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문 두드리니 좁은문 열리더라
▲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잉크가이’를 운영하고 있는 ㈜유니비스(www.inkguy.co.kr) 최윤희 사장(44)은 평범한 일상에서 창업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교집합을 찾아, 가맹점 800여 개를 확보하며 영역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최 사장은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을까.
최윤희 사장이 창업 시장에 뛰어든 것은 2003년. 운영하고 있던 정보기술(IT) 관련 사업이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전자상거래, 컴퓨터 솔루션 구축, 유통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IT 거품이 꺼지면서 사업이 어려워졌죠. 머리를 식히려고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보는데 늦은 저녁 시간이라 배가 고픈 겁니다. 그때 문득 간식을 함께 배달해주는 비디오 대여업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이를 실행에 옮기면서 창업 시장에 처음 발을 디디게 됐죠.”
그렇게 만들어진 브랜드가 ‘비디오맨’이었다. 소비자가 빌려보고 싶은 비디오테이프·DVD와 간식을 인터넷에서 선택하면 가맹점주가 이를 직접 배달해주는 방식이었다. 운영 중인 회사가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비디오맨’ 가맹점은 차량을 이용한 무점포 개설이 가능해, 창업비용도 500만~800만 원으로 낮게 책정했다.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틈새 아이템이 등장하자 예비창업자들이 몰려들었다.
가맹점 수가 1년 만에 300여 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비디오 대여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 것.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생활 속에서 두 번째 아이템을 발견한 것이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프린터 잉크가 떨어지면 참 불편하더라고요. 정품 카트리지를 사려면 비싸고, 잉크충전방을 찾아 나서려면 당장 프린터를 사용할 수 없는 데다 충전 시간도 하루에서 이틀 정도 소요되고요. 결국 비싼 값을 주고 정품을 구입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죠. ‘전문가가 사무실로 직접 방문해 잉크를 충전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바로 이거다 싶었죠.”
자신과 같이 방문 잉크충전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업화에 나섰다. 사업의 핵심인 휴대용 잉크충전 장비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 드는 제품은 찾을 수 없었다. 성능이 괜찮으면 너무 크고 무거워 휴대할 수 없었고, 크기가 적당하면 성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장비 개발에 직접 나섰다. 제품 개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냉장고만 한 크기의 충전기와 같은 성능의 휴대장비를 만드는 데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단다.
장비 개발 외에 해결할 문제는 또 있었다. 재생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고품질의 리필용 잉크를 개발해야 하고, 여기에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신속하고 정확한 충전 서비스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시중에 유통되는 리필용 잉크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고급 잉크원액을 사용하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도 마련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비디오맨’을 정리하고 2005년 3월, 방문 잉크충전 브랜드 ‘잉크가이’를 론칭했다. 점포 없이 500만 원으로 창업이 가능한 방문 잉크충전 사업에 창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 새 제품의 3분의 1에서 많게는 10분의 1의 가격으로 품질 좋은 잉크를 사용할 수 있고, 번거롭게 잉크충전방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지 않아도 돼 만족도가 높았던 것. 한 달에 30~40개 가맹점 개설이 이뤄질 정도로 창업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기존 잉크충전방 운영자를 비롯해 투잡(two-job)을 원하는 직장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창업을 문의하더군요.”
공장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재생품 생산과 판매에도 나섰다. 지금은 재생품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재생품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는 것이 최 사장의 설명이다. 신규 창업자가 조기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창업 멘토링 제도’도 마련했다. 선배 가맹점주가 신규 가맹점주에게 현장에서 일대일로 가르치며 운영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교육 프로그램인데, 초보 창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방문 충전 서비스는 더 많은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이 가맹점과 본사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입니다.” 이에 지난해부터는 사업의 영역을 더욱 확대하고 나섰다. 전국에 4500여 개의 점포가 운영 중인 편의점 훼미리마트에 잉크가이를 입점, 충전 서비스를 시작한 것. 또 KT를 비롯해 애경, 포스코, LG아워홈 등 대기업과도 충전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정부조달 납품 등록도 마쳐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도 충전과 납품 서비스를 하고 있단다. 현재 800여 개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는 최 사장은 향후 1500개 가맹점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탈모관리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단다. 전문의와 손을 잡고 만든 ‘탈모드’라는 탈모관리 제품을 32개 성형외과, 피부과에 납품하고 있다고 한다. 9월부터는 홈쇼핑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판매를 실시할 예정이다. 최 사장은 이 제품을 통해 향후 병원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대, 자신은 유통과 운영을 맡아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