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남해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남해군자율 방범대체육대회에 내빈으로 참석 한 박희태(사진 오른쪽) 현 국회의원과 김두관(사진 왼쪽) 전 행정자치부장관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해신문(www.digital-n.net)제공 | ||
김 전 장관은 박희태 전 대표와의 한판 대결에 대해 "전반적으로 느낌이 좋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역에서 그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남해군수를 7년이나 지냈지만 나는 언제나 그 지역에서 소수파였다. 언론이 내 업적을 과소평가한 점도 있다. 또한 반대파들이 나의 활동에 대해 폄하도 많이 했다. 그런 환경에선 직무 수행이 상당히 어렵다. 군내 오피니언 리더들이 나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경남 도지사 선거에서 그는 남해 38%, 하동 24%의 ‘저조한’ 지지를 받아 충격이 컸다고 한다. 그런데 지역 주민들이 당시 김 전 장관을 너무 ‘가혹하게’ 평가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자신을 더 많이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박 의원은 4선에 조직력이 막강하고 친화력도 좋다.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하지만 ‘선거 모드’로 들어가서는 “이번에는 박 의원이 정치 후배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나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성장하는 후배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세대교체를 주무기로 박 전 대표와 겨룰 것임을 간접적으로 밝힌 셈이다.
또한 박 전 대표의 ‘촌놈’ 발언에 대한 지역정서가 좋지 않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대다수 남해 군민들은 박 의원이 (고향 후배인) 나를 엄호해 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박 의원이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을 해서 지역주민들이 실망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점도 내년 선거에서 박 전 대표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전 장관은 “내년 박 전 대표와의 대결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나도 젊다고 하지만 내년에 벌써 47세가 되기 때문에 이번 대결은 물러설 수 없다. 최선을 다해서 싸울 다짐을 하고 있다. ‘선수’는 피곤하지만 ‘관중’은 재미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의 ‘도전’을 받게 될 박희태 전 대표(남해·하동)는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지역구로 달려가고 있다.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지만 본회의나 의총 등 중요행사에만 참석하고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지역구에서 보내고 있는 것. 주위에서는 ‘중진 의원이 왜 그렇게 지역구에 자주 가느냐’며 놀리기도 한단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김두관 전 장관이 총선 출마 결심을 굳힌 뒤 박 전 대표의 발등에 불이 떨어져 지역구 표 단속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는 “행사가 많으니까 자주 왔다 갔다 한다. 그리고 최근 재보선 때문에 더 바빴다”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리틀 노무현’을 만나 벌써부터 부산스럽게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싫다는 반응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도 이런 주위의 해석에 다소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최근 지역구에 자주 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원래 자주 간다고 소문난 분이다. 요즘 가을철에 행사가 많으니까 자주 내려가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한편 영남지역에서 야당의 ‘불패신화’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치러진 10·30재보선 결과 한나라당 후보가 낙선하고 열린우리당이 ‘지원’한 무소속 후보가 통영시장으로 당선돼 내년 총선 판도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
이 바람이 인접 지역인 남해 하동으로 몰아칠 경우 박 전 대표의 5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특유의 시니컬한 목소리로 “이번 선거 결과를 정당 차원에서 보면 안 된다. 아직 열린우리당이 창당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당의 승리라고 볼 수 없다. 이번 결과는 후보 개인에 대한 선호도가 더 크게 좌우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은 김 전 장관이 제기한 ‘촌놈’ 발언과 세대교체에 대해 조목조목 대응논리를 폈다. 먼저 ‘촌놈’ 발언에 대해서는 “그것은 지역에서 이미 해명이 다 됐다. 김 전 장관이 몸담았던 <남해신문>에서도 기사가 나와 해명이 많이 됐다. 박 전 대표의 발언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인용돼 그런 오해가 있었다는 점을 지역주민들이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후배 정치인들에게 길을 터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김 전 장관의 지적에 대해서도 “물론 ‘그만하라’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대안이 없다는 얘기도 많다. 우리 당 공천을 받은 사람에게 물려주어야 하는데 지금 이 지역에서 그만한 준비를 한 주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측은 지난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김 전 장관의 득표력을 보고 실망한 사람들도 많다며 역공을 취했다.
“남해가 원래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표를 주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지난해 도지사 선거에서 김 전 장관은 남해 출신임에도 30%대의 표밖에 얻지 못했다. 외부 평가로는 적어도 70~80% 득표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기대치에 훨씬 못미쳤다. 이것은 지역에서도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또한 박 전 대표측은 김 전 장관이 남해·하동 출마 외에 현실적으로 마땅한 정치적 대안이 없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박 전 대표측 관계자는 “김 전 장관도 이번 대결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가 자신감을 가지고 덤비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곳 외에 마땅히 도전할 지역구가 없다는 게 더 문제다. 자신감이라기보다 조바심이 나기 때문에 각오를 다잡기 위해 그런 제스처를 쓰는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박 전 대표도 김 전 장관과의 대결에 대해 담담한 표정이다. 그는 “아직 선거가 5개월 넘게 남았기 때문에 섣불리 얘기하기 힘들다. 김 전 장관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데 별 느낌은 없다. 다만 뭔가 공격적으로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측은 “내년 총선에서는 지난 도지사 선거 때보다 지지율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 장관도 했고 시대상황도 달라졌기 때문이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잊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지난 10월29일 남해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남해군 자율방범대 체육대회에 내빈으로 참석해 시합 전 ‘눈싸움’을 벌인 바 있다. 선수는 힘들어도 관중은 재미있게 구경할 ‘남해대전’의 막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