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계획범죄 가능성도…
실종된 어머니 김 씨와 장남 정 씨. 사진제공=인천남부경찰서
김 씨의 실종신고를 한 이는 김 씨의 차남 C 씨(29)였다. C 씨는 어머니와 형이 사라진 지 사흘이 지난 16일 오후 4시 40분에 경찰을 찾아와 신고를 했다. 그는 13일 어머니 김 씨 집에 갔다가 김 씨가 보이지 않아 이틀을 어머니 집에서 잤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형(정 씨)이 15일 오전 ‘어머니가 등산을 갔으니 집에 가 있으라’고 말해 집으로 돌아왔는데 16일에도 어머니와 연락이 되지 않아 신고를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22일 오히려 C 씨가 어머니와 형을 죽인 것으로 보고 존속살해 및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어머니의 집에 있었다는 C 씨의 주장과는 달리, 그가 13일 밤부터 14일까지 정 씨의 외제 승용차를 타고 강원도를 거쳐 경북 봉화에 다녀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정 씨의 승용차에서 동해 IC 톨게이트 영수증이 발견됐는데, 그 영수증에서 C 씨의 지문이 검출됐다.
이어 평소 C 씨가 어머니와 금전문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주변사람들의 증언도 나왔다. 1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한 김 씨는 5년 전 인천 남구 용현동의 원룸 8개가 있는 10억 원 상당의 3층짜리 건물을 사서 장남 정 씨와 살고 있었다. 김 씨는 차남 C 씨에게는 따로 빌라를 하나 사줬는데, 그것을 C 씨가 몰래 판 사실을 어머니가 알고 둘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친인척들은 전했다.
하지만 C 씨는 경찰에 체포된 뒤 줄곧 진술을 거부한 채 묵비권을 행사했다. 강원도에 다녀온 이유에 대해서도 경찰이 집중 추궁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C 씨의 자백을 유도했지만, 그는 살인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보강 수사 후 체포영장을 다시 신청하라는 수사지휘를 받은 경찰은 C 씨를 14시간 만에 석방시킬 수밖에 없었다.
정 씨의 외제 승용차를 이용하는 모습에서도 계산된 행동이 나타났다. 경찰은 “차량에 하이패스 단말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차로로 가 현금을 내고 요금소를 통과했다. 하이패스는 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또한 차 안에 있던 내비게이션 장치도 사라졌다. 내비게이션의 GPS 기능으로 차량 동선이 파악될까봐 버린 것으로 파악된다. 범행을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행동”이라고 전했다.
반면 이번 인천 모자 실종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은 일체의 발언을 삼가고 있다. 인천 남부경찰서 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서 매일 새로운 사실이 기사로 나가면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받는 이가 수사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불필요한 정보가 새나가지 않게 언론 창구는 단일화하고 있는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그는 “특정지어 말을 할 수는 없지만 현재 용의선상에 올라있는 이가 범인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찰이 자신들의 초기 부실수사를 감추기 위해 말이 새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처음부터 지켜봤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인천 경찰이 초동 대응 미흡으로 수사에 진전이 없자 내부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언론에 이러한 사실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급급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천 관내 빈집과 폐가, 재개발지역 야산 등지를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벌여온 경찰은 지난 26일 차남 C 씨가 형 소유의 승용차를 몰고 다녀온 곳으로 알려진 경북 봉화에 지방청 수사과장을 비롯해 기동대 1개 중대를 보내 수색 작업을 벌였다. 또한 사건 수사본부는 경북지방경찰청과 강원지방경찰청에도 강원도 삼척과 경북 울진 등 차남이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이 있는 장소 행적을 따라 수색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이 공개수배로 전환하며 수사를 확대해 나가는 만큼 초반 부실수사 논란을 딛고 용의자를 찾아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