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산 애마가 기름 먹는 하마?
▲ 그래픽=장역석 기자 zzang@ilyo.co.kr | ||
지난 7일 소시모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4월부터 8월까지 승용차의 66대 실제 연비를 조사, 그 결과를 발표했다. 차종별로 경차 5대, 소형차 20대, 중형차 13대, 대형차 18대, SUV 10대가 실측 대상이었다. 소시모 측은 “소비자가 실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느끼는 ‘체감연비’를 ‘표시연비’와 비교하고 소비자의 체감연비에 근접한 표시연비의 현실화 방안 마련을 위해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한 승용차 연비 실측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소비자들이 4개월 동안 직접 승용차 도로 운행일지를 작성해 얻은 자료를 기초로 주행거리와 주유량을 계산해 산출해 낸 것이다.
소시모의 실측 테스트 결과를 보면 승용차 66대 중 51대(77.3%)의 표시연비가 소비자의 체감연비와 달랐다. 특히 경차, 소형차의 연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나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경·소형차를 선택한 소비자들의 속을 쓰리게 했다. 대표적 경차인 2008년식 기아 모닝과 GM대우의 마티즈의 표시연비는 16.6㎞/ℓ지만 체감연비는 각각 11.7㎞/ℓ와 11.48㎞/ℓ로 리터(ℓ)당 5㎞ 안팎의 큰 차이를 보였다. 연비를 에너지 효율등급으로 환산할 경우 표시연비는 1등급인 반면에 체감연비는 4등급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표시연비가 13.8㎞/ℓ인 2008년식 현대 아반떼와 i30의 체감연비는 각각 9.96㎞/ℓ, 8.64㎞/ℓ로 낮은 수준이었고 2007년식 르노삼성 SM5의 체감연비도 6.79㎞/ℓ로, 표시연비 10.8㎞/ℓ와 차이를 보였다. SUV인 2008년식 현대 싼타페(표시연비 12.5㎞/ℓ)와 GM대우 윈스톰(표시연비 11.7㎞/ℓ)의 체감연비도 8.38㎞/ℓ와 8.45㎞/ℓ로 나타났다.
중·대형차 중에는 체감연비가 표시연비와 비슷하게 나온 차가 많았다. 표시연비가 7.8㎞/ℓ인 2008년식 GM대우 체어맨의 체감연비는 7.53㎞/ℓ였다. 2007년식 현대 베라크루즈의 체감연비도 10.53㎞/ℓ로 표시연비 11㎞/ℓ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2009년식 현대 그랜저의 체감연비는 9.4㎞/ℓ로, 표시연비 9.15㎞/ℓ보다 높게 나오기도 했다.
현대차 EF쏘나타GOLD의 경우 2000년식은 체감연비가 7.4㎞/ℓ로, 표시연비 12.3㎞/ℓ의 60% 수준에 머물렀지만 2001년식은 체감연비가 12.4㎞/ℓ로 표시연비와 비슷했다. 소시모 관계자는 “같은 모델이라도 연식이나 배기량에 따라 체감연비가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에어컨을 늘 사용했거나 시내 주행만 하고 연간 평균 주행거리가 짧은 차량은 고속도로나 국도를 일정 비율로 주행했거나 연평균 주행거리가 1만 5000~2만㎞에 달하는 차량에 비해 연비가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승차인원, 에어컨 가동 여부, 총 중량 등의 조건을 반영한 ‘보상연비’를 산출한 결과도 23대(34.8%)에서 표시연비보다 나쁘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표시연비의 현실화를 위해 소시모 측은 “‘에어컨 가동시 연비’ 같은 보조지표를 함께 제공해 소비자가 적합한 승용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경차와 소형차의 연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반영한 승용차 관련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완성차업계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체감연비와 표시연비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승용차 운전자가 직접 작성한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 소시모 측 결과는 정확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표시연비는 최적의 조건에서 공정성을 위해 외부 기관이 측정해서 나온 결과”라고 덧붙였다. GM대우 관계자는 “보상연비라는 개념을 이용하고 있지만 유동적인 변수가 너무 많은 실험이었다”고 말했고, 르노삼성 관계자 역시 “정확한 데이터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