가 열리는 타이완에서도 한 차례 충돌을 빚으며 소원한 사이가 됐다. 모 스포츠전문지 베테랑 기자는 “이대호는 롯데 시절에도 언론에 호의적인 선수는 아니었다”며 “올해 두 번의 충돌로 그나마 이대호에 호의적이던 기자들마저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다른 기자 역시 “이대호가 롯데에 있을 때 몇 차례 인터뷰 신청을 했다가 모두 거절당했다. 지난해 오릭스에서 뛸 때도 한국 언론사 기자들이 찾아가면 인터뷰는 고사하고, 아는 척도 하지 않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기자들 사이에서 ‘그렇게 냉대받을 거 뭐 하러 일본에 가느냐’는 말이 돈 게 사실”이라며 “최근 모 언론사에서 일본 오사카로 이대호를 취재하러 갔지만, 인터뷰를 해주지 않아 마냥 주변을 맴돌고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 언론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시상식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장원삼.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당시 투표에 참가했던 원로 언론인은 “원체 김성한의 성격이 싹싹해 기자들과 ‘형님, 동생’하고 지냈다”며 “반면 이만수·장효조는 야구에만 올인하고, 인간관계의 폭이 넓지 않아 기자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도 작은 논란이 있었다. 투수 부문 수상자로 장원삼(삼성)이 선정된 것이다. 장원삼은 이해 17승6패 평균자책 3.55로 다승 1위·승률 4위·탈삼진 공동 7위에 오르는 뛰어난 성적을 냈다.
나이트 역시 16승4패 평균자책 2.20, 승률 8할로 평균자책 1위, 다승·승률 2위에 올랐다. 다승에서만 1승 뒤지지 전체적인 투구 성적은 나이트가 한 수 위였다. 하지만, 기자단은 장원삼의 손을 올려줬다. 야구 현장에 잘 나오지 않는 기자들을 중심으로 ‘나이트보다 친한 장원삼을 뽑자’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의식 있는 야구팬들이 “팬보다 기자들이 더 야구를 모른다”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최강민 스포츠라이터
‘친언론파’ 선수들 누구
홍성흔·서재응 ‘구단 홍보맨’
이대호처럼 언론과 불편한 관계인 선수가 있지만, 반대로 ‘친 언론 성향’의 선수들도 많다. 대표적인 선수가 두산 홍성흔과 KIA 서재응이다. 평소 ‘구단 홍보 도우미’를 자처하는 홍성흔은 기사에 목말라하는 기자들을 일부러 찾아가 갖가지 재미난 소스를 전달하기로 유명하다. 일부 신참기자들이 홍성흔을 ‘지나치게 나서는 선수’로 오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베테랑 기자들은 홍성흔이 나서는 이유를 잘 안다. 두산 신인시절부터 홍성흔을 지켜봐왔던 한 선참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잘 보면 팀이 연패 중일 때, 포스트 시즌 등 큰 경기에 유독 홍성흔이 나서는 경우가 많다. 위축되고 긴장한 동료 선수들이 자칫 열띤 언론사의 취재 경쟁 때문에 더 위축될까 우려해 자신이 나서 전체 언론사를 상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홍성흔 주변에 기자들이 모이면 다른 선수들은 편하게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다.”
야구계에서 서재응은 ‘가장 메이저리그 출신다운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배운 것처럼 인터뷰를 한 번 해도 온힘을 다해 정성껏 하기 때문이다. 서재응은 선발투구가 예정된 날에도 기자들이 질문하면 성실히 답변해 ‘나이스 가이’란 별명을 듣고 있다. KIA 담당 기자 가운데는 “서재응이 좋아 KIA가 못해도 눈을 감는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최강민 스포츠라이터
홍성흔·서재응 ‘구단 홍보맨’
왼쪽부터 홍성흔, 서재응
하지만, 베테랑 기자들은 홍성흔이 나서는 이유를 잘 안다. 두산 신인시절부터 홍성흔을 지켜봐왔던 한 선참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잘 보면 팀이 연패 중일 때, 포스트 시즌 등 큰 경기에 유독 홍성흔이 나서는 경우가 많다. 위축되고 긴장한 동료 선수들이 자칫 열띤 언론사의 취재 경쟁 때문에 더 위축될까 우려해 자신이 나서 전체 언론사를 상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홍성흔 주변에 기자들이 모이면 다른 선수들은 편하게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다.”
야구계에서 서재응은 ‘가장 메이저리그 출신다운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배운 것처럼 인터뷰를 한 번 해도 온힘을 다해 정성껏 하기 때문이다. 서재응은 선발투구가 예정된 날에도 기자들이 질문하면 성실히 답변해 ‘나이스 가이’란 별명을 듣고 있다. KIA 담당 기자 가운데는 “서재응이 좋아 KIA가 못해도 눈을 감는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최강민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