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증이 필수, 미국-증언으로 충분
저스틴 비버(왼쪽)의 은색 크롬카. 비버는 난폭운전을 일삼아 지역주민이나 다른 운전자들에게 여러 차례 신고당했다.
영화 <다크나이트>에 등장하는 ‘배트모빌’을 모델로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배트맨 차로 널리 알려졌다. ‘캐딜락’에서 비버를 위해 특수 제작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버는 난폭운전으로 유명하다. 지난 5월 말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칼라바사스 지역에서 20만 달러(2억 2400만 원)이나 하는 페라리 스포츠카를 험하게 몰았다가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신고한 사람은 이웃에 살고 있었던 전직 프로풋볼 선수 키숀 존슨과 주민들이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405번 고속도로에서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3월에는 두바이에서 람보르기니를 렌트해 몰다가 6개의 과속 단속 카메라에 걸렸다. 또 같은 3월에는 집 근처에서 페라리를 시속 100마일(160㎞) 이상으로 난폭하게 몰다가 이웃주민과 시비가 붙기도 했다.
난폭운전은 2012년에도 일어났다. 비버는 생일선물로 받은 피스커 카르마를 과격하게 몰았다. 당시 난폭운전을 신고한 로스앤젤레스의 한 시의원은 “은빛 스포츠카가 시속 100마일 이상으로 달리며 지그재그로 끼어들기를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차량의 난폭운전을 신고한 사람은 10명에 달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난폭운전에 대한 미국의 신고 시스템이다. 저스틴 비버의 난폭운전을 신고한 사람들은 대부분 차량 운전자이거나 지역 주민이었다.
이렇게 가정해보자. 당신이 운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옆 차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끼어들거나, 차의 진행을 방해하거나 하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앞 차 운전자가 문자를 주고받거나, 술에 취해 있거나, 졸음운전을 할 때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난폭운전을 즐기는 운전자도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때에 긴급전화 911로 신고할 수 있다. 물론 아무 때나 전화해서는 안 된다. 가벼운 위반 신고는 받지 않는다. 긴급사태일 때, 신속히 지원이 필요할 때만 911 신고를 한다.
미국 코네티컷 주 경찰인 반스(J. Paul Vance)가 말하는 신고 요령을 들어보자. 차를 길가에 세워놓고 안전한 상황에서 911에 전화를 걸어서 당신의 위치를 말하라. 운전하면서 전화하려면 스피커폰을 사용해야 한다. 난폭 운전자와 차량이 어떤 방향으로 운전하고 있는지를 신고한다. 차량 등록번호, 차량의 등록 주, 차량 제조회사, 차량 모델, 색깔은 경찰이 범법차량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차를 쫓아가거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지 말라. 이런 행동은 더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 운전하는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일, 특히 문자를 하는 일은 방심운전을 낳는다.
우리나라도 난폭운전을 신고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경찰서 교통과나 국민신문고에 신고하면 된다. 위반 차량은 도로교통법 제 48조 ‘안전운전의 의무조항’ 38조 ‘방향전환, 진로 변경 시 신호불이행’ 등에 따라 범칙금과 벌점을 받는다. 위협운전은 형법에 의거 협박죄가 성립되어서 별도로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찰은 동영상이나 사진을 제출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고 말한다. 요즘 운전자들이 차량에 블랙박스 설치를 하거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난폭운전 차량을 촬영하면서 신고가 더 쉬워지기는 했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서 스포츠카로 경주를 하거나, 홀로 질주하는 차량들을 보면 아찔할 때가 많다. 신속히 난폭운전을 현장에서 제지하는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좋겠다. 목격자의 증언만으로도 난폭운전 차량을 처벌할 수 있도록 법령을 검토해야 한다.
장성재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