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긴 했는데 채우는 게 문제
▲ 광화문 KT 사옥 뒤편과 교보빌딩 뒤편의 도심 재개발 사업이 진행중인 모습.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서울 광화문, 종로, 을지로, 신문로 일대에 건설 예정인 30층 안팎의 오피스 빌딩만 14~15개에 달한다. 우선 피맛골로 유명한 종로구 청진동 일대가 대규모 오피스 타운으로 탈바꿈 중이다. 이 일대에 들어서는 25층 안팎 빌딩만 5~7개에 달한다.
광화문 KT 사옥 뒤편에 자리한 제1지구에는 GS건설이 4243.7㎡의 부지에 지상 23층(연면적 5만 1413㎡) 높이의 오피스 빌딩을 짓고 있다. 교보빌딩 뒤편의 제2~3지구에는 대림산업이 지상 24층(연면적 10만 5230㎡) 규모의 빌딩을, 제일은행 본점 부근 제12~16지구에는 GS건설이 지상 24층(연면적 17만 5536㎡) 높이의 쌍둥이 빌딩을 건립한다. 일부에선 도심 내 여러 곳에 분산돼 있는 시중은행들이 통합본점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 주체와 협의 중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복궁 건너편 종로구 중학동 중학구역은 금호건설이 사업자로 오피스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곳에 들어설 오피스 빌딩은 총 16층 높이에 연면적 8만 2247m²에 달한다. 이들 오피스빌딩은 2011년~2012년께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화문 부근 신문로와 을지로 일대에도 대규모 오피스 빌딩 공급이 이어질 전망이다. 신문로에는 ㈜LG가 시행사로 흥국생명 건물 옆에 지상 14층(연면적 4만㎡)짜리 빌딩을 짓고 있다. 시공사는 신동아건설이다. 신문로 금강제화빌딩 대로변에는 미래에셋그룹이 지하 8층, 지상 23층(연면적 5만 9504㎡) 규모의 빌딩을 짓는다.
을지로 일대에도 4~5개의 고층 오피스 빌딩이 건립 중이거나 추진되고 있다. 당초 주상복합으로 분양을 검토했던 서울 중구 을지로 2가 ‘101파인애비뉴(Pine Avenue)’는 분양을 전면 백지화하고 25~26층 규모의 업무용 빌딩 2개동(연면적 13만㎡)을 건립한다.
YG코퍼레이션은 옛 대우조선해양 본사 바로 옆 중구 다동 156번지 일대(도시환경정비사업 7·8지구)에 지상 23층 규모의 오피스빌딩을 짓고 있다. 이 빌딩은 칸서스자산운용이 자금을 대고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다동공원 맞은편인 5·6지구와 하나은행 본점 뒤쪽인 13·14·15지구의 재개발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교동길 9·11지구도 개발업자들이 물밑에서 부지 매입에 나서고 있다. 옛 하동관이 있던 을지로 2가 5지구는 39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 센터원이 건설되고 있다. 지하 8층~지상 32층 2개동 규모로 연면적만 17만㎡에 달한다. 이는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SFC)의 1.4배 크기다.
총 사업비 1조 원 규모인 센터원은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준공 후 매입키로 돼 있다. 을지로 12지구에 건설되는 동국제강빌딩은 지난해 착공해 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 34년간 동국제강 본사 사옥으로 활용된 이곳은 3788㎡ 규모의 부지로 30층짜리 인텔리전스빌딩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장사동·예지동 세운상가 일대도 초고층 오피스빌딩으로 변모해 도심 스카이라인을 바꿀 예정이다. 이 가운데 사업추진이 가장 빠른 곳은 예지동 85번지 일대 세운상가 4구역. 대지 면적이 13만 2000㎡(약 4만 평)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4구역의 실질적인 개발 주체는 시공을 맡고 있는 대림산업·롯데건설·금호산업 컨소시엄이다. 대림산업 컨소시엄은 세운상가 4구역에 주상복합 4개동과 오피스빌딩 2개동 등 6개동을 조성할 계획이다. 최고 36층으로 건설된다.
여기에 기존 서울 도심 내 빌딩을 압도하는 최첨단 초고층 오피스빌딩도 속속 건립 중이다. 여의도 파크원(연면적 64만㎡·완공 2011년)과 서울국제금융센터(51만㎡·2011년), 상암동 DMC 서울라이트(24만㎡·2013년), 용산 드림타워(50만㎡·2017년) 등이 착공했거나 착공을 앞두고 있다. 특히 용산 드림타워는 주변에 거느린 12동의 사무용 빌딩을 더하면 총 연면적만 172만㎡에 달한다.
이렇듯 도심 내 오피스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주상복합으로 추진하던 사업들이 오피스로 전환된 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 종로구 중학동에 금호건설이 시공 중인 오피스는 당초 주상복합으로 개발을 추진해온 프로젝트다.
주상복합으로 지을 경우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오피스로 전환한 것이다. 삼정C&C가 금호건설에 공사를 맡겨 서울 서초구 서초동 꽃마을 부지에 짓던 주상복합 프로젝트도 지난해 말 오피스 빌딩으로 바꾸기로 하고 현재 관련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도심 내 오피스 빌딩이 한꺼번에 올라가면서 일각에선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현재 추진되는 주요 오피스의 연면적만 보면 서울 서초 삼성타운(3개동, 연면적 38만 9000㎡)의 13~15배가 넘는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피스 신규 수요가 매년 66만~99만㎡라는 점을 감안하면 2011년 이후엔 공급과잉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진섭 이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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