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이들과 여민정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우선 지난 2011년 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파격적인 드레스로 화제를 불러 모은 오인혜는 고 박철수 감독의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여주인공 자격으로 고 박철수 감독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다. 오인혜는 그 이후에도 고인의 영화에 여러 편 출연했다.
배소은은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영화 <닥터>의 여주인공 자격이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닥터>는 <손톱> <올가미> <세이예스> <실종> 등 한국형 스릴러 영화를 만들어온 김성홍 감독의 작품이다.
사진 출처 : 여민정 미투데이
지난 해 제 33회 청룡영화제에서 노출 심한 드레스를 입고 넘어진 하나경은 영화 <전망 좋은 집>을 들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아쉽게도 <전망 좋은 집>은 수상 부분에 노미네티트되진 못했다. 그렇지만 청룡영화제는 지난 1년 동안 국내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를 대상으로 한 영화제임을 감안하면 하나경은 분명 레드카펫을 밟을 자격이 있다.
그렇다면 여민정은 어떻게 제 17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을까. 여민정은 <스포츠서울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가자, 장미여관으로>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되면서 배우 자격으로 행사에 초청됐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제 17회 부산판타스틱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결과 출품된 상영작 가운데에는 영화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없다. 영화제 홍보팀에 문의한 결과 역시 “올해 상영작 가운데 영화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없다”고 밝혔다.
물론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에도 출품작이 없는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는 경우가 많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영화인의 축제라는 인식이 강해 그해 출품작이 없더라도 영화배우들이 대거 부산을 찾곤 한다.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역시 비슷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언론 노출이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이 개막식 레드카펫인 터라 영화제 측에서는 출품 영화 출연 여부와 무관하게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배우를 초청하기 위해 애를 쓰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에서 이번 여민정 노출 사고와 같은 노이즈마케팅 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는 개막식 레드카펫보다는 출품작 별로 치러지는 공식 레드카펫에 훨씬 의미를 둔다. 전세계 영화배우들의 공통된 꿈이 바로 세계 3대 영화제 공식 레드카펫에 한 번 서보는 것이다. 그만큼 세계 3대 영화제는 확실한 권위가 있다. 거듭되는 영화제 레드카펫에서의 노출 논란은 영화제들이 스스로의 권위를 깎아 먹는 것이 아닌가 싶은 대목에선 아쉬움이 크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